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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에서 태어난 불행" 왜 그럴까 했는데

by 뉴질랜드고구마 2012. 6. 24.

[줄리아 투자노트]부모가 부자인 사람들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뉴욕=권성희 특파원 |입력 : 2012.06.22 14:30

부모가 부자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부모가 부자라면 무엇인가 시도했다 실패해도 돈 많은 부모에게 의지할 수 있으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힐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 불확실한 꿈을 희생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지만 부모가 부자라면 돈 걱정하지 않고 꿈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도 생계를 위해 묵묵히 담당해야 하지만 부모가 부자라면 생계를 위한 구차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마디로 부자의 자녀는 자아실현이라는 고차원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떨지 몰라도 미국 부자들의 자녀는 부모의 재산만 믿고 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US 트러스트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프라이빗 자산관리가 미국의 부자 6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각 세대는 스스로 각자의 부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또 부자 4명 중의 한 명꼴로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으니 모아놓은 돈을 자신이 쓰면서 즐기고 싶다는 응답도 4명 중의 한 명꼴로 나왔다. 

다 큰 자녀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는 자녀가 자라고 있는 동안 돈을 충분히 투자하는게 낫다, 유산을 남기지 않아도 자녀에게 돈이 넉넉할 것이다, 재산을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고 싶다는 대답도 있었다.

반면 자녀에게 유산을 상속할 것이라고 대답한 부자들은 가문의 재산을 지키고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녀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게다가 부자들의 63%는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12%는 재산 규모를 전혀 자녀에게 알리지 않았고 51%는 재산의 일부만 자녀에게 공개했다.

모든 재산을 자녀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부모가 부자라는 사실이 "자녀들의 근로 윤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재산에 대해선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자녀에게 재산 규모를 알리지 않는다는 대답도 있었다. 

조사에 응한 642명의 부자들은 37%가 거주하는 집 외에 투자자산이 300만~500만달러였고 31%는 500만~10000만달러, 32%는 1000만달러 이상이었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 뒤를 봐줄만한 믿는 구석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부자 상당수는 부모의 돈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으면 자녀의 근로 윤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부자들의 걱정처럼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옛말처럼 믿는 구석이 있으면 아예 어려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시도한다 해도 작은 좌절이나 곤경에 금세 포기해버리고 만다. 부모의 돈이 있으니 굳이 어려움을 인내하거나 힘들게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거부의 자녀 가운데 부모를 능가하는 더 큰 인물이나 거부가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거대한 부모가 자녀의 빛을 가리는 그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모가 부자인 사람들은 얼마나 불행할까. 스스로 노력하고 극복해 성취해내는 기쁨을 부모의 재산에 뺏기기 십상이니 말이다. 자신의 부를 자신이 일굴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니 말이다. 

사람이란 간사해서 믿는 구석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최선이 나오지를 않는다. 믿는 구석이 없을 때, 한 걸음 뒤면 절벽이라는 절박함이 있을 때 필사의 노력이 나오고 위대한 성취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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