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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갈수록 벌어지는 호주와의 격차

by 뉴질랜드고구마 2011. 5. 2.

갈수록 벌어지는 호주와의 격차

[NZ코리아포스트  2011.04.27]



국민당 정부는 집권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호주를 따라 잡겠다는 야심을 품고 돈 브래쉬(Don Brash) 전(前) 당수를 의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했다. 하지만 호주와의 격차는 좁아지기는커녕 점점 벌어져 호주달러화에 대한 뉴질랜드 통화 가치는 20년 전으로 돌아갔고 일자리를 찾아 호주로 이주하는 행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뉴질랜드가 영원히 호주를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까지 발생해 갈 길 바쁜 뉴질랜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디스, 뉴질랜드 지난 3년간 호주와 달리 ‘불운’

뉴질랜드 경제는 2월 22일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이전에도 재정적자와 물가상승 등에 시달리며 좋지 않았으나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몰고 온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으로 경제적 기반도 뒤흔들어 놓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에 이어 크라이스트처치를 강타한 두 차례의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을 150억달러로 추산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1.5%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도 이번 지진이 성장률을 최소한 0.2%포인트 갉아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 디스의 이코노미스트 카트리나 엘(Katrina Ell)은 “뉴질랜드는 지난 2008년 이후 가뭄, 물가상승,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진이 경제 회복의 동력을 찾으려는 뉴질랜드에 또다시 타격을 안겼다”며 “뉴질랜드는 지난 3년간 이웃 호주와는 달리 불운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은 지진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2.5%로 결정했다.

중 앙은행 알란 볼라드(Alan Bollard) 총재는 “지진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었다”며 “지진의 영향이 얼마나 크고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볼라드 총재는 주택 임대료 등 일부 부문에 있어 가격인상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며 지진에 따른 인플레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진으로 인해 뉴질랜드달러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서 호주 통화와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단일 화폐 통합 논의는 이제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진으로 호주로의 인구 이동 가속화

지진이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은 뉴질랜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뉴질랜드 관광과 유학의 중심지로서 이번 지진으로 인해 특히 관광 및 유학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9 년 기준 1만개의 일자리와 6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던 크라이스트처치와 주변 지역의 관광산업은 이제 관광객들이 지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곳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9월 실시 예정이었던 2011 럭비 월드컵이 취소돼 큰 타격을 주었다.

또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많은 학교들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대학생들이 호주의 대학으로 전학가는 등 이번 지진으로 호주로의 인구 이동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SB 의 제인 터너(Jane Turner)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년 동안 지진의 영향으로 유학생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교적 활발한 호주의 고용시장은 계속해서 뉴질랜드인들을 자극할 것이고, 특히 1만채의 주택이 파손돼 총 10만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번 지진으로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많은 캔터베리 지역인들이 호주로 이주하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 질랜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로 건너간 뉴질랜드 시민권자는 2009년보다 12.4% 늘어난 3만6,83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일 100여명이 호주행 비행기를 타는 셈이다. 그에 비해서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돌아온 키위들의 숫자는 1만5,84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키위들의 구직 목적 호주 행렬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호주의 임금 수준이 뉴질랜드보다 평균 30% 정도 높기 때문이다.

호주 경제는 광물 붐이 왔다가 사라지곤 했지만 지금처럼 오랫동안 강하게 지속된 적이 역사상 없었다.

호주의 교역조건은 2004년 이후 42%나 개선됐고 실업률은 현재 4.9%로 거의 완전고용을 이루고 있다.

기준금리는 4.75%로 2.5%의 뉴질랜드와 제로금리에 가까운 미국이나 일본보다 월등히 높아 미국달러화 대비 호주달러화는 지난 7일 호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1.0482미국달러화를 기록했다.

호주와의 격차 축소 위한 ‘2025 태스크포스’ 해체 위기

오는 2025년까지 호주와의 소득격차를 좁히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목적으로 구성된 ‘2025 태스크포스’도 해체의 위기에 처했다.

이 번 지진으로 인하여 앞으로 5년 동안 50억달러의 세수 감소를 추산하고 있는 정부는 오는 5월 19일 발표 예정인 2011 정부예산에서 정부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긴축재정을 펴면서 ‘2025 태스크포스’를 포함한 일부 정부 프로젝트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이 단체의 계속적인 예산 지원 여부에 “아마도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실 ‘2025 태스크포스’는 전 국민당 당수인 브래쉬 박사가 이끌고 있지만 국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액트(Act)당의 발의로 구성되었다.

‘2025 태스크포스’는 이미 두 차례의 중간보고를 가졌고 호주와의 소득 격차 축소를 위한 연간 보고서 발표를 남겨 두고 있었다.

브래쉬 박사는 정부의 긴축재정 노력에 찬성하면서도 “예산이 조금만 지원되면 태스크포스의 과업의 완성되는데 아쉽다”며 “일부 비판론자들은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는데 기뻐할 수도 있지만, 그 같은 반응은 너무 냉소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번영은 곧 뉴질랜드의 번영(?)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호주 총리가 지난 2월 뉴질랜드를 공식 방문해 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투자증대협정에 서명했으나 두 총리 모두 단일시장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일시장의 최종 형태가 어떤 것이 될 지는 물론 단일화에 대한 일정도 결론짓지 못했다. 진정한 오스트랄아시안(Australasian) 시장이 되기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키 총리보다는 길라드 총리가 좀 더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다.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웰링턴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의회연설에서 길라드 총리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하며 ‘가족’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여름 타스만을 사이로 닥쳤던 큰 재난에 서로 도움을 준 사실을 기억하면 남태평양에 외로이 위치한 뉴질랜드와 호주는 서로 의지가 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사실 양국간 소득격차와 경제성장 비교에 대해 뉴질랜드가 너무 초조해 하는 것 아닌가 라고 비판하는 파케하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호주의 인구와 부가 뉴질랜드에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이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호주로 떠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같은 인종에 같은 언어를 쓰는데 타스만을 건너가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재무장관은 이달 초순에 열린 ‘호주-뉴질랜드 리더십 포럼’에서 “양국간 30% 임금 차이는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뉴질랜드에 이득이다”라고 말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호주와의 소득격차를 줄이겠다며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소득격차 해소 목표를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오락가락한 정부의 행태와, 호주의 번영이 곧 뉴질랜드의 번영이라는 생각을 가진 파케하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 호주 따라잡기는 점점 요원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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