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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프러포즈

by 뉴질랜드고구마 2009.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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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전격 결혼을 발표했지만 설경구는 아직 프러포즈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윤아에 이미 마음을 듬뿍 담은 선물로 사랑을 고백했다. 바로 항아리였다.

송윤아는 지난해 발렌타인데이 때 항아리에 가득 담긴 초콜릿을 선물받았다. 설경구는 항아리를 건네주며 "쌀도 담고 간장도 담고 오랫동안 변치 않게 보관해 주는 항아리처럼 영원한 마음을 담았다"고 사랑을 고백했다. 화려한 프러포즈는 아니었지만 항아리의 투박한 질감처럼 우직하고 믿음직스런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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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전 점심을 먹다가 일행이 송윤아와 설경구가 결혼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넘들이 결혼하는거 특별히 관심가는거는 아니지만 '미인 송윤아'가 결혼을 한다니 좀 놀랍더군요.

두사람 결혼이 무슨 할리우드 브래드피트 결혼에 버금가는 거다고 하는데... 허참..

브래드피트는 또 '뭥미?'

 

프러포즈 이야기가 나와서 내 프러포즈 이야기를 잠깐 해봅니다. ^^*

때는 2006년 4월.

결혼이 5월 14일로 잡히고, 특별히 준비랄 것도 없이 바쁘게 보내는 나날중 어느날 이였습니다.

결혼 날짜까지 잡은 마당에 무슨 프러포즈냐 생각을 했었는데...

 

프러포즈 없이 결혼하면 평생 갈굼을 당하고 산다는 그런 말을 어디선가 들었기에

어떻게 프러포즈를 할까 궁리에 궁리를 하다가 나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무렵 이런 프러포즈가 유행이었습니다. ^^;;)

 

1.일시 : 토요일 초저녁 시간

2.장소 : 조선대학교 정문분수대 연못

3.어떻게 : 연못가에 빙둘러 촛불세우고, 폭죽쏘고, 연못 다리위에서 꽃다발과 반지 끼워주기

 

준비는...

준비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제일 어려웠던것은 '폭죽'을 준비하는거 였습니다.

나름 좀 부왕부왕하게 해보려고 축제행사장에서 쏘는, 하늘높이 올라가서 '펑'하고 터지며 불꽃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그런 폭죽을 구하는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학교에서 축제를 진행하며 거래했던 업체에 문의를 해보니... 그런 폭죽을 구할 수는 있고, 이밴트에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럴려면 관할 경찰서에 미리 신고를 해야하고, 화약관리 면허가 있는 사람이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듣고.. 뜨악 했습니다. 포기..

대신 '질'로 안된다면 '양'으로 승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

행사전문 문구점에 가서 좀 약하지만 해수욕장 같은데서 여름밤에 아이들이 장난으로 쏘아올리는 그런류의 폭죽을 상당량 구입했습니다. (촛불:300개, 폭죽:50발)

그리고, 양초와 촛불을 보호해 줄 종이컵까지 준비.

행사를 보조해 줄 도우미들은,

토요일날 학교에서 단합대회를 했던 동아리 후배들이 동원되었습니다.

(단합대회를 끝낸 후배들을 일찌감치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배불리 먹이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도우미로 강제동원 했습니다. 10여명.. ^^;;)

 

 

 

 

 

모든것이 순조롭게 풀려가는듯 했습니다.

아내와 쇼핑을 내보낸 막내처제와는 아내모르게 연락을 주고 받으며 도착지점에 대한 시간조절을 했고,

약속시간인 8시에 딱 맞게 장소로 올 수 있게 되었고,

밥을 배불리 먹은 동아리 후배들은 선배의 '쌩쑈'를 돕기위해 부지런히 행사장(?)을 오갔습니다.

"but"

우리의 행복해 보이는 이벤트를 방해하려고 작정을 했는지 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했습니다.

촛불을 세우는 임무를 맏은 후배들은 자기앞에 있는 촛불을 사수하기에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폭죽을 들고 준비하던 녀석들까지 촛불을 지키러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ㅡㅡ;;

 

사방은 이미 충분히 어두워졌고, 난데없는 연못가 촛불 풍경에 사람들은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

저 멀리 운동장가를 돌아오는 아내와 처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둥..

뭔가 신기해 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며 지나치려던 아내가 나를 보더니 '뜨아~~ @@' 하는 표정을 지였습니다. 얼어붙은듯... ㅋㅋㅋ

얼른 가서 손을 잡고 행사를 치르려던 다리위로 끌고 왔습니다.

'폭죽~!!'

'피~쉬~잉,  펑'

'피~쉬~잉,  펑'

'피~쉬~잉,  펑'

'피~쉬~잉,  펑'

'피~쉬~잉,  펑'

'피~쉬~잉,  펑'

'피~쉬~잉,  펑'

ㅡㅡ;;

좀 같이 불을 붙일 일이지... 라이터가 문제인지, 촛불지키려다 그런건지.. 우리 행사에 넋을 놓은건지..

폭죽은 동시에 올라가지 않고 차례를 지키며 올라가 터졌습니다. ㅋㅋㅋ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며 다리를 내려가려는 아내에게 장미꽃 한다발을 안겨줬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준비한 반지도 꼬옥 끼워줬습니다.

주위에서는 환호성과 박수...

 

@@

완전 아쉽게도 그날의 증거를 남겨줄 '사진'이 한장도 없습니다.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후배가 밧데리를 못 챙겼다는... ㅡㅡ;;

 

좀 어설펏고, 혼란스러운 프러포즈 였으나 두고두고 잘 써먹고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텔레비젼이나 라디오에서 프러포즈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절대 움추러들지 않습니다. ㅎㅎㅎ

 

결혼할 예정이신 분들...

거창한 이벤트도 좋고, 소박한 이벤트도 좋아요.

꼭 프러포즈는 하시길 바랍니다.

안하면 두고두고 후회합니다.

 

(야외 이벤트는 좀 어려우니까 지향하시길...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