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kiri Beach에 낚시 다녀왔다. 낚시가게에서 주최한 낚시대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참가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낚시를 가려니 걸리는 게 많다. 게라지 한쪽에 세워놨던 낚싯대 점검하고, 릴이며 바늘 채비를 다 꺼내서 손봤다. 집 앞 레저 샵에 가서 필차드와 앤초비 미끼도 한 봉지 샀다. 유튜브에서 보니 어떤 사람은 TUNA기름을 '낚시 마약'이라고 하면서 낚시 전에 미끼에 절여 놓았다가 낚시터에 가서 사용하면 물고기들이 환장한다고 하던데, 나도 한번 써볼까 하고 가격을 보니 제일 작은 단위가 1리터 1병에 $35 정도 한다. 큰 거는 $50. 배보다 배꼽이 거 크겠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
낚시대회는 아침 7시30분에 시작하고, 현장에는 6시 30분까지 모이라고 한다. 북쪽에서 파키리까지는 1시간 30분이면 충분할 테이니 5시에 출발. 일행은 서쪽에 사시는 어르신들. 이민 초기 그러니까 7-8년 전에는 한 달에 두어 번씩 서쪽 바다로 나랑 같이 낚시를 다니셨던 분이다. 서로가 바쁘니 통 연락을 못 드렸다가 겸사겸사해서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함께 가기로 하신다. 그리고 더 연로하신 어르신 한분.
비가 간간히 내리는 어두운 길을 달려 파키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 오고 있었고, 다른 참가자들이 거의 도착해 있었다. 주최측으로부터 간단히 주의사항을 듣고, 자리 추첨(?)을 한 후 낚시를 시작한다. 대략 50명 정도 참가한 듯. 다들 1등에 대한 불타는 눈빛.
자리 추첨에서 밀려 안쪽으로 많이 들어간 곳에 자리를 잡았다. 10km 정도 되는 백사장 어디에 자리를 잡으면 어떠하랴만 내 가 앉은 곳이 제일 좋은 포인트려니 생각하고 재빨리 원투 채비를 던져 넣었다. 처음 미끼는 예전에 쓰다가 남아서 냉동실에 넣어놨던 필차드를 좀 작은 사이즈로 잘라서 가지 채비에 달았다. 웬걸? 캐스팅 후 5분도 지나지 않아 심하게 휘어지는 낚싯대. 오랜만에 좋은 손맛을 보며 힘차게 끌어올려 보니 큼지막한 가와이다. 주변 선수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두 번째 캐스팅. 이번 미끼는 앤초비. 그다음에는 오징어. 다음은 홍합, 다음엔 필차드.
10분에 한 번꼴로 캐스팅을 반복했다. 양선배는 큰 고기 잡아야 1등이라며 엄지손가락만큼 큰 바늘에 필차드한 마리를 통으로 걸어서 던져놓으셨다. 그 옆에 자리잡은 어르신은 뭘 달아서 캐스팅 하셨는지는 모르겠고, 한번 캐스팅 후에 낚시대는 관심 없으시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조개잡이에 흥이 나셨다. 제법 큰 조개가 많이 보이니 이것도 많이 잡으면 나쁘지 않을것 같기는 하다. 아침 7시30분에 시작해서 오후 1시30분까지 6시간동안이니 중간에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인것 빼고는 계속 캐스팅을 했다. 덕분에 카와이 2마리를 더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한 캐스팅이 낚시꾼에게는 제일 중요한것 같다. 예전 경험으로 보면 12시 한낮을 기준으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파키리에서 낚시로 고기를 잡는다는것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해가 떠오를 무렵과 해질 무렵,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가 제일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미끼를 바꿔달며 최대한 멀리 캐스팅 하는것을 반복했다.
점심시간에 카와이 한마리를 먹었다. 양선배가 손질해서 회를 떴고, 어르신은 잡았던 조개를 까고, 손질해서 조개 무침을 내놓으셨다. 참 대단한 수고다. 컵라면과 카와이회, 조개 무침. 순식간에 점심을 해치웠다. 아내가 배고플 테니 넣어가라고 했던 가래떡을 3개 아침나절에 먹었던지라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으나 오랜만에 먹는 회가 맛있었다. 조개 무침은 안타깝게 조갯살 60%, 초장 30%, 모래 10%.
날씨가 조금 흐리기는 했으나 한낮 태양은 뜨거웠다. 1시쯤 채비를 정리하고 입구 쪽으로 나왔다. 일행 중에서 나만 3마리 잡았고 어르신들은 꽝이다. 두 분은 서쪽 갯바위에서 수많은 고기를 건져 올렸던 경험을 이야기하시며 오늘 꽝은 전혀 이상할 것도, 아쉬운 것도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늙으나 젊으나 끊임없이 샘솟는 남자들의 승부욕은 숨실 수 없으리라... 오늘 낚시대회 1등은 스네퍼 54cm, 2등은 카와이 58cm 정도였다. 내가 잡은 카와이는 48cm. 등수에 든 사람들이 자리잡았던 곳을 보니 파키리 비치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였다. 육지쪽에서 흘러 내리는 개울과 바다가 만나는 곳 주변이 빅 포인트 였던 것이다. 보통때는 수영과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캐스팅 할 수 없었던 곳. 이곳이였다. !!
집에 돌아오니 3시가 넘었다. 가지고 갔던 채비 다 분해해서 세척 후 정리하고, 빨래 거리 내놓고, 샤워하고 나니 허리도 아프고 며칠째 나를 괴롭히던 감기가 더 묵직해졌다. 놀러 갔다 온 주제에 아프다고 내색할 수도 없고, 얼른 침대 온수매트 온도 많이 올려놓고 이불속으로 쑥 몸을 밀어 넣는다. 집이 제일이고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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