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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낚시와 텃밭

돋나물 길러 보셨나요?

by 뉴질랜드고구마 2012. 4. 5.



나물 돌나물 돈나물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돋나물. 조금 어려운 한자로 표현한다면 석련화, 수분초,구아치, 석상채, 와경경천, 화건초, 석련꽃이라는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러해 살이 풀의 일종이다.


  산과 들 어디고 약간의 습기만 있으면 아주 잘 자라는 야생초로 식용과 관상용 또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되어있다.

 

흔히들 돈나물이라고 부르는 건 돋나물을 발음하면서 소리 나는 대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돋나물을 뉴질랜드에서 만나게 되어 고향친구라도 만난 듯 몹시 반가웠다. 친하게 지내는 이가 집에서 기르고 있는데 아주 번식력이 좋다고 한 번 길러 보지 않겠느냐며 몇 삽이나 되는 돋나물을 푹 퍼가지고 온 덕분이었다.

 

막상 흙 채 떠온 돋나물을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얼마 동안을 그냥 방치. 한참 후에야 비닐하우스 안 부추 밭 귀퉁이에 심어봤지만 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신통치가 않았다.

 

가져온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잘 길러봐야 할 텐데 농장 일에 밀려 한가로이 돋나물을 심어 볼 겨를이 없었다. 생각다 못해 오이 기르는 곳 한 줄을 비워 수경재배로 돋나물을 길러 보기로 했다.

 

양액이 흘러가도록 베드를 만들어 주고(수경재배에서는 그런 것을 걸리<gully>라 부름) 그 곳에 흙을 털어 내고 깨끗이 씻은 돋나물들을 흩뿌려 던져 놓았다.

 

오래지 않아 돋나물에서 잔뿌리가 하얗게 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차 줄기로 번식해 나갔다. 나중에는 베드가 넘치도록 뒤덮여 상품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되었다.

 

한 번 던져 놓은 뒤로 심심하면 낫으로 썩썩 베어다 생으로 무치고 김치도 담그고. 한 겨울만 빼고 세 계절 내내 돋나물이 풍성하게 넘쳐나고 있다. 텃밭지기들께서 키우신다면 화단 한 귀퉁이나 조금 습기가 많은 곳에 몇 뿌리 심어놓으면 말 그대로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즐기기에 흠이 없을 듯하다.

 

오클랜드에서 벗들이 찾아오면 한 때는 쌈채로 식탁을 화려하게 꾸몄었는데 돋나물도 상큼하게 무쳐내면 쌈채 못지않게 별미가 되어 좋다.

 

돋나물을 어디서 구해 심느냐고요? 조금만 관심 갖고 주위를 둘러보시와요. 텃밭 잘 가꾸는 분들은 정말 재주가 좋은 분들이어서 저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갖고 계실테니까요. 정 구하지 못해 SOS 치시면 몇 뿌리 드릴 수도 있습니다요.

 

밭에 심기

  모종을 구했다면 줄기를 2~3cm로 잘라 만들어 놓은 두둑에 흩뿌린다. 줄기가 보일 정도로 얕게 흙을 덮어주고 물을 흠뻑 주면 10여 일 후에 뿌리가 내리고 새싹이 돋는다.

  밭이 미처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정원 한 쪽 후미진 곳에 심어놓아도 돋나물이 꽉 들어차면 잡초가 돋아날 틈을 주지 않아 좋고 상큼한 것이 먹고 싶을 때 한 움큼 따다 생으로 무쳐 먹어도 비릿한 맛이 특이한 나물이다.

  특히 수분과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는 나물로 약초지식에는 간염이나 대하증에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연중 재배법

  여름 철에는 돋나물에 노랗게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때는 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때그때 꽃대를 잘라 주면 새순이 나와 바로 먹을 수 있게 된다. 꽃대가 나와 나물이 질겨질 때는 살짝 삶아서 된장에 무쳐 먹어도 맛이 좋다고.

  다음으로는 상큼한 돋나물 무침과 물김치에 대한 정보. 아 떨린다. 앉아서 글을 쓰라면 구만리 길도 마다 않겠지만 어쩐지 요리는 내게 자신 있는 품목이 아니어서 공연히 잘 못 적었다가 요리의 대가이신 분들이 보고 놀리면 어쩌나.

 

돋나물 무침

  맛있는 초장만 준비되어 있다면 아주 간편하고 쉬운 요리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초장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 있는 분들은 초장을 만들어 두었다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돋나물을 접시에 담고 그 위에 초장을 뿌린 뒤 통깨를 솔솔 얹어 내는 것만으로도 한 요리가 끝이다.

  돋나물은 매우 여려서 씻을 때도 조심해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바구니에 담아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이용해야 좋다. 만약 만들어 놓은 초장이 없다면 간장 설탕 식초 마늘 고추장 참기름? 등을 골고루 넣어 만들면 된다.

  다만 원래 식초가 들어가면 참기름은 함께 섞지 않는데 원하시면 넣어도 되고 빼도 된다. 돋나물은 비빔밥에 같이 곁들여도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돋나물 김치

  미리 씻어 물기를 뺀 돋나물과 홍고추 청고추(가능하면 매운맛을 낼 수 있는 청양 고추를 선택하면 맛이 더 칼칼하다) 마늘 생강 파 소금 설탕 양파를 준비한다.  

  먼저 찹쌀이나 밀가루로 묽게 풀을 쑨 다음 그 물에 고춧가루를 넣어 색을 낸다. 돋나물을 뺀 나머지 양념을 넣고 고루 저은 뒤 너무 짜지 않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가능하면 마늘이나 생강은 얇게 저며 넣어야 국물이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돋나물을 넣고 국자로 가볍게 눌러 준다. 마침내 홍추와 파란 돋나물이 한데 어울려 빛깔도 곱고 맛깔스런 물김치 완성.

  이 글을 쓰면서 밤 농장을 하는 친구네서 주워온 밤을 까먹고 있다. 고국에 자주 갈 수는 없어도 밤과 돋나물 김치로 한껏 기분을 내고 있다. 내가 뉴질랜드 사는 거 맞나 몰라.


원문 : 크리스천라이프 '이인순의 텃밭교실'에서 스크랩했습니다.

원문보기 : http://www.christianlife.co.nz/bbs/zboard.php?id=life_26&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