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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잘가라 고슴도치

by 뉴질랜드고구마 2021. 11. 28.

잘 가라 고슴도치.
집에 돌아와 보니 마당이 시끌벅적합니다. 아이들이 나와서 뭔가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느라고 난리법석.
뭔가 들여다보니, 신발 상자에 고슴도치 새끼 한 마리가 들어 있네요. 학교 갔다 와서 마당에서 놀다가 화단가 나무 밑에 웅크리고 있던 것을 다래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길을 잃어버린 듯...

자꾸 기르고 싶다는 아이들을 설득해서 밤중에 어미가 와서 데려갈 수 있도록 상자를 살짝 열어놓고 데크 밑 어두운 곳에 놔뒀습니다. 아침에 다시 시끌벅적한 소리에 나가보니 제일 먼저 일어난 다민이가 고슴도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러 나갔다가 상자 안에 그대로 있는 녀석을 봤습니다. 왜 안 데려갔을까? 죽었나? 막대기로 살짝 건드려보니 잠자는 듯하면서도 약간 움직이기는 합니다.
민달팽이를 몇 마리 잡아서 옆에 놔주고, 컵에 물도 담아서 놔주고, 상자로 덮어 어두 둔 곳에 일단 뒀습니다. 근데 다음날 저녁에도 어미는 찾으러 오지 않았고, 아기 고슴도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ㅡㅡ;;

아침에 코피를 쏟아서 학교에 가지 않는 다민이랑 같이 집 앞 나무 밑에 고슴도치를 묻었습니다. 아빠가 삽질하고 있는 사이 게러지에 가서 판자를 하나 찾아오더니 고슴도치가 묻힌 곳에 꼽아놓고 뭐라고 글자를 씁니다. '평화 속에 잘 쉬어라' 'Rest in Pease'
고슴도치 부모는 왜 새끼를 데리러 오지 않았을까? 어미는 아마도 로드킬을 당했던 듯.. 참고로 우리 집 근처에는 고슴도치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근처뿐만 아니라... 도심지만 아니라면 어디서든지 고슴도치 볼 수 있는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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