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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다민, Damin's

축구하기 좋은 날

by 뉴질랜드고구마 2024. 8. 27.

밤새 처마와 데크를 들썩이게 하던 비바람이 겨우 멈춘 아침이다. 이제 겨울 지나고 봄 오려나 싶은데 아직 멀었나 보다. 날씨웹을 보니 비 올 확률 20% 지만 창문밖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이다. 낮 최고 기온은 12도 내외다.

이왕이면 오전에 폭우가 와서 아이들 운동이 좀 캔슬되고 어른들도 좀 쉬었으면 하는데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녀와야겠다. 다래는 12시 경기, 다민이는 10시 경기, 다현이는 축구 쉬고 나무 심으러 10시까지 간다.

다민이 축구는 오늘 걸프하버에서 뛴다. 집에서 30분 거리다. 9시에 집을 나섰다. 토요일마다 계속 경기장이 바뀐다. 가까운 곳도 있고 오늘처럼 멀리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다민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간다.

스탠모어 베이 공원 Stanmore Bay Park 주차장은 이미 자동차가 가득이다. 8시 이전에 게임을 시작한 9살 미만 게임이 끝나고서야 빈자리가 보인다. 다민이는 10시 게임을 앞두고 경기장에서 친구들과 몸풀기를 한다.

커피 한잔 마시며 경기장을 보니 히비커스트 홈팀 선수들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워밍업을 한다. 다민이 팀은 슈팅 중심 웜업이다. 오늘 경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엄습. 10시가 다돼 가는데 12명 팀원 중에 4명이 아직 얼굴이 안 보인다. 불안하다.

경기 시작전이다. 다민이가 골키퍼를 한다. 골키퍼 브론슨이 오는 중이라는데 차가 막히나 보다. 다민이 한테 전반전 골리하고 후반에는 브론슨에게 넘기자고 응원한다.

역시 경기는 심하게 밀린다. 다민이 팀에서 제일 잘하는 아이가 '젝'인데 상대팀에는 이런 젝이 다섯 명은 되는 것 같다. 일방적이다. 덕분에 다민이가 몹시 바쁘다. 날아오는 슈팅 막아내기 바쁘고 골 먹기에도 바쁘다.

웬일인지 오늘은 다민이가 즐겁다. 이전 게임에서 주전 골키퍼 할 때는 실수 한번, 점수 한 점 내줄 때마다 자책하고 화도 내고 하더니 오늘은 대신 서있는 자리라고 그런지 골을 먹는 거는 먹는 거대로 넘어가며 친구들 힘 북돋으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다.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니 다민이 팀 아이들 지칠 대로 지쳐간다. 상대팀은 계속 선수교체 해가며 무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내가 봐도 잘하긴 한다. 한국아이도 보이는데 잘한다. 열심히 뛰며 기량을 뽐내고 있으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게임이 끝나고 핫쵸코 한잔 뽑아주며 집으로 돌아온다. 비 맞으며 얼었던 몸이 살살 녹는가 보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흥얼 거린다. 날마다 축구 연습에 진심인 형 따라서 다민이도 열심히 연습해서 멋진 슈팅을 날려보고 싶다고 한다.

차가운 비바람 부는 날..
축구하기 좋은 날이다. ㅡㅡ


Day of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