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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눈먼 스네퍼를 잡다.

by 뉴질랜드고구마 2014. 6. 12.

마루공사 4일째, 오늘이 예정 되어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어제는 정전이라서 하루 일을 못했답니다. ㅡㅡ;;

아침일찍 밥을 챙겨 먹고 집을 비우기로 합니다.

딱 8시가 되니 일을 하러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얼른 다현이 학교에 픽업해주고 집에 돌아와 주섬주섬 짐을 싣고 북쪽으로 향합니다.


이틀전에 대단한 비바람이 몰아쳤으니 존스베이로 소라나 주으러 가보자 했습니다.

4년 전에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날 존스베이에 갔닥 소라를 잔뜩 주워다 먹었던 기억때문에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낚시대, 통발도 챙겼습니다.

날씨는 무지막지 하게 좋습니다.


일단 존스베이 입구에 주차를 하고,

통발을 가지고 파크레인져 사무실에 가서 통발로 게를 잡아도 되는지 확인해봅니다.

통발을 사용해도 되고, 안에 닭다리 같은 미끼를 넣어도 된다고 합니다.


아내와 다민이는 바닷가 산책을 하라고 하고, 나는 갯바위로 달려나갑니다.

일단 낚시대에 앤초비 하나 끼워서 최대한 멀리 캐스팅 합니다.

물이 빠지는 타이밍이고 파도가 거의 없습니다.

오늘 낚시 목표는 '물고기 2마리'입니다.

그리고 통발을 꺼내서 닭고기 좀 잘라 넣고 갯바위 아래 깊어 보이는 곳에 조심스럽게 담궈놨습니다.

이제 좀 한숨 돌리고 진저비어 한병 들이킵니다.


멀리서 카약타고 돌아오는 사냥꾼이 보입니다.

비치에 배를 대고 아이스박스를 나르는 폼새를 보니 뭔가 잡았나 봅니다. 구경을 갑니다.

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카약 뱃머리에 스네퍼가 대여섯마리 널부러져 있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 하게 큰, 대략 봐도 70CM쯤은 되보이는 스네퍼들입니다.

사냥꾼 말이 '오늘은 스네퍼가 붙었다'라고 합니다.

흐미... 카약 낚시..

산책을 하던 아내도 가까이 와서 힐끗 보고 지나갑니다. 봤지.. 카약..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던져놓은 낚시대는 그대로 미동조차 없습니다.

봉지 하나 들고 갯바위 구석구석 살피고 다닙니다. 큰 소라는 없지만 적당히 큰 소라들은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흡사 우렁이 처럼 생긴 바닷가 검은 우렁이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삶은 소라를 맛나게 먹을 금동이 엄마를 생각하며 재미나게 줏어 담습니다.


낚시 캐스팅을 해놓은지 한시간쯤 지났습니다.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철수해서 라면이나 한그릇 삶아 먹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통발을 건져 올립니다.

게가 한마리도 없습니다. 실패..


낚시대를 끌어 올립니다.

역시나 수초에 걸려서 겨우겨우 끌려 나옵니다.

나오다 걸렸다가 나오다 걸렸다가.. 고기도 못잡고 아까운 추가 떨어져 나갈까봐 최대한 살살 끌어 당깁니다. 중간쯤 나왔는데 제대로 걸려서 안나옵니다. 줄 끈어먹을 생각으로 좀 세게 당겼습니다.

살짝 은빛이 반짝입니다. 스네퍼였습니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살살 순식간에 줄을 감았습니다. 묵직한 스네퍼가 올라왔습니다. 

횡제 했습니다. 


@ 집에 와서 자를 대보니 45cm. 근 2년만에 잡은 스네퍼. 감격. 맛나게 회쳐 먹었습니다.

회 쳐먹고 남은 대가리와 뼈로 지리매운탕을 끓이는 중입니다.

텃밭에서 금방 뜯어온 싱싱한 애기미나리가 보이시죠.

국물이 끝내줍니다.

... ...


마루 공사 때문에 온 집안이 난리가 났습니다.

3일동안 배가 주룩주룩 내렸고, 온 방안은 먼지 투성이가 되었고, 어제는 정전까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이놈의 여유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