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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다현, Daniel's

353일차(5/29)_다현이 돌잔치날 아침에...

by 뉴질랜드고구마 2009. 5. 29.

아침 일곱시 오십분...

 

새벽 몇시인지도 모르겠네요.

개똥이 고추있는곳을 만져보니 기저귀가 빵빵히 차올라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뒤척였나 싶어서 조심조심 기저귀를 갈아줬습니다.

이대로 아침까지 뒀다가는 넘치는(?) 수량을 기저귀가 다 흡수하지 못해

입혀놓은 반바지가 젖고, 침대까지 젖는 사태를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여섯시쯤 '아~~~으~~~~~~~빠~~'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떳더니

잠꼬대를 하나 생각이 되었습니다.

목이 말라 뭐를 찾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개똥이 엄마가 깜짝 놀라 밖에 나가 분유를 200ml 타다가 입에 물렸습니다.

숨도 안쉬고 빨아 재낍니다.

마지막에는 좀 부족했는지 '쪽쪽' 다 빨리는 소리를 듣더니 울먹입니다. ㅡㅡ;;

내가 얼른 나가 개똥이 물통에 사과쥬스를 담아와서 입에 물렸습니다.

빨려고 폼잡더니 다시 잠에 빠지네요.

밖으로 나가 베란다 문을 닫고, 햇빛가리게를 아래로 쭉 내려놓습니다.

사방이 밝아져 개똥이 아침잠을 방해할까 얼른 조치를 취했습니다.

개똥이가 잘 자야, 개똥이 엄마도 아침잠을 충분히 잘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제가 편합니다. ^^;;

 

오늘은 개똥이 돌잔치 날입니다.

지난 4월 초에 돌잔치 장소 예약을 해놓고 손을 놓고 있었던것은 아닌데

돌잔치 준비가 너무 빈약해서 개똥이한테 미안할 뿐입니다.

욕심같아서는 인터넷 돌잔치 cafe에 올라온 돌잔치후기 처럼 개똥이 돌잔치도 화려하고

내실있게 준비해주고 싶었습니다.

-영화포스터 페러디, 성장 동영상, 출생달력, 등등등...-

오늘까지 엄마랑 아빠가 준비한것은 달랑 개똥이 돌기념 액자 하나입니다. ㅡㅡ;;

어제 오전에서야 모든 욕심을 접고, '되는 대로 준비하자'라고 맘을 먹으니까

하늘을 날아 오를듯 홀가분 해졌습니다. ^^;;

 

개똥이가 나중에 '워째 내 돌잔치가 이렇게 초라했어?'라고 물어보면....

좀 미안하지만...

엉덩이를 한대 때려줘야 겠습니다. ㅎㅎㅎ

... ...

 

오늘은 노무현 전대통령 장례식날이기도 합니다.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권력에 ... ... '라고 말하시는 동영상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렇게 슬픈날 돌잔치를 하게 된게 참 민망하기는 하지만

제가 이런일을 예상하고 오늘로 날을 잡은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감정이 교차합니다.

무식한 말로 '산사람은 산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죽은사람이니'라고 머릿속 생각한쪽을 꽉 눌러놓고

오늘 개똥이 돌잔치에만 전념해야겠습니다. ㅜㅜ

... ...

 

쓸데없는 이야기 이지만...

제가 개똥이 돌잔치 날짜를 원래는 6월 13일 토요일 점심시간으로 잡았었습니다.

근데, 이주하는 짐 챙기는 날이 6월 16일로 예상을 해서,

도저히 이것도 저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날짜를 29일로 변경을 했습니다.

날짜를 변경하고 그날 밤에 꿈을 꿧는데,

'5월 29일날 높으신 분들이 아주 많이 모여서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내에게 여보 '우리가 개똥이 돌잔치 날짜를 잘 잡은것 같아. 꿈에 그날 높은 양반들이 모여서 무슨 행사를 하드라' 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ㅡㅡ;;

이렇게 겹칠려고 그랬나 싶기도 해요. ㅜㅜ

... ...

 

개똥이 돌잔치가 저는 참 즐거운 자리여서

많은 분들 초대하고 싶었는데,

정작 초대하는 연락을 시작하니 전화드리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수선을 부리는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누구 말씀처럼...

'돌잔치라고 초대해서 다 받아놓고, 이민 가버리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다시 다 갚아야 하는 푸마시 같은 일인데...'

그래서 더욱 연락드리기가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경기도 좋지 않고, 살기도 팍팍해지는데 돌잔치 한다고 벌려놓는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3년전 제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셨던 분들...

오늘 개똥이 돌잔치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신 분들..

그리고, 참석은 못하셨지만 개똥이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응원해주신분들 마음 다 받아서

씩씩하고 훌륭하게 잘 기르겠습니다.

관심 갖아주신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