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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인생 빵구

by 뉴질랜드고구마 2023. 10. 7.

인생빵구 대신 머리에 빵구 -!!
위에 계신 분께서 더 큰일 벌어지기 전에 조심해라 재이야.. 하고서 경고를 내리셨다.

초저녁 잠에서 겨우 일어나 약속된, 미룰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현장에 도착해 작업 도구를 내리다가 차 트렁크 문짝에 머리를 박았다. 띵 하는 소리에 아뿔싸 했다. 순간 빡빡머리 이마에 불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일하러 같이 간 다현이가 '피나는데...' 한다.

카운트다운 안으로 들어가 낯익은 직원에게 머리에 붙일 밴드 같은 거 좀 달라고 하니 걱정스레 쳐다보며 office로 데리고 들어간다. 응급박스를 가져다가 소독을 해주고 밴드 붙인 후 붕대로 머리를 칭칭 싸매준다. 자기 아들도 머리가 깨진져 이렇게 싸매준 적이 있다고 농담도 하네.. 옆에서 지켜보는 다현이는 병원에 가자고 한다.

4일간 잡아놓은 빡빡한 일정에 빵구를 낼 수는 없다. 다행히 따라오는 두통이나 어지럼이 없으니 오늘은 짧게 일하기로 한다. 2시간 일을 마치고 다현이를 집에 데려다준다. 주무시는 엄마한테는 따로 말하지 말라 당부와 함께 다는 다른 현장으로 출발.

아침까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GP에 들렸다. 4년 만에 찾아가니 반갑게(?) 맞아준다. 상처 치료와 함께 안쪽 뼈에도 대미지가 있을 것 같으니 일하지 말고 충분히 쉬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화가 온다. 그때서야 소식을 들은 아내가 화 & 안절부절 난리다. 왜어제  저녁에 바로 응급실에 가지 않았냐고.. 지금 다 치료 끝나고 집에 거의 도착했으니 안심하시라 전화를 끓는다.

집에 들어오니 난리다. 아이들도 아빠 머리에 구멍 났다고 밴드 붙여진곳을 어루만져 준다. ㅡㅡ 낮에 출근해야 하는 곳에 전화해서 일주일정도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된다. 간단히 아침밥 먹고 깊은 잠에 빠진다.

화요일 저녁 일하러 가니 어제 붕대를 감아준 직원이 괜찮으냐고 따라다니며 안부를 묻는다. 나쁘지는 않다. A매장 일 마치고, B매장 마치고, C 매장 들렸다가 집으로 온다. 일하는 곳에서 만나는 직원들 마다 머리에 무슨 일 났냐고 묻는다. ^^;;; 민둥 머리에 큼지막한 밴드가 붙었으니 보이기도 잘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말 것도 없다. 이렇게 달리다가는 니 인생에 펑크가 날 것이니 속도를 좀 줄여라 하는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으니 느낄 수 있도록 몸에 직접 주신 신호인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7월부터 낮에도 일을 시작했다. 몸이 피곤한 건 둘째치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제일 아쉬웠다. 저녁에만 일을 하던 때에는 좀 빈둥거리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놀아도 주고 운동 갈 때 따라가기도 하고, 저녁밥 먹고 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했는데 그게 없어졌다. 다현이가 1살 때부터 15년 동안 거의 비슷했는데 달라진 일상이 어땠을까?

그리고 제일 아쉬웠던 게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서다. 방학 때는 날마다 뭐 하며 놀아야 하나 궁리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게 너무 미안했다. 뜻하지 않게 2주 방학중 나머지 1주일을 부상과 함께 조금 놀아줄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일주일 동안 머리 상처는 어느 정도 회복이 돼 가고 있다.  이번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 것인가 진심으로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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