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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낚시와 텃밭

낚시대회 2등 먹었어.'Te Arai Beach'

by 뉴질랜드고구마 2023. 4. 5.

지난 토요일 낚시대회가 있었습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인 조사들 중심으로 치러지는 낚시대회인데 이곳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온 낚시용품 가게에서 주최하는 것입니다. 동내 아저씨들이 참여하는 낚시대회 치고는 상품도 풍성하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개인 참가비는 $40이고 1등은 대략 $1000 상당의 낚시용품과 현금이 주어집니다.

Te Arai Beach

처음 뉴질랜드에 왔을 때는 주 5일 일하는 직장이었고 다현이 하나뿐이고 집에 식구도 많아서 그만큼 낚시 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았고 낚시터에 가끔 나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연중행사가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이런 이벤트가 있어서 겸사겸사 나가보게 됩니다.
오늘은 다현이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싫답니다. 그래서 다민이랑 다래 데리고 가려했는데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85% 이상 예상됩니다. 밤낚시에 비까지 내린다니 아이들도 포기합니다. 이번에 대회가 치러지는 장소는 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하니 혼자서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다민이 소프트볼 게임하는데 가서 응원하며 사진 촬영하고 집에 오니 11시. 샤워하고 잠깐 잠을 청합니다. 오후 2시에 일어나 점심 먹고 어제저녁에 잠깐 손봐놓은 장비 트렁크에 싣고 출발하며 시계 보니 2시 40분. 낚시터까지는 1시간 30분을 달려가야 합니다.


워크워스까지 신나게 달려 주유소에 들러 기름 빵빵하게 넣고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다시 북쪽으로 달립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라 여간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지난번에는 길을 잘못 들어 30분 이상 허비한 기억도 있고 해서... 그동안 Beach 낚시장소는 파키리가 제격이었는데 작년부터 입구가 사유지라고 팬스가 생기는 바람에 새로운 낚시터가 개발된 것 같습니다.


4시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나만 늦은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와서 대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번호표를 받고 자리 추첨을 합니다. 참가자가 대략 50명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여섯 번째로 번호가 불려집니다. 얼른 장비를 챙겨 내려가며 바다를 보니 파도가 제법 있고 바람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약하게 불어옵니다. 처음 오는 낚시터이니 멀리 갈 것 없이 길 아래 첫 번째 자리에 낚싯대를 폅니다. 규정은 참가자 간 간격은 20미터.

1인 1 낚싯대. 오늘 바쁠 일은 없네요. 보통 낚시를 가면 낚싯대 2대를 펴놓고 번갈아 가며 미끼를 끼우고 던지기를 반복하니 쉴틈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오면 더 바쁘죠. ^^;;;

5시부터 9시까지 낚시대회 시간입니다. 5시가 되어 던지자마자 시작되는 입질. 물고기들 저녁식사 시간이 된듯합니다. 경험상 낚시 왔을 때 입질이 제일 활발한 시간은 해 뜰 무렵과 해질 무렵입니다. 사람이나 물고기나 밥때는 비슷한가? 아무튼 해질 무렵에 들물이 겹치면 그야말로 폭풍 입질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바닷속 지형 과 거센 파도 때문인지 초릿대 끝이 계속 까닥까닥하는 게 작은 물고기가 물린 것 같은 느낌으로 낚싯대가 흔들립니다.

조금 심하다 싶게 낚시대가 인사를 하고 챔질과 동시에 힘싸움이 잠깐 진행됩니다. 오늘 대상어종은 스네퍼(돔)과 카와이(고등어류)인데 스네퍼는 몸이 물 밖으로 드러날 때까지 계속 힘싸움을 해야 하고, 카와이는 잠깐 힘대결 하고 나면 힘이 빠져서 물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잔챙이 세 마리 올라오고 나서 제법 큰 카와이가 한 마리 올라옵니다. 오랜만에 손맛 제대로네요.

초반에 잡은 카와이. 사이즈가 대략 55cm

 
그리고 잠깜 숨 고르기를 합니다. 큰 사이즈 두 마리 잡히고 나서 이제 조용합니다. 흐릿하던 하늘에서는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들고 10분 정도 사나운 비바람을 쏟아붓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니 주변도 어두워지고 입질이 계속 없습니다. 시간은 계속 가는데... 이제 힘도 빠지고 슬슬 정리해야 하는가 하는 기분도 듭니다.

내 옆자리 선수를 보니 예전 생각이 납니다. 쉴사이 없이 바다를 향해 캐스팅을 합니다. 중간에 담배도 한 대씩 피우는 분위기. 저렇게 부지런하게 캐스팅을 해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건 당연하지...

내가 Beach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바늘에 미끼를 걸고 캐스팅 준비를 마친 낚싯대. 검도선수가 칼을 머리 위로 들듯 바다를 향해 나갑니다. 그리고 허리춤까지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최대한 멀리 캐스팅을 합니다. 거칠게 나를 밀어부치는 파도를 가르며 걸어 들어가는 기분. 그 맛에 Beach 낚시를 나옵니다. 

낚시가 끝나는 9시가 되려면 1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채비 정리하고 계측하는 장소까지 가려면 10분은 남겨둬야 하니 마음이 급해지네요. 대강 분위기를 보니 다른 선수들도 카와이는 많이 잡은 것 같고... 이쯤 해서 스네퍼 50 정도 되는 거 한 마리만 나오면 되는데 말입니다. 스네퍼는 안 나오고 아주 묵직한 카와이가 한 마리 더 올라옵니다.  잠깐 아내와 카톡도 나누고...

짐을 챙겨 처음 모였던 곳으로 돌아오니 벌써 다들 모여서 계측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니 와 사이즈들이 장난이 아니네요. 내것은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습니다. 테이블에 올리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큰거 올려놓습니다. 자세히 측정하니 67cm.
그나저나 저렇게 큰 스네퍼는 누가 잡은 거야? 게임 끝났구먼... 등수에 들어가는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행운권 추첨해서 나눠주는 쌀이나 한 포대 받아가야겠다고 기다리는데 순위를 발표합니다. 근데 제가 2등 이랍니다. 1등은 저 스네퍼가 차지했고, 2등은 제일 큰 카와이-!!

계측에 나온 고기들

작년에는 행운상으로 고추장을 한통 받아갔으니 올해도 고추장 한통 기대했습니다. 아내는 쌀이나 한포대 받아오라고 했고 말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2등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2등 상품은 400불 상당의 낚싯대. 그리고 행운상으로 김을 한팩 받습니다.

행운상
낚시대회 공지

@Te Arai Beach 포인트 정리
- North Shore에서 1시간30분(야간운전 주의)
-  주차장과 Beach가 1분 내외. 아이들과 오면 좋은곳
- 화장실만 있음(편의시설 전혀없음)
- 입구 왼쪽 첫번째 주차장에 주차
- 해질녘 들물에 최고 입질
- 낮시간에는 서퍼들이 있을 수 있음
- 해변이 얕고 평탄한듯.. 최대한 멀리 캐스팅
- 미끼는 파도가 심할때는 오징어, 보통때는 필차드를 통으로 쓰면 대물 가능성?
- 미끼를 노리는 갈매기들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