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이가 10살이 되었습니다. 베이비체어에 턱밭이 하고 쉼 없이 먹을 것을 흡입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다섯 살 차이 나는 맘씨 좋은 형과 여우 같은 한 살 아래 여동생 사이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다래보다는 덜하지만 나름 애교도 부리고 아빠가 소파에 구부정히 앉아 있으면 등뒤로 들어와서 스트레칭해 주고 어깨도 주물러 줍니다.
요즘 들어서는 한결 어른스러운 행동도 합니다. 맛난 거 먹게 되면 엄마 아빠 입에 먼저 한 개 넣어줍니다. 생일날 케이크 먹고 돌아서며, 내년에도 생일 선물은 필요 없고 케이크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아까 저녁나절에는 자전거가 타고 싶다고 합니다. 다현이는 축구하러 가고 싶다고 하고요. 다른 날 같았으면 형이랑 같이 운동장 나가서 놀자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귀찮아도 게라지에서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고 타이어에 바람도 보충합니다.
멀리 나가지 않고 집 주변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숲길을 달릴까 하다가 아직은 무리다 싶어 아이들 학교까지만 다녀오기로 합니다. 7시가 넘어가면서 주변이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하네요.
오랜만에 꺼낸 내 자전거도 어색합니다. 조심스럽게 다민이 뒤따라가며 약간씩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실 3년 전 다래가 자전거 배우다가 얼굴을 크게 다친 후로는 자전거 타는 게 여간 두려운 게 아닙니다.
경사가 심한 언덕에서는 내려서 걸으며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휴일저녁 학교에는 아무도 없고 고요함만이 있습니다.
내친김에 학교 오갈 때 자전거 타고 싶다는 다민이. 조금 더 연습해서 숲길을 달리자고도 합니다. 얼마 전 로토루아 롯지 갔을 때 산악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보았나 봅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고물상에서 사 온 자전거를 고쳐서 십리도 넘게 떨어져 있던 학교 통학 수단으로 삼았던 자전거. 비포장 신작로길, 논두렁길, 산비탈길 내 달리던 시절이...
나랑 생김새가 제일 닮았다는 다민이. 10살 생일 축하하고 축복한다.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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