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bby/Beekeeping

겨울 벌들에게 떡을 주다.

by 뉴질랜드고구마 2024. 7. 25.

야심 차게 전업을 준비하며 시작했건 양봉. 눈물 머금고 접은 지가 4년이 돼 간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많은 금전적 손실을 주었던 기억도 잊혀간다.

그리고 다시 벌을 들여놨다. 지난가을에 낯익은 분이 커뮤니티에 내놓은 벌을 한통 사서 정원 한쪽에 놨다.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뉴질랜드에서 양봉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를 기르며 관리한다는 건 더욱 쉽지 않다. 보통 뉴질랜드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게 '좋은 자연환경'이니 벌도 쉽게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물론 쉽다. 겨울만 빼면...

뉴질랜드 겨울은 북섬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기온은 최저 10도에서 17도 사이라 벌이 월동 하기에는 나쁜 날씨는 아니다. 하지만 습도가 문제다. 겨울철인 6,7,8월 3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만물의 영장 사람도 움츠려 들게 만드는 오슬오슬한 날씨.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넘치는 습도는 쉽게 표현할 수가 없다.

습한 기운은 벌에게 치명적이다. 지난가을에 우리 집으로 옮겨 놓고 나서 내검을 한 번도 안 하고 들락날락하는 벌들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며칠 사이 바쁘게 오가는 벌들이 부쩍 많아져서 걱정이 되었다. 도봉은 아닌지..

벌통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출입구를 1cm 폭으로 줄여놨다. 출입구가 좁아지니 문 앞이 더 분산하다. 양다리에 화분떡을 붙여 들어가는 벌들이 더 어려워한다.

비도 자주 오고 쌀쌀한 날씨에 화분떡은 어찌나 많이 가지고 오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집 주변만 봐도 동백꽃과 적목련화가 만발하니 벌들 입장에서 풍성한 꽃가루를 모른 척하기 어려울 것이다.

벌들에게 도움을 좀 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하다가 화분떡을 좀 넣어주기로 한다. 예전 양봉 할 때는 수시로 드나들었던 양봉용품 가게에 오랬만에 다녀왔다. 화분떡과 내년봄에 올릴 계상에 들어갈 소비와 밀랍 판을 10개, 솔, 여왕 격리판 1장을 샀다. 그리고 처음 보는 도봉방지 툴이 나왔길래 사용법을 물어보고 테스트해볼 겸 1장 샀다.

계산하면서 보니 $120 정도 나왔다. 이 돈이면 슈퍼에서 좋은 꿀 1kg짜리 5통은 살 수 있겠다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우리집은 보통 한달에 1kg짜리 1통을 먹는다.

집에 돌아와 급히 훈연기에 불을 피우고 얼굴망을 찾아 쓰고 벌통을 열어본다. 다행히 도봉은 아니다. 처음 들여놓을 때 봉판 3장에 먹이장 2장, 공소비 5장이었는데 언뜻 보니 반통이상 벌이 차있다. 겨울이고 시간이 점심으로 가까이 가는지라 소비를 일일이 빼지 않고 얼른 화분떡만 올려놓고 뚜껑을 덮는다.(화분떡 500g)

벌통은 습기에서 최대한 보호한다고 무릎높이 이상 올려놓고 벌통 밑에는 플라스틱 받침을 깔았다. 뒤쪽 벽과 뚜껑 위에도 비가림을 넓게 해 놨음에도 불구하고 뚜껑 안쪽 판에 습기가 차서 검은색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다.

며칠 내로 중간 뚜껑을 새로 만들어서 교체해줘야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스티로폼 벌통을 여기서는 구할 수가 없으니 잡동사니를 뒤져서 냉난방이 완벽한 벌통을 한 개 만들어 볼 궁리를 시작한다.

참고로 오클랜드에는 크게봐서 2개의 양봉용품 샵이 있는데 살아있는 벌통에서 부터 거의 모든 양봉 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

- Cereall: https://www.ceracell.co.nz/
- Ecrotek : https://www.ecrotek.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