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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가구쟁이 2년째..

by 뉴질랜드고구마 2012. 1. 25.

오늘 1월 25일은

뉴질랜드에 와서 '가구 만드는일'을 시작한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2010년 1월 27일(금요일)날 회사에 처음 출근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의미를 두고자 하는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구공장에 이력서를 냈을 때만 해도 의욕은 대단했습니다.

한국에서 청소일 8년 했으니, 뉴질랜드에서도 청소관련 일을 하는게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일과 다른 새로운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더 컷습니다.

그 때 마침 가구공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고, 면접 후 바로 일을 시작.

그리고 1달, 2달.. 6개월.. 1년..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1년은 참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일 시작하고 5kg 정도 체중이 줄어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ㅎㅎ

싫은 소리도 많이 듣고, 나름대로 좌절도 많이 하고.. ^^;;;

한국에서 청소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그때는 운영자로서 힘들었던 것일 뿐이고,

뉴질랜드에서는 단순 육체노동자로 빡센 노동을 견디는 자체가 힘든것 같습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노동조건이나 여건이 상당히 다르다는걸 느낍니다.

물론 하루 8시간 근로시간 자체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8시간은 상당히 느슨한것이 사실입니다.

중간중간 '나름대로' 쉴 수 있는 시간도 있고, 노동강도 면에서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떨까요?


하루 8시간 근무라면,

8시부터 일 시작해서 10시 30분까지 일 한 후 15분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10시 45분부터 12시 30분까지 일을 한 후 30분 점심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오후 중간에 15분 휴식을 취한 후 5시 퇴근을 합니다.


가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근무시간과 일을 하는 여건은 대체로 비슷한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일 하다가도 차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고, 개인 전화나 인터넷을 잠깐씩 하기도 하는데, 뉴질랜드에서는 그런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지요. 일 할 때는 일만 해야합니다. ^^;;


그나마 다행인것은 주5일 근무입니다.

아마도 닷세동안 버틸 수 있는것은 토요일 일요일 휴식이 주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조건 하나만으로도 지금 다니고 있는 공장에 만족합니다. ^^*

... ...


한국에서 청소 관련 일을 8년 정도 했던것에 비하면...

가구만드는 일 2년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생계걱정이나 특별한 걱정 없이 무작정 일만 했었는데

지금은 당장 내게 딸려있는 처자식과 미래를 걸고 하는 일이라

육체적 힘듬 보다는 심리적 힘듬이 더 큰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어려운 가운데서도 똘똘 뭉쳐서 잘 생활해 나가는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빠듯한 봉급에도 싫은 소리 한번 없이 살림을 꾸려나가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특별히 아픈곳 없이 잘 크고있는 다현이에게 감사하고,

육체적 힘듬을 이겨나갈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는 스스로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 ...


몇년 전엔가 어머니가 이런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골에서 농사일만 하면서 그만저만하게 생활하던 아버지를 보고

광주에서 건축관련 일을 하시던 둘째 삼춘이 그러셨답니다.

'자네는 손재주가 있으니 망치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살겠네. 그러니 광주로 올라오소'라고 하셨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내 그 말을 듣지 않으셨고... 농사일에 지쳐 40대 초반에 운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문득 어머니께서 말씀 하시던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던 손재주를 광주에 있는 형이나 내가 물려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 ...


부모님은 자식들이 손재주나 몸을 써서 먹고 살기 보다는

머리를 써서 먹고살기를 바라셨고, 그래서 교육을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셨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몸을 써서 먹고사는 일을 하게 되었고..

또 다시 내 후세에는 그렇게 몸을 써서 먹고 사는게 아니라

머리를 써서 먹고살기 바라는 마음에 이 먼 뉴질랜드까지 오게 되었으니...

어떨 때는 바보스럽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고로 '어른 말씀'을 잘 들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 ...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한 1000일을 그와 관련 된 일을 해야한다.'


내년 오늘은 '가구쟁이 3년째'란 글을 쓰고 있을까요?


@ 내가 주로 만드는 가구들입니다. 책장, 서랍장, 옷장 등

@ 조립대.

@ 가구를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부수적인 작업을 위한 Tool,

   테이블톱, 라우터, 벨트센딩기, 센팅기 등

@ 원목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센딩기들..

@ 공장에 들어오는 원목은

   두께 21mm에 폭이 290mm, 240mm, 180mm, 140mm, 70mm가 있습니다.

   요것들을 적당히 붙여서 책상 상판, 옷장 상판, 옷장 옆판 등을 만듭니다. 일명 라미네이팅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