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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2009년 12월 05일. 봉사 문고리 잡았습니다.

by 뉴질랜드고구마 2009. 12. 7.

지난 토요일..

저녁밥을 먹은 후 조카들과 함께 몇주전에 한치를 잡았던 바닷가에 다시 갔습니다.

요몇일 비가 내려서 산책도 제대로 못했던 지라

바람도 쐬고 할겸 간단히 챙겨서 나섰습니다.

 

바다는 낚시를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몇일 심하게 비가 내려서 바닷물이 흐려 있었고, 파도도 제법 높았습니다.

그래도 '손맛'을 한번이라도 보겠다고

고등어새끼를 토막토막 잘라서 바늘에 걸고 멀리 던져놨습니다.

함께 간 정훈이는 1m되는 낚시대에 간단히 바늘과 추를 묶었고, 미끼를 걸어 선착장 밑으로 내려뜨렸습니다. 정은이는 낚시보다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보고 있는것을 더 즐거워 하는듯 해서 신경을 크게 안써도 되는 '한치 채비'를 주고, 역시 선착장 밑으로 내려뜨려 놓도록 했습니다.

 

30분이 넘도록 신호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던지기가 무섭게 '입질'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미끼조차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ㅡㅡ;;

 

'으앗~~'

그때 정훈이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1m짜리 낚시대가 확 휘어들어갔습니다.

얼른 옆으로 가서 줄을 끌어당겨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어찌어찌 끌어올려 놓고 보니...

우리나라 수족관에서나 봤음직한 '바다장어'가 올라왔습니다.

크기도 크기려니와 힘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장어를 잡은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낚시를 할 수 없었죠. ^^;;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 하늘에 유난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우리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썰렁'했습니다. 허탕치고 돌아왔구나 하는 반응.

그러나 아직도 용을 쓰며 꿈틀거리고 있는 장어를 꺼내서 보여주는 순간, 온 집안이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ㅎㅎㅎ

[자기가 잡았으면서도 무서워서 접근을 못하는 정훈이..ㅋㅋ]

[줄자로 재보니 딱 1M 였습니다.]

 

... ...

 

일요일.

교회를 다녀오면서 어제 잡은 장어를 저녁에 먹을 것인가? 점심때 먹을 것인가? 탕을 끓여먹을 것인가? 구워먹을 것인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결론은 점심때 '구이'를 해서 먹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바빠졌습니다.

 

예전에 구시포에 가서 장어를 먹을 때 봤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판자 끝에 못을 하나 박고, 거기에 대가리 부근을 고정시킨 다음 껍데기를 훌러덩 벗기는 것이였습니다.

장어가 커서 힘들었으나 생각보다 껍질이 쉽게 벗겨졌습니다.

와이프가 생선요리용 칼을 특별히 내줘서 장어를 양쪽으로 살집만 발라내 토막을 냈습니다.

몸통 중심과 내장, 머리부분은 탕을 끓이기 위해 따로 분리했습니다.

 

그 다음은 궈먹을 BBQ를 준비했습니다. ㅋㅋ

이사올 때 한국에서 고추장 담아왔던 '순창고추장 양철통'을 가지고 급조를 했습니다. 한 10분 걸렸냐? ㅎㅎ

신발장 만들면서 남겨뒀던 판자들로 불을 피웠고, 웨월하우스에서 사온 BBQ용 숯을 더 넣었습니다.

그리고 한양마트에서 사온 석쇠를 얹음으로써 구워먹을 준비 끝..

 

마당에서 지글지글 장어를 궜습니다.

반은 소금구이, 반은 양념구이. 숯불에 고구마도 넣고, 어제 먹다 남은 새우도 굽고..

[1차 소금구이.. 저 꼬리는 제가 먹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양념구이용 장어와 소시지]

 

[양념구이.. 제가 만든 BBQ통 멋지지 않습니까?]

 

이곳 사람들은 BBQ파티를 자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맛에 즐겨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고창 할머니댁에 갔을 때 식구들이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 궈먹었는데 말입니다.

 

훈이가 엉겹결에 잡은 장어 덕분에 아주 행복하게 보낸 주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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