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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계륵(鷄肋), Floppy Disk

by 뉴질랜드고구마 2012. 5. 3.

위키백과 검색을 보면 계륵을 이렇게 말합니다.


[계륵(鷄肋)은 고사성어로 한국어로 그대로 풀어보면 '닭의 갈비'라는 뜻이다.]

실생활에서는 큰 쓰임이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상황, 물건을 나타낸다.


후한서"양수전에서 처음 나온 용어이다. 당시 위나라의 승상 조조는 촉나라의 군주 유비와 한중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이 와중에 그는 진격을 해야할 지 퇴각 해야할 지에 관해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늦은 밤 암호를 정하기 위해 찾아온 부하에게 조조는 단지 계륵이라고만 할 뿐 다른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부하는 돌아가 장수들과 계륵이 무슨 뜻인지 서러 이야기하였으나 아무도 영문을 알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조조의 부하 중 한명인 양수는 바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장수들이 의아해 하는 가운데, 양수는 "닭갈비는 먹을 만한 살은 없지만 그대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부위이다. 결국 이 장소를 버리기는 아깝지만 대단한 땅은 아니라는 뜻이니 버리고 돌아갈 결정이 내릴 예정이다.(夫鷄肋 食之則無所得 棄之則如可惜 公歸計決矣)"라고 언급하였다. 조조는 이튿날 한중 땅에서 철수 명령을 내렸다.


<삼국지연의>에는 이러한 뜻을 간파한 양수를 시기한 조조는 군율을 어지렵혔다는 이유로 양수를 참형에 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계륵이라는 것은 한중이라는 땅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당시 조조가 처한 상황으로 보는게 낫다. 유비의 공격에 한중을 지키기 힘들었고 그렇기에 나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다.

... ...


'계륵'

내 이야기를 삼국지에까지 빗대는 것은 조금 우스운 이야기겠지만요,

내게도 계륵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격은 습관이 쌓였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필요 없어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


한국에서 살던 때도 그랬고, 뉴질랜드에 건너와서도 그렇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Floppy Disk'에 관해서입니다.

3년전에 이사오면서 바리바리 챙기던 짐박스에 들어있던 플로피디스켓들입니다.

대학시절에 생활하면서 저장해 놓은 여러가지 것들이 들어있던 것이지요.

전공, 동아리, 신변잡기 등 여러가지 글이나 사진들이 들어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한보따리 플로피디스켓을 버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플로피디스켓 보따리 중 한개의 디스켓 안에 1996년에 다녀왔던 '유럽배낭여행'에 대한 여행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그 때는 컴퓨터에 플로피디스켓 드라이브가 달려 있었으므로)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서 쓱 열어봤으면 찾았을 자료인데, 

'그냥 거기 들어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뭉퉁그려서 가지고 다녔던 것입니다.

... ...


이번에는 꼭 필요한것을 찾고, 모두 버려야겠다라고 맘 먹었습니다. 

(그게 6개월 전 이야기입니다. ^^;;)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는 Floppy Disk 드라이브가 없습니다. 

그래서,

트레이드미에서 플로피디스켓 드라이브를 찾던중에 $1에 하나를 얻었습니다만 택배비가 $5 입니다. ^^;;

@ 트레이드미에서 산 플로피디스켓 드라이브


usb 형식으로 된 드라이브를 컴퓨터에 붙이고 디스켓보따리를 풀어놓고 하나씩 넣고 돌려봅니다.

두개중 한개는 에러가 나서 전혀 열리지가 않습니다. ㅡㅡ;;

'우째 이런일이...'

그래도 내가 찾고자 하는 '배낭여행기'는 어디엔가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디스켓을 끝까지 열어보고, 

처음부터 한번 더 열어보고 했는데... 찾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절망감'도 이런 절망감이 있을까요.


언젠가, 언젠가는 꼭 완벽하게 정리해 마무리 짓겠다던 '유럽 배낭여행기'가 

고스란히 기억속으로, 추억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순간입니다.

하... 허망합니다. 

이제부터는 필요한 부분만 끄집어 내서 추억해 봐야겠네요. ^^;;

... ...


꼭 찾던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디스켓 안에 있던 내용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 디스켓 반절은 에러가 나서 열리지 않고, 겨우 건진 파일들입니다. 중요한건 없네요. ㅡㅡ;;


아마도 한글파일들은 대학시절 교양과목 리포트 썻던 내용 같습니다.

사진파일들은 배낭여행 하면서 찍었던 사진중에서 몇장 '스캔'을 했던것 같고요..


폴란드 크라쿠프지방에 있는 비엘리치카 소금광산과 주변에 있던 개미시장 풍경.

@ 벨기에 브뤼쉘에 있는 오줌싸게 동상 & 스위스 인터라켄.. 

@ 오슬로 근교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 독일 분단의 상징 브란덴브르크 문


... ...


그리고 또다른 그림파일들도 있었네요.

대학 졸업 무렵에..

개인홈페이지를 만든다고 가족사진들을 스캔했었나 봅니다.


@ 아버지랑 무등산인듯...

@  아버지 술 한잔 하시고.. 나는 노란 나팔바지 입고.. 


@ 아버지.

@ 완전 젊으셨던 시절..

@ 저때는.. 동네에서 관광을 가셔도 꼭 정장을 차려입고 가셨나 봅니다. ^^*


@ 여기까지가 내 사진..

@  아버지 어머니 결혼사진.


... ...


이번 기회에 잡단한 물건들을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아직도 게라지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수십박스의 책들로 부터 

잡다한 공구들... 사용하지도 않는 전자제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