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신문기사 하나 제대로 읽었습니다.
통찰력이 보이는 글입니다.
한반도 정세를 크게 볼 수 있는 글이여서 스크랩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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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동진’하자 러시아가 급해졌다
시사INLive | 남문희 대기자 | 입력 2011.09.09 11:42
인천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거리에 풍도라는 섬이 있다. 보물선으로 유명한 섬이다. 1894년 7월25일 이 풍도 앞바다에서
청나라가 영국으로부터 임차해 사용하던 고승호가 일본 군함에 의해 침몰하면서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시절 한 민간 업자가 이 배의 인양을 신청하면서 해프닝이 발생했다. 본국의 긴급 훈령을 받은 중국 대사관 측이 우리 외교부에 절대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요청해 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던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에 따르면 중국 측은 '청·일전쟁은 아편전쟁과 더불어 중국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이며, 치욕의 역사 유산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이 고승호 침몰
사건을 풍도해전이라 기념하는 것처럼, 중국도 100년 전의 풍도를 잊지 못한다. 우리만 그 역사를 까맣게 잊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100년 전의 역사를 잊지 못하기로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1904년 2월9일 인천 팔미도 앞바다에서 일본 군함에 의해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호의 진혼제를 2003년부터 매년 거행하면서 러·일전쟁의 상처를 곱씹고 있다.
8월21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부레야 역에 도착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 |
역사의 봉인 뜯은 이명박과 김정일
후세의 역사가들이 지금 한반도 주변에서 다시 시작된 열강의 패권 다툼의 책임을 따질 경우, 남북한 모두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얼마 전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청와대 한 관계자가 했다는 말이 화제였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얘기하던 와중에 그 관계자가 "1년6개월 정도만 봉쇄하면 북한이 무릎 꿇고 나올 것으로 봤고, 그게 아니더라도 3년만 봉쇄하면 붕괴할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더라"라며 '천기'를 누설한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다 해도 본질상 북한 붕괴론에 불과했던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맞서 북한은 '역사의 봉인을 뜯어내고 강대국을 다시 한반도 패권 경쟁으로 끌어들이는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
북한이 반세기 동안 중국의 동해 접근을 차단하며 맡아온 수문장 구실을 더는 못 맡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바로 나진항을 비롯한 북한 북부 항구에 대한 중국 접근 허용이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집중적으로 있었던 북·중 양국 간 나진·선봉과 황금평·위화도 개발협정에 대해, 일본의 인식을 드러내는 글이 일본 월간 < 정론 > 에 실린 일이 있다(2010년 11월호). 필자는 교토 대학 나카니시 데루마사 교수이다.
그는 이 글에서 "중국의 나진항 진출은 중국이 일본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사건이다"라고 평가하며 일본의 안전보장 문제를 제기한 뒤, 메이지 시대 일본이 러·일전쟁에 나선 이유를 장황하게 서술했다. "당시 러시아가 대한제국으로부터 압록강 남쪽의 목재 채굴권을 확보하고 뤼순에 블라디보스토크 함대를 배치해 한반도 남쪽을 돌아 동해와 황해를 왕래하는 해상통로를 독점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북한의 광물 채굴권을 얻은 중국이 그 항로에 대한 접근을 시도 중이다. 중국의 컨테이너 무역선은 해양 조사선에 이어 군함으로 연결될 것이다"라고 글을 맺었다. 앞으로 동해 항로에 중국 군함이 등장할 경우 일본은 전쟁을 불사한다는 섬뜩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영·일, '반중 전선' 구축 가능성
최근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접근 태도나 미국·영국이 느닷없이 동해의 일본해 단독 표기 문제를 들고 나온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상황 전개로 인식하는 전문가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중국 군함의 동해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의 판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과거 러·일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영·일의 반중 전선이 구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처럼 강대국 간 국익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벌이지면 독도와 동해 문제가 우리 손을 떠나 엉뚱한 차원에서 결판 날 수도 있다. 구한말 역사에 정통한 또 다른 전문가는 "구한말 미국과 영국이 한반도를 일본에 넘겨준 것은 그것이 자기들 국익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역사 문제는 양국 간 문제이지만 영토 문제는 국익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가능하다. 중국이 동진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독도를 분쟁 지대화하면 미국이나 영국이 일본 지지로 돌아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전격 러시아 방문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개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환영한다"라고 판에 박힌 얘기를 또 했다. 한국의 보수는 북한이 개방한다고 해도 땡전 한 푼 보태줄 생각이 없으면서 늘 개방 타령이다. 언론 보도 역시 엇비슷하다. 국제적 고립 타개니 경제원조니 북한을 궁지에 몰린 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변 정세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는 데 대한 인식이 안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에 이슈가 된 시베리아 가스 파이프의 한반도 통과 문제를 러시아 측이 다시 꺼내들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지난해 나진항 문제가 불거진 때였다는 점, 그리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식량 5만t과 세계식량기구(WFP) 에 대북 식량 지원용으로 500만 달러를 기탁하는 등 모두 2000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안긴 점. 이는 한마디로 북한만 급한 게 아니라 러시아도 무척 급해졌다는 얘기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당연하다. 중국이 나진을 기점으로 동진하기 시작하면 나진에서 청진·연선에 이르는 러시아의 전통적 세력권이 무너진다. 러시아의 남진이 차단돼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뿐 아니라 연해주도 위험해진다.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 사활을 건 푸틴 처지에서는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러시아 방문은 6자회담 등 국제 이슈보다 북한의 실익 보장과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통로 확보를 맞바꾸는 게 초점이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실익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전기 공급이고 또 하나는 나진·선봉을 통로로 한 군수물자 지원이다. 특히 후자 때문에 중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가스관 문제를 논의할 '남·북·러 특별위'를 북한이 받아들인 것은 이런 실익에 대한 보답이자 이를 발판으로 중국의 동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시베리아 가스 파이프는 당분간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로서가 아니라 북한이 벌여놓은 강대국 패권 게임의 속도 조절용 브레이크 페달에 불과한 것이다. 가스를 실어 나르는 본연의 역할은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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