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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모두 만족하는 나들이..

by 뉴질랜드고구마 2011. 6. 19.


어제 토요일은 간밤에 비가 많이 내리고,

아침에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는 바람에(?) 급하게 계획을 세우셨던 분들이 많을것 같습니다.

저도 포기하고 아침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하늘에 구름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기분이 절로 좋아지더군요.

대충 아침겸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막 챙겨서 트렁크에 넣고 출발했습니다.


또 파키리..


출발 할 때는 구름이 간간히 있었는데

북쪽으로 갈 수록 하늘이 완전 좋아집니다.

마타카나에서 주유도 하고, 간식도 사고..

근데 갑자기 아이가 똥이 마렵다고 합니다.

정작 똥은 안나올것 같은데..

베이비시트에 앉아서 낑낑거리고 있는 폼이... 보기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ㅡㅡ;;

계속 차를 몰기에는 거시기하고...

중간에서 멈췄습니다.


예전에 와서 한나절 놀았던 기억이 있는

'Matheson Bay Reserve'

'리' 마을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아들놈은

차에서 내려 잔디밭을 조금 뛰어다니더니 금새 화장실로 달려가 똥을 왕 많이 눟고 나옵니다.

컵라면 끓여서 한사발씩 하고 바다를 살펴보니 파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 '리공동묘지 아래'바다라고 생각하며 한치낚시를 시도해 봤던 곳에서 한치낚시를 해보기로 합니다.

아내와 아이는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리'에서는 낮에도 한치가 잡힌다는데.. 여기서도 분명히 잡힐것이다..라고 시도를 해보건만

20분째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한번은 애기가 바닦에 걸리기까지 하고..

바지장화 덕분에 슬슬 걸어들어가 애기를 빼왔습니다.

한치낚시 포기.. ^^;;


로우타이가 4시 무렵이니..

물이 점점 더 빠지기 시작합니다.

비치옆쪽 갯바위가 더 모습을 드러내고... 아까 한치낚시를 하던곳은 반절 이상이 바닦을 드러냈습니다.

자세히 보니 해초가 하나도 없는 완전 돌판입니다. 거기다가 애기를 던졌으니 반응이 없을 수 밖에요. 


이번에는 원투 채비를 바리바리 챙겨들고 갯바위로 나갑니다.

다행히 아내와 아이는 내가 뭘 하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갯바위로 슬슬 나가보니 천혜의 낚시터가 따로 없습니다.

좀 아쉬운점이라면 왼쪽 10시 방향부터 오른쪽 2시 방향 사이에다가만 캐스팅을 해야 한다는 것..

혹시 고기가 물었을 경우 왼쪽 갯바위쪽으로 붙으면 줄이 끊어질 염려가 있다는것..

그래도 손맛이라도 좀 보자는 심산으로 가지채비 윗쪽에만 필차드 한마리를 걸어서 던졌습니다.

... ...


1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네요.

멀리 보니 비치에서는 아들놈이 막대기로 뭘 그리면서 신나게 뛰어다니고...

아내는 앉아 있는데 슬슬 나를 부를 때가 된것 같아서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ㅡㅡ;;


드디어 첫번째 신호가 왔습니다.

어라~ 근데 이놈이 물자마자 갯바위로 쳐박혔는지 꿈쩍도 않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사이로 꿈찔꿈찔 하는 움직임은 느껴지는데...


아 이걸 땡겨 말어.. 기다릴까.. 시간도 없는데 줄 끊고 그냥 다시 채비 달아야 하나?


한 오분을 그렇게 버티다가 살짝 줄을 놔주니 와 이놈이 쓱 줄을 끌고 나갑니다.

이때다 계속 줄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놈이 10시 방향으로 붙습니다. ㅡㅡ;;

나는 얼른 갯바위 사이를 뛰어 넘으며 2시 방향으로 가고.. 

흐미.. 가서 땡기려고 보니 줄이 처음 서 있던곳 갯바위에 걸려 있습니다.

다시 원래 위치로 점프, 점프하면서 릴을 계속 감고 가보니..

바로 아래 큼지막한 카와이 한마리가 도착해있습니다. ^^*


일단 한마리 잡았으니.. 손맛은 봤고.. 이제 아내가 나오라고 불러도 상관없는 상태..

다시 캐스팅..

이번에는 돌아서기가 무섭게 낚시대가 휘어 듭니다.

또 큼지막한 카와이....다음에 작은 카와이..

다음에는 약하게 움직이는 초릿대를 보며.. 끌어올려보니 우럭 한마리..


그 다음 한마리는... 겁나 땡기고 나가며 힘쓰고...

10시 방향 갯바위로 붙나 싶더니 줄이 끊어집니다. ㅡㅡ


... ...


슬슬 철수 하려고 카와이 피를 빼고 대가리를 자르는데

머리가 히끗한 할머니 한분이 옆에 서서 보고 있습니다.

움찔.. ㅡㅡ;; (음매 챙피한것..)

아예 옆 바위에 앉으며 구경할 자세를 취합니다. ^^;;;

할머니는 타이티에서 사는데, 뉴질랜드에 2주간 휴가여행을 왔다고 합니다.

자기도 타이티에서 낚시를 즐겨한다.. 남프랑스가 고향이다... 타이티에서 영어와 불어를 가르친다.. 등등..

너는 뭐하냐? 가족도 여기 왔느냐?  왜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왔냐? 등등


할머니가 그럽니다.

카와이 대가리는 안먹냐? 생선 대가리 스프가 맛있는거 모르느냐? 등등.. 카와이는 노굿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신호가 왔습니다.

엄청난 힘 대결..

이제 제법 요령이 생겼습니다. 슬슬 끌어 올려보니 윘족에는 스네퍼, 아랬족에는 카와이...  "1타2피"

할머니가 '액설런트~~"를 외쳐댑니다. 으메 부담스러운것..

갯바위에 산책나온 키위들도 삼삼오오 구경오고.. ^^;;;

(카와이 목 따놓은것 때문에 갯바위 틈에 핏물이 홍건한데... 핏물을 다 퍼낼 수도 없고... 완전 시선무시하고 바다만 봤습니다.)

... ...


멀리 비치를 돌아보니 아이와 아내가 보이질 않습니다.

갯바위쪽을 보니 저만큼 뒤에 와 있습니다.

아내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는것 같았습니다. ㅜㅜ


이제 정말 철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신호가 옵니다.

이놈도 첫번째 처럼 바위틈으로 쳐 밖혔나 봅니다.

움찔 움찔은 하는데 도통 따라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뒤에서 구경하던 프랑스할머니도 아마 바위에 머리를 박은것 같다고... 아쉬워 합니다.

줄을 땡겨서 포기 할까 하다가 아예 줄을 쫙 풀어줬습니다. 이번에도 달고 나가네요. ^^*

마지막으로 끌어올린 카와이.

오늘 잡은것중에 제일 컷습니다.

뒤에 앉은 할머니..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크다'며 호들갑을 떨어쌉니다. 치


비치로 나오니...

아들놈은 계속 신이나서 뛰어다니고 있는데, 뒤치닥거리 하던 아내는 완전 저기압입니다. ㅡㅡ;;

임무교대. 아내는 차에서 쉬라고 하고..

아이 데리고 30분정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타카나 리쿼샵에서 시원한 맥주한병 사가지고 손에 들려주니...

굳어졌던 아내 표정이 금새 밝아집니다.


... ...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낚시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



@ 오늘 조과입니다.


시티카운슬 지도 보는곳 : http://maps.aucklandcouncil.govt.nz/AucklandCouncilViewer/?feature=park,Scandr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