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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그래 책이나 읽자.

by 뉴질랜드고구마 2022. 3. 20.

니기럴... 책이나 읽자.

소문난 잔칫집이 있다기에 찾아가려 집을 나서다가 우리집 문앞에서 어떤놈이 심하게 토악질을 해놓고 간걸 봤다. 그 후로는 문밖에 나가질 못하겠다. 보기만 해도 토할것 같고 지금 다시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지금 내 심정이다. 내조국 대한민국에서 새 대통령을 뽑는다길레 관심가지고 지켜봤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디 실망뿐인가... 그날 아침 이후로 'DAUM사이트'에는 접속하지 않고, 저녁마다 설걷이 하며 듣던 털보 방송도 이제 안듣기로 했다. 어디 털보 방송뿐인가? 한국관련 소식을 접하던 시사유튜브는 전혀 눈을 주지 않고 있다. 혹시 보면 토할지도 모르니...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 조차 DAUM사이트에 적을 두고 있어서 블로그에 글 쓰는것도 접어야 하나, 사이트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어찌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단 말인가? 조선시대였나 고려시대였나 혁명이나 민란을 일으켰던 어느 노비의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왜 하필 그날 아침에 이 문구가 생각났을까? 경우가 달라도 한참 다른데 말이다.

 

하기야 미국같은 초일류 민주국가라는 곳에서도 지난 정권은 트럼프같은 걸출한(?) 인물이 대통령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있고 그런 대통령 밑에서 4년을 보냈던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전세계가 그 사람 입과 행동을 지켜보며 때론 열광하고 때론 실소하지 않았던가 ? 이외에도 어처구니 없는 세계 지도자들도 많이 있었다. 이걸로 위안을 삼자.

 

박근혜 때는 촛불이 타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최순실이라는 숨은 실세에 농락당한데 분노하며 길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 사람과 그런 대통령이 있었다니... 속은 세월이 속상해서 그랬을 것이다. 이번에는 속을 것도 없다는게 문제 아닌가? 실상을 다 알면서 그 행태를 지켜봐야 하니 얼마나 천불이겠는가 ? 날다마 속이 부글부글 할것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성경에서 모세가 출애굽을 한 후에 광야에서 헤메던 시기, 열두명 정탐꾼을 보내 가나안땅을 정탐하게 한다. 열두명 정탐꾼 중 두명만이 가나안땅 점령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오고, 하나님께서는 이후 40년간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헤메게 하시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왔던 세대가 모두 죽기를 기다리신다. 그 후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가나안땅에 정착하게 하신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한민국은 역대급 빛남을 발휘했다.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속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의 발전을 전세계가 우러러봤고 칭송했다. 경제는 세계 8번째, 군사력은 6번째가 되었고, 여타 여러부분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자리매김 하는것을 보았다. 여기서 너무 자만하지 말라고 너무 앞서가지 말고 다시 한번 내실을 다지라고 멈춤의 시간이 주어진것으로 생각한다. 어물쩡 두리둥실 좋은것 나쁜것 다 뭉퉁그려서 굴려가지 말고 정말 나쁜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것은 무엇인가? 충분히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해외 생활이 불편하고 외롭긴 해도 이런것 하나는 좋다. 어느날 어느때부터 한국소식을 안보기로 하면 눈앞에서 모든것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지금 내 환경처럼... DAUM 뉴스와 시사 유튜브 방송을 보며 흥분하던 시간에 내가 더 좋아 했던것 같은 뉴질랜드 낚시 관련 방송과 여행 프로그램을 본다.  설걷이 할 때는 찬양 음악을 듣고... 침대에서 잠이 안올때는 옆에 쌓아놓은 책중에서 한권 집어들고, 아이들이 거실에서 노는 시간도 더 여유로와졌다.

 

당분간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비가 세차게 여러번 오고, 몇날 몇일 시간이 흘러 집앞 토사물이 깨끗이 사라지고 내 기억속에서도 사라져 갈 때쯤 다시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 제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신경 끄고 책이나 읽자.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낚시나 가자. 

이런날은 노을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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