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는 이유를 ‘쾌락적응’에서 찾는다. 사람의 두뇌는 새로운 감각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에 더 큰 쾌락을 느끼려면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 차를 사면 얼마 동안 행복하지만 새 차에 적응해가면 그 행복감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녀가 처음 사랑에 빠지면 큰 행복을 느끼지만 상대방에게 익숙해질수록 흥분은 가라앉게 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엘리자베스 던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노튼 교수가 최근 발간한 책 ‘행복한 돈: 더 똑똑한 소비의 과학’(Happy Money: The Science of Smarter Spending)은 이 같은 두뇌의 쾌락적응을 피해가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부자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돈으로 행복을 사는 방법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돈을 쓰는 방법에 달렸다는 점이다. 던과 노튼은 돈으로 행복을 사기 위한 방법으로 5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경험을 산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식상해지지만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커진다. 고생스러웠던 과거마저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색된다.
둘째, 놀라움을 산다. 두뇌는 놀라움을 좋아한다. 두뇌는 예측가능하고 통상적인 것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돈으로 행복감을 느끼려면 스스로에게 깜짝 선물을 해준다.
셋째, 시간을 산다. 시간을 절약해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로봇 청소기는 청소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 가정의 행복을 더해준다. 던과 노튼은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게 시간을 쓰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반면 TV 시청과 컴퓨터 사용은 가장 행복하지 못하게 시간을 쓰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지금 돈을 지불하고 나중에 소비한다. 현대사회는 신용카드가 일반화되면서 지금 소비하고 나중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관행화됐다. 던과 노튼에 따르면 돈을 쓰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두뇌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신용카드가 소비하는 행위에서 돈을 쓰는 괴로움, 즉 돈이 줄어드는 괴로움을 분리시켜 주기 때문이다.
던과 노튼은 돈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소비하는 것도 미리 소비하고 돈을 나중에 지불하는 것만큼이나 두뇌의 행복감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돈을 미리 지불하고 나중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으면 당장은 돈을 쓰는데 따른 고통을 느끼지만 훗날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을 때 마치 공짜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쓰는데 따른 고통을 언제 느끼느냐가 관건인데 이왕이면 미리 고통을 느끼는 것이 과소비를 막아 장기적으로 돈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던과 노튼은 또 "소비를 지연시키면 (미래의 소비를) 기대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며 "휴가는 휴가를 떠나기 전에 가장 행복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다섯째, 다른 사람에게 투자한다. 던과 노튼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보다 더 큰 행복감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표하는 감사에서 큰 행복을 경험한다. 사람들이 권력이나 명예를 탐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이 표하는 존경과 선망, 우러러봄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던과 노튼의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가르침이 나온다. 재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두라는 구절(마태복은 6장19~20절)인데 이는 결국 인간관계에 돈을 쓰라는 의미다. 돈이나 물질이나 명예나 모든 것이 죽으면 부질 없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죽어서 가는 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죽어서까지 남는 것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니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지혜롭게 돈을 쓰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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