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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토로후섬 훈련장 사용에 日 발끈 [세계일보]

by 뉴질랜드고구마 2010. 7. 7.

러 에토로후섬 훈련장 사용에 日 발끈

세계일보 | 입력 2010.07.07 21:19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 중인 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북방영토 에토로후(擇捉)섬을 훈련장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6일 국방성 홈페이지를 통해 에토로후섬의 오크차 방어연습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방성은 1500여명의 병력이 이 섬에 상륙해 가상 적 섬멸을 위한 정찰과 수색, 전차 및 자주포 포격 훈련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이날 밤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라면서 "우리로서는 (러시아의 훈련을) 인정할 수 없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러시아 측을 비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7일 보도했다. 오카다 외상은 주러 일본대사관을 통해 러시아 외무성에 항의를 전달했다.

'보스트크(동방) 2010'으로 명명된 러시아의 이번 훈련은 태평양 함대 사령부와 극동, 시베리아 관구사령부 산하 2만명의 병력과 70대의 전투기, 30대의 전함이 참여했다. 2008년 훈련 때는 병력이 8000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대폭 커졌다.

러시아는 오카다 외상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관계를 고려해 에토로후섬 훈련을 피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러 양국은 간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에 캐나다 G8(주요 8개국)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해 수뇌 레벨에서 노력하자"고 합의하면서 해빙무드를 맞는 듯했지만 이번 훈련으로 인해 당분간 냉기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군사훈련이 일본의 북방영토 반환 요구를 견제하는 것 외에 천안함 사건 등으로 긴박해진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토로후섬은 일본 훗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잇는 20개 도서 가운데 최남단의 섬으로 구나시리(國後),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등과 함께 북방 4개섬으로 불린다. 일본의 영토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인 러시아가 접수해 통치하고 있어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계속돼 왔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