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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야기

총리의 새 파트너, 부드러운 정치

by 뉴질랜드고구마 2023. 10. 24.

세상 어느 나라에 부드러운 정치라는 게 있겠는가?

거의 반평생을 살았던 대한민국을 떠나와 새로운 곳에 정착해 십 년 넘어가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 차이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사람들 살아가는 곳은 거의 거기서 거기다. 죽고 사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 뉴질랜드도 다를 거 하나 없다. 색깔과 정도만 다를 뿐...

그러나 한 가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세세한 내막을 이해할 통찰력이 없으니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하겠으나, 서당개 십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패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승리는 어렵고 어느 정도 차이로 패하느냐? 과연 몇 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런 노동당의 선거 운동을 이끌었던 당대표이자 총리였던 힙킨스가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올해 자신에게 최고의 뉴스는 '새 파트너'였다고 말한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총선패배를 인정하고 배라도 갈라야 할 것 같은데... 새 여자친구 소개라니... 지난번 아던 총리는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 전 총리 존키도 가족에게 충실하기 위해서... 사퇴.

이런 기자회견을 했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다음 뉴스부터는 무책임한 당대표.. 새 여자친구에 대한 뉴스로 그 두 사람은 가루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오직 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승자 눈치보기를 위한 정치가 시작되기 때문에...

부드러운 정치가 부럽고 이런 뉴스를 볼 수 있어서 뿌듯한 며칠이다.

총선에서 패한 후 기자회견하는 힙킨스 노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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