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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야기/World Travel

365일 세계일주 허니문, 달랑 150만원 들고 ‘훌쩍’

by 뉴질랜드고구마 2009. 2. 26.

 

365일 세계일주 허니문, 달랑 150만원 들고 ‘훌쩍’

세계일보 | 입력 2009.02.26 17:52


장우혁·안은지 부부

 

◇호주 타운즈빌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일수록 세계일주는 수많은 이들의 꿈이다. 장우혁(31)·안은지(29)씨 부부는 지난 1년 동안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떠났다. 이쯤에서 "돈이 많은가 보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평범한 월급쟁이였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바로 직업전선에 복귀했다. 단돈 150만원을 들고 떠나 호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현실의 족쇄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대가로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헤쳐갈 자신감을 얻었다. 원래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던 장·안씨 부부는 여행을 다녀온 뒤 더욱 닮은 모습이 되었다.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다녀온 장우혁·안은지 부부. 송원영 기자 

 

 

#부부만의 시간 갖기 위해 여행 결심


이들이 긴 신혼여행을 결심한 계기는 사실 단순하다. 각각 홍보대행사와 디자인회사에 다니면서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던 이들은 제대로 데이트할 시간을 갖기가 힘들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결혼 날짜를 잡을 무렵부터 여행 준비를 시작해 각각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거나 휴직을 하고 지난해 12월 호주 멜버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주머니에 있던 돈은 축의금의 일부인 150만원. "정 안 되면 농장에서 바나나라도 따며 먹고살자"는 생각이었다. 여행 초반 7개월 동안 장씨는 식당, 안씨는 커피숍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지생활에 적응하고 2000여만원의 여행 경비를 모았다. 장씨는 "처음에는 호주에서 정식으로 일을 하려고 인터뷰를 잡아놓았는데 막상 가 보니 현지인조차 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앞이 캄캄해졌다"며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은 끝에 다단계 회사에도 끌려가 보고, 결국 세계적인 퓨전 일식당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부부는 학창시절 아르바이트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의 고됨보다는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재미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무리할 무렵 안씨의 몸에 마비 증상이 왔다. 의사는 "면역력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며칠 동안 앓으면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안씨는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장씨는 "여행을 하다 보니 모든 사회적 끈이 없는 상태에서 둘만의 본질적인 끈만 남게 됐다"며 "아내가 아팠을 때 평생 같이 갈 동반자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느끼고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회상했다.

 

◇여행 도중 만난 커플에게 부부탈을 씌워주며 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거리에서 사랑의 의미를 묻다

신혼여행 전반기가 아르바이트와 현지체험이라면, 후반기는 본격적인 여행이었다. 항공사 연합체에서 발행하는 '세계일주 항공권'을 구입하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돈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부부가 가보지 않은 곳 위주로 여유 있게 일정을 짰다. 2달간 호주일주를 한 뒤 두바이를 거쳐 유럽여행을 했다. 교통편만 제공해 주는 '탑덱(topdeck)'이라는 유럽 여행상품도 이용했다.


이들은 집중적인 여행을 위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미 농장일까지 생각하고 왔기에 집에서 버릴 만한 옷만 잔뜩 싸갔고, 계절이 바뀌어도 새로운 옷은 사지 않았다. 음식은 주로 대형마트의 저렴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사먹었다. 대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신혼부부로서 필요할 만한 살림도구와 집안 소품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돈이 들지 않는 추억을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여행 중 만난 커플에게 사랑의 의미를 묻는 '인터뷰'를 하고, 한국에서 가져간 부부탈을 씌워 주며 오랜 사랑을 기원한 것 등이다.


안씨는 "신혼여행을 시작하면서 결혼했거나 오래 사귄 연인들의 사랑에 대한 진솔한 얘기가 궁금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사랑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사랑의 체험을 동시에 전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부는 여행 뒤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삶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다.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살다가 1년의 여행을 하면서 즐기면서 일하는 법과 여유를 배웠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고 배우자를 많이 알게 됐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둘이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보자는 생각으로 떠났는데 생각지 못한 교훈을 얻은 거죠."


◇이탈리아 로마 ◇이탈리아 베네치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공통의 관심사와 공공의 적을 만들어라"

친한 친구끼리도 장기간 여행은 쉽지 않다. 신혼여행을 갔다가 부부싸움을 한 뒤 바로 이혼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1년 내내 붙어다닌 이들 부부가 전하는 '부부싸움 안 하는' 팁을 소개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라=연애시절에는 사진과 여행이 공통 관심사였고, 여행 중에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것으로 소박한 일정을 공유했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라=여행 중 여러 사람과 마주치면서 불만도 많았다. 그때마다 부부만의 '공공의 적'을 만들어 "우리 저렇게 살지 말자"는 식으로 해소하면 부부는 '동맹을 맺은 연합군'이 된다.


▲나 자신의 반쪽을 버려라=신혼여행이 끝나고 보니 조금씩 자신의 반을 버리고 상대방의 반을 가진 것을 발견했다.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것은 물론이다.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라=하늘에 맹세한 부부의 연은 '안 보면 그만'인 관계가 아니다. 서로 이해해 주길 바라기 전에 먼저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


▲먼저 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서로 다른 점을 힘으로 누르겠다고 하는 발상은 위험하다. 둘 중의 한 명은 다치게 마련이다. 먼저 지려고 하면 둘 다 이길 수밖에 없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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