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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다현, Daniel's

아들에게 사과 했습니다.

by 뉴질랜드고구마 2012. 8. 26.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자기 침대 놔두고 꼭 엄마아빠 사이에 끼어 잠들던 다현이.

평상시에는 아빠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잠들더니 오늘은 엄마를 보고 옆으로 눞습니다.

아빠가 옆구리 콕콕 찔러도 꿈쩍을 안합니다. ㅡㅡ;;


오늘 낮에 교회에서 아빠가 화난 표정을 했다고 

잠들기 전에 분풀이 하는것 같습니다.

... ...


오늘은 교회에서 엄마가 소속된 목장에서 특송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빠랑 주일학교에 갔습니다.

다른 주일날은 엄마가 다현이랑 함께 주일학교 예배도 드리고

주일학교 2부 공과공부도 하는데 아빠가 함께 다닌것입니다.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주일날에는 

제법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선생님 말씀에 응대도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고 했는데..

그러나 아빠 눈에는 몇달전에 주일날 봤던 다현이 생활모습이랑 변한것이 거의 없이 보였습니다.

내색 안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는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수줍은 것, 내성적인 것이 시간이 좀 지나면 바뀔것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막상 다른아이들과 많이 있는 상황에서 유독 다현이만 꿀먹은 벙어리 표정을 하고 있으니

속에서 슬슬 화가 올라옵니다.


공과공부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는 폭발 직전까지 다달았습니다.

옆에 앉은 같은 또래 친구들은 김치찌게에 밥을 말아서 혼자서도 잘 먹는데

다현이는 건데기를 피해가며 밥 알만 찾아서 입에 넣습니다.

먼저 밥그릇을 비운 아이들은 '1등'을 외치며 선생님께로 나가 캬라멜을 받아서 후식으로 입에 넣기도 합니다.

다현이는 그거 상관없는듯 여전히 보물찾기 하듯 밥알을 입에 넣고 있으니, 

모른체 하고 있지만 아빠 표정은 점점 굳어집니다.

처음에는 김치찌게 건데기를 좀 분류해 달라고 징징대던 다현이도 아빠를 몇번 보더니 혼자서 숫가락질을 합니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본당에서 예배를 마친 엄마가 왔습니다.

엄마를 보자 울컥 했는지 울음보를 터트립니다. ㅡㅡ;;


'엄마 아빠가 화냈어' ㅜㅜ


순간 100만 볼트 레이져가 날라옵니다. ㅠㅠ


... ...


다현이랑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교회에 남아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도 내내 다현이에게 화냈던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절대 다른 아이들이랑 비교하며 기르지 말자'라고 했는데..

순식간에 그 다짐을 잊어버리고 눈앞에 보여진 현상만을 봤으니 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다현이도 엄마랑 주일학교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아빠랑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 더 긴장이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빠는 다현이 따라다니는 내내 '다현이도 잘 할것이다'라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으니,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 기준이 아닌 아빠 기준으로 생각한 바보같은 아빠였습니다. ㅡㅡ;;

... ...


집에 돌아와서 저녁밥 먹고...

다현이랑 레스링도 하고.. 몸싸움도 하고.. 트렌스포머 로봇 변신 돌이도 하면서 신나게 뒹굴었습니다.

낮에 있었던 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하려고 더 많이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 ...


다현이 한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낮에 아빠가 화난 표정 지은거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다음에는 화 안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듣고 있던 다현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 나 다섯살 되면 혼자 주일학교도 가고, 교회에서 밥도 혼자 먹을꺼에요.'


... ...


내가 몇마디 더 덧붙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새근새근 숨소리와 함께 가벼운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벌써 잠들었네요. ^^;;

편안한 표정입니다.

다행입니다.



@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입니다. '엄마 햇님' 이라고 설명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