50원으로 태양열오븐 만든 청년기업가
머니투데이 | 이경숙 기자 | 입력 2009.06.01 13:02
이해관계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존재다. 각자의 의도나 의지와 관계 없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와 환경파괴는 우리나라의 시장 축소와 기후변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로운 해결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2009년 쿨머니 연중 캠페인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하우(How)'를 통해 지구촌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그 노하우를 전한다.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10-1 > '에너지팜'의 김대규 대표와 대안기술의 전파자들]
"자, 기둥 세웁니다. (기둥 사이에)볏짚 채우고요. (볏짚)이발 좀 해주고, (벽에) 흙 바릅니다. 이렇게 (집 한 채) 나옵니다. 안 된다고?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21일 저녁 7시 열린 사회혁신기업가들의 월례모임. 한 청년이 개그맨 김병만 말투로 생태건축 과정을 설명한다. 30여 명의 청중이 웃다가 자지러진다. 에너지팜(Energy farm)이란 기업의 소개가 이어진다. 회사 이름 아래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대표의 휴가 중엔 잠시 회사명이 '에너지 안 팜'으로 바뀔 수 있음." 참석자들의 웃음보가 또다시 터진다. 대안기술을 '개그콘서트'보다 재밌게 느끼게 해준 주인공은 김대규 에너지팜 대표(33)다. 지난해 5월 소형 풍력 발전기 등 대안기술제품을 생산하는 사회혁신기업인 에너지팜을 설립했다.
◇신학도에서 대안기술의 전도사로
= 김 대표는 신학도였다.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했다. 2003년의 네팔 여행과 대안기술센터의 이동근 소장이 그의 행로를 바꿨다. 여행에서 만난 네팔의 수많은 빈민들은 그에게 빈곤지역에 물과 전기를 보급하는 삶을 꿈꾸게 했다. 그는 바이오디젤 수익금으로 네팔의 가난한 농촌지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할 계획을 세웠다. 네팔 사업 준비 후 물건 선적 차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가 그는 경남 산청군에 대안기술센터를 차린 이동근 소장을 만났다. 15년 지인이던 이 소장은 "대안기술을 보급하고 교육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며 그의 손을 끌었다.
"고민했어요. 그것이 작든 크든 내게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이 땅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며 살자는 게 제 삶의 가장 큰 열망이거든요. 그래서 네팔행을 잠정 연기하기로 하고 소장님을 도와 이 일을 시작했어요."
대안기술센터는 지역의 에너지자립과 제3세계의 빈곤퇴치'를 고민하는 비영리교육기관이다. 2006년 영국의 대안기술센터(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에서 환경건축과 재생에너지를 공부하고 온 이동근 소장과 경남 산청군의 민들레공동체가 만들었다.
김 대표는 처음엔 대안기술센터에 간사로 합류했다. 이어 에너지팜을 설립해 소형 풍력발전기, 자전거 인력발전기, 소형 태양광 발전설비, 태양열 조리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안기술센터는 에너지팜의 연구개발 부문을 지원했다. 또 공무원, 기자, 대안학교 학생들을 교육해 대안기술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
대신 에너지팜은 수익 일부를 대안기술센터와 나눴다. 에너지팜은 지난해 8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공기관이나 학교, 다른 비영리기구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순이익 2500만 원 중 1500만 원은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보육원·선교단체 운영비로 전달됐다.
지난해 9월엔 캄보디아 청년인 사론 씨를 초청해 석 달간 풍력발전 기술을 전수하고 자재를 사주기도 했다. '이윤의 사회 환원'은 이 회사 설립이념 3가지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는 기업', 또 다른 하나는 '대표를 비롯한 모든 직원의 급여가 동일한 기업'이다. 김 대표의 꿈은 '아름다운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 자체로 아주 멋진 그림이 있습니다. 그 그림에 뭔가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이 그림을 망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워야죠. 어떤 기업 때문에 이 사회가 병든다면 (그 기업을) 지워야죠. 아름다움을 더하는 기업이라면 키워야죠. 저는 사회의 아름다움에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50원으로 오븐을 만든다고?
= 에너지팜과 대안기술센터는 '대안기술 보급'이라는 공통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 빈곤지역에서는 적정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적정기술은 현재의 지역조건과 지역민에 맞는 기술을, 대안기술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뜻한다. 첨단기술(High Tech)은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다. '태양광'이라는 에너지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치자. 폴리실리콘 태양광 모듈을 잘 만드는 첨단기술은 경제적 부를 가져다준다.
쿠킹호일로 태양열 오븐을 만드는 기술은 필요를 해결해준다. 그가 지난해 네팔에서 만든 '태양열 오븐'은 적정기술의 사례다. 오븐을 만드는 재료는 부엌에 있는 쿠킹호일과 신문지, 이웃집에서 얻은 철판과 나무판자. 제작비용으로는 각도기 값 50원이 들었다. 제작과정은 단순하다. 쿠킹호일을 댄 나무판자 4개를 67.5도 각도로 서로 붙여 깔때기 모양을 만든다. 나무판자 사이에 철판과 신문지를 넣어 사각형의 상자를 만든다. 맑은 날 이 위에 호일 깔때기 판을 얹으면 상자 속 온도는 210도까지 올라간다.
"네팔 농촌엔 연료가 귀해요. 물을 끓여먹지 못해 질병이 돕니다. 이곳에 도시에서 쓰는 가스렌지, 태양광 장치를 보급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3세계엔 현지에 맞게 고안된 적정기술이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가 지역민의 필요를 넘어 '석유자원 고갈'이라는 인류의 문제를 해소할 때, 대안기술이 될 수 있다. 생태건축, 자연하수처리, 자연농업, 대체의학도 대안기술의 후보다. "물 위에 선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가라앉겠죠? 우리 문명은 석유 위에 서 있습니다. 석유가 고갈되면 우리 삶의 기반도 무너집니다.
대안기술은 환경파괴와 에너지 위기라는 현 시대의 문제에 대해 삶의 대안을 만들어냅니다."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제약하지 않고 현 세대의 필요와 미래 세대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 이것이 대안기술자들이 꿈꾸는 미래다. 과연 가능할까? 김 대표는 말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조금 힘든 일일 뿐이라고.
이경숙기자 k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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