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 생활/다현, Daniel's

낯가림을 하는 다현이를 위한 변론

by 뉴질랜드고구마 2009. 3. 11.

지난 일요일 운암동 어머니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형수와 조카들, 누나네 가족들이랑 모두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모처럼 만난 할머니는 손주가 반가워 반색을 하셨지만,

다현이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울음보를 터트렸습니다.

울다가 조금 진정이 되는가 싶으면, 형수를 보고 울고, 그러다가 좀 진정된다 싶으면

초등학생 누나들, 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준형이 보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운암동에서 식당까지 가는 거의 30분 동안 엄마품에 꼭 안겨 시선을 모으고 울어댔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누나집 근처 슈퍼에서 오징어 한마리를 사서, 물려주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는 중에도 내가 안고 테이블 한쪽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 식당 종업원들이 '까꿍'하고 인사라도 할라치면...

할머니가 다시 반가운 눈빛 이라도 보낼라치면 삐죽삐죽 하며 울려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죄송스러움.. ㅡㅡ;;

 

'낯가림'

낯가림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전에는 낯가림을 하는 아이는 성격이 너무 까칠하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다현이를 기르면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낯가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낯가림을 '성격 까칠한 아이'로 오해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성격이 와일드 하신 할머니는 '하루만 운암동에 놓고 가라, 내가 다 고쳐놓겠다'라고 성화를 내십니다만, 그것이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요. ^^;; 어젯밤에도 그렇고 오늘 밤에도 그렇고 지난 일요일 후유증으로 다현이는 안울던 울음보를 터트렸고, 아내와 내가 쩔쩔매며 달래서 겨우 재울 수 있었습니다.

손주 보고 싶고, 안아 보고 싶은 어머니 마음은 이해가 되나, 할머니를 보면 경악을 하는 아이를 선뜻 내놓지 못하는 마음도 조금 이해를 해 주 셨으면 하는 발램일 뿐....

 

육아 책에 나온 내용을 간단히 옮겨 봅니다.

 

..........................................................................................................................................

 

○ 낯가림은 뇌가 발달했다는 증거

 

아이는 세상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신과 다른 대상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이를 '낯가림'이라고 합니다. 그 대상은 낯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동물이나 소리, 혹은 상상으로 만들어 낸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8개월 전후로 낯가림이 시작됩니다. 아무리 순한 아이라 해도 이 시기가 되면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심한 경우 경기를 일으킬 만큼 울기도 합니다. 이는 엄마를 알아본 직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전에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젠 구분을 하고 두려움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만큼 기억력이 발달하고 나름의 사고 체계가 잡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아이에게는 이제 새롭게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무섭습니다. 하지만 대상을 무서워하는 자체가 바로 세상에 적응해 가는 과정입니다. 엄마는 낯을 가리는 아이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민망할 때가 종종 있지만, 낯가림 자체가 아이가 엄마를 알아본다는 의미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합니다.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에 공감해 주세요.

아이의 낯가림을 완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게 조금씩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이 아이의 두려움에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 가는 아이에게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렵게 느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엄마가 먼저 아이의 편이 되어 무서워하는 아이의 마음과 울고 떼쓰는 행동을 이해해 주세요. 이와 함게 아이가 낯선 대상을 무서워할 때 행동으로 그것이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낯가림에 대비하여 평소에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보호하는 범위 안에서 호기심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세요. 평소에 부모가 보호한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제재를 가하고 억압을 한 아이 일수록 낯가림이 심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얼만큼 엄마를 신회하고 있는가'입니다. 엄마를 완전히 믿을 수 있어야만 아이의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낯가림을 할 때 엄나가 보살펴 주면 이 믿음이 커져 점점 낯가림이 덜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점점 더 낯을 가리게 됩니다.

 

-여러 사람 앞에 아이를 내놓는 것은 금물

낯가림을 없앤다고 아이를 낯선 사람 앞에 억지로 내놓는 부모가 간혹 있습니다. 제가 아는 아빠 중에도 그랫던 사람이 있습니다. 15개월 된 아들이 자꾸 낯을 가리자 "사내자식이 이렇게 심약해서 어디에 쓰냐"라며 온 친척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어른들 틈에 억지로 앉히곤 했지요. 아이는 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불안이 커졌고 그로 인해 밤에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치료까지 받게 되었지요.

낯가람을 억지로 극복하게 하려다 되레 이처럼 불안 장애를 일으키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엄마 없이 낯선 사람만 있는 곳에 아이를 내놓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는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엄마가 같이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 외에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깨달아야 비로소 낯을 가리는 범위가 점차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되도록 간단하고 짧게 만나고 점차 만남의 시간을 늘리며 적응할 시간을 주세요. 애착은 엄마와만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등 가까운 사람과도 자주 같이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낯가림은 대개 3세 정도가 되면 줄어드는데, 기질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낯가림이 유독 심한 아이라면 굳이 억지로 극복하게 하기보다 아이의 기질을 존중해 주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 아이가 낯을 전혀 안 가려도 문제

 

-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

낯가림이 너무 심하며 엄마들은 걱정합니다. 반면 아이가 낯을 전혀 가리지 않으면 '내 아이가 순한가보다' '성격이 좋아 다른 사람에게 잘 안기나 보다'하며 안심하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낯을 전혀 가리지 않는 것이 낯을 심하게 가리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무에게나 잘 안긴다면 엄마와의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영유아기에 가장 골치 아픈 증상인 '애착 장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엄마를 가장 좋아하고 엄마에게 잘 안기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주변인에게 아무런 느낌을 갖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전혀 낯을 가리지 않는다면 평소 엄마와의 애착에 문제가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너무 이른 시기에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겼다면 다른 아이보다 여러 사람이 돌봐 주는 환경에 일찍 노추링 되어 낯가림이 적을 가능성이 있ㅅ브니다. 엄마와의 애착이 생기기도 전에 어린이집의 원장, 보모 선생님들과 만나다 보니 엄나가 특별한 존재로 인식이 되지 않아 그럴 수 있지요. 그럴 때는 아이가 어린이 집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안아 주고 놀아 주면 좋아집니다.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는 낯을 가리지 않습니다.

낯가림이 없는 아이 중에 간혹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폐증으로 인해 엄마와의 교감이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사회성이 떨어지고 타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낯을 가리자 않게 됩니다.

또한 지능이 떨어져도 낯가림이 늦거나 덜합니다. 엄마와 타인을 제대로 구별해 낼 만큼 뇌가 발달하지 않은 것이지요.

정성껏 보살피고 아이와 함께한 시간도 충분했는데도 8개월 전후로 낯가림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발달의 이상 여부를 진단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낯가림 vs 분리 불안

낯가림과 분리 불안은 그 원인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롯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본질은 엄연히 다르다. 낯가림은 약 8개월부터 엄나가 아닌 낯선 대상을 싫어하는 현상이고, 분리 불안은 6~12개월 이후부터 엄마와 떨어지느 자체를 두려워하는 증상을 말한다. 만일 엄마가 아닌 다른 주 양육자가 있다면 낯가림과 분리 불안은 그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신의진의 아이 심리백과, 0~6세 부모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中 인용했습니다. 육아에 있어 참고할 내용이 아주 많은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