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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뉴질랜드에서 추석은...

by 뉴질랜드고구마 2024. 9. 16.

아빠 달력에 초록색 칼라는 뭐예요? 아침밥 먹다가 9월 달력을 보며 다민이가 물어봅니다. 뭔가? 돌아보니 달력 날짜가 초록색으로 되어 있네요.

지나간 달력에도 초록색은 있었겠지만 한 개씩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3일에 걸쳐 초록색이니 궁금해지나 봅니다.

다래야 달력 초록색 숫자 아래 뭐라고 써져 있나 읽어볼래? '에잇포인트포틴, 추석, 에잇 포인트식스틴' 추석이구나.. 돈 받는 날인가? 아이들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눈치입니다.

추석... 뉴질랜드로 치자면 쌩스기빙데이 같은 거야.. 한국은 지금 가을이고 이쯤이면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이 익고 우리가 먹는 쌀이 나오는 때거든... 그래서 그걸 감사하는 이벤트를 하는 거지.

어른들에게 새배를 하고 돈을 받는 날은 설날이고, 지난번에 할머니랑 가족들 오셨을 때 세배하고 용돈 받은 거 기억나지? 그때는 한국 겨울이고 뉴이어 세리머니를 하는 거지..

말을 마치며 아이들을 보니 자기들 일상에 영향이 없는 이야기 인지라 그렇게 흥미로워하지는 않네요. 추석이니 한국에서는 엊그제 금요일부터 일주일정도 휴가시즌이고 사람들이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찾아가고 여행도 많이 가겠다 말하며 이야기를 닫습니다.

추석이네요. 뉴질랜드에서 맞이하는 몇 번째 추석인지 이제 따로 세어보지 않은지 오래되었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일상이고 달력에 색깔 다르게 표시된 날짜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이 되었습니다.

오늘 교회 주보에는 추석이니 한국에 계신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그런 날 되시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콩나물국 점심을 먹은 후 같은 목장 집사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특식으로 나온 송편을 먹습니다. 모싯잎 송편이네요. 모싯잎 맛은 미미하지만 감동입니다.

어린시절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디만 명절 무렵에는 모든 게 풍요로웠습니다. 부모님이 장터에 다녀오시면 온 집안은 먹을 것 냄새로 넘쳐났습니다. 송편을 준비하시던 어머니는 고현 외할머니 댁에 가서 모싯잎을 베어오라는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모싯잎 준비가 끝나면 다음에는 앞산에 가서 싱싱한 솔가지를 한가득 베어 오는 일입니다. 그리고 어머니 누나 내가 만든 송편을 가마솥에 넣고 김이 푹 올라올 때까지 눈물 찔끔 흘리며 장작불을 넣으면 반질반질 윤기 흐르는 따끈한 송편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명절에 차 타고 멀리까지 성묘 다니며 근방 친척집에 모두 들려 인사드리고 차려 나온 음식상에는 그 집 송편이 빠짐없이 올라왔습니다만 어느 집 송편을 먹어도 우리 집 송편만큼은 맛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일날 예배, 점심, 목장 모임도 끝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아이들을 모읍니다. 교회옆 학교에서 다현이는 또래들과 축구를 하고 있고, 다민이는 농구, 다래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한국으로 카톡 영상통화를 엽니다. 추석명절 어머니 보러 수원에서 광주에 내려오신 큰누나가 반가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계신 어머니가 나옵니다.

날마다 집과 경로당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니가 더위 때문인지 연세 때문인지 많이 지쳐 보이는 게 안타깝다. 그럴수록 오버 액션과 농담을 전해 드리며 즐거움을 드리고자 애써본다. 다행히 가까이서 농구하던 다민이를 불러 얼굴 보여 드리고 짧은 대화 나누시니 더 즐거워하신다.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 저녁에는 예전 한국 추석 관련 동영상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보며 그때 분위기를 느껴보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회에서 나눠준 뉴질랜드 달력, 한국 관련 기념일은 초록색
교회에서 목장별로 나눠준 송편, 모싯잎 송편이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린 한국슈퍼에서 떡 파는 곳
한국 가을이라고 배가 들어왔다. 무려 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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