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카톡 친구가 16명이 늘었다. 며칠 만에 30명 넘게 친구 명단이 추가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뉴질랜드에 살면서 해가 바뀔 때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카톡이나 전화번호 목록에 있는 명단을 정리했다. 그렇게 몇 명씩 때로는 한두 명씩 번호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대화상대는 열손가락을 약간 넘을 정도였다.
교회에서 낚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 달 전쯤 계획을 세웠고 이번주 토요일 대회를 한다. 어쩌다가 대회 주체가 되어 일을 진행하다 보니 카톡에 대화방을 만들었고, 대화방에 낚시대회에 출전할 교회 성도들을 초대하게 되고 친구 추가로 내 전화 목록에 추가되었다.
10년이 넘는 뉴질랜드 생활동안 교회를 바꾸지 않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헤어졌다. 아니 만났고 헤어졌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왔다가 가는 계절처럼, 태풍처럼, 안개처럼, 바람처럼 그런 인연들 이였다.
그래서 내 인생은 외로워졌는가? 아니다. 내 생활이 단순해졌고 이제는 거의 잊혀져버린 한국 생활들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바쁘고 시간도 잘 간다. 푸른 소나무숲에 있는 많은 나무들 중 하나가 아니고 언덕 위에 홀로 선 소나무처럼 외로워 보이지만 그 나무를 거쳐가는 곤충과 새들, 바람과 비로 인해 더 바쁘고 외롭지 않은 것이다.
갑자기 추가된 카톡 친구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하루다. 몇 년 전부터 페이스북은 접었고, 인스타그램도 거의 안 하고 카톡 친구는 추가하지 않으며 카카오스토리도 친구 추가를 않는다. 다른 사람들 인생을 들여다보는 게 어색해지기 시작했고, 내 삶을 보여주는 것도 썩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