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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꿀 따기. 'bee keeping'

by 뉴질랜드고구마 2013. 8. 10.

뒷뜰에 벌통을 가져다 놓은지 2달이 다 되갑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한 날을 제외하고는 부지런히 벌통 주변을 오가는 벌들을 보면 신기 할 뿐입니다. 밖으로 나가서 꿀을 가지고 오는지는 모르겠고, 뒷다리 가득 화분을 붙여 들어오는 벌들을 보면 괜히 신이납니다.


벌통을 한번 열어보고 싶은 욕심이 슬슬 생깁니다.

이스트 타마키에 있는 양봉용품 점에서 머리에 쓰는 망, 벌통안에서 '소비'를 꺼낼 때 쓰는 '칼', 벌통을 열어 볼 때 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스모커'를 샀습니다. 

준비를 끝내고 햇살 좋은 맑은 날만 기다립니다.


@ 제일 중요한 망입니다. 


아무때나 벌통을 열어 볼 수는 없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차갑고 비가 자주 오는 겨울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벌통안 기본 온도는 35도.

벌통을 열어제끼고 이리저리 만지면 벌통안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게 되고

이렇게 내려간 벌통 온도를 회복하기 위해 일벌들이 체력을 소모하며 온도를 원상복귀 시킨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너무 좋은 오늘 드디어 벌통을 열었습니다.

오늘 벌통을 열어보는 목적은 벌통을 사올 때부터 들어있었던 '진딧물 약재'를 제거하고 벌들이 잘 지내는지 관찰하기 위해서 입니다.

유튜브나 텔레비젼에서 여러차레 본 것을 흉내내, 스모커에 불을 붙여 연기를 품어대며 뚜껑을 열고, 맨 처음 소비를 한장 꺼내봅니다. 난데없는 침입자에 벌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그 벌들을 쫓을 양으로 더 많은 연기를 뿜어내니 오히려 내 눈이 빠질려고 합니다. ㅡㅡ;;

@ 곧 닥칠 혼란을 모른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벌들입니다.

@ 첫번째 소비. 꿀이 70%정도 차 있습니다.

@ 마개가 막혀 있는 것은 꿀이 가득찬것들입니다.

@ 두번째 소비. 가장자리로 꿀이 가득차 있고, 중앙에는 알들이 가득합니다.


첫번째 소비를 꺼내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꿀이 가득합니다. 뚜껑이 막혀있는 것은 완숙된 꿀이 들어있고 아직 뚜껑이 막혀있지 않은곳은 계속 꿀을 넣거나 수분을 증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두번째 소비를 꺼냈습니다. 소비 중앙부분에 알이 가득합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여왕벌이 계속 알을 낳고 일벌을 기르고 있습니다. 

더이상 소비 꺼내보는것을 멈추기로 하고, 첫번째 소비에서 꿀을 채취해 보기로 합니다.

준비해놨던 공소비를 대신 끼워넣고 꿀이 가득한 소비를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꿀을 따낼까 궁리하다가 벌집 마개를 칼로 잘라내고 난로 앞에 세워놨습니다. 꿀이 찔끔찔끔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는 하루내내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을 바꿔서 소비에 있는 밀납을 통째로 오려냈습니다.

그리고 수저로 밀납을 꼭꼭 눌러서 채에 받쳐놓습니다. 최대한 빨리,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시간을 더 끌다가는 엄청난 개미떼와 전쟁을 치뤄야 할 것입니다. 


@ 보기만 해도 오집니다. 아내 한덩어리, 다현이 한덩어리, 내 입으로 한덩어리.. 


@ 1L 짜리 유자차 병에 담았습니다. 

   정상적으로 한다면 소비한장에서 1L 이상 꿀이 나올것 같습니다.

@ 어제 카운트다운에서 사온 꿀들과 비교해봅니다.

   첫번째 것은 마누카우 꿀, 두번째것은 다현이 것, 세번째 것은 오늘 딴 꿀입니다.


오늘 꿀 채취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엇그제 카운트다운에서 꿀을 사왔습니다.

작은 병에 있는 마누카우 +12는 아빠가 아침에 공복에 한숫가락씩 먹습니다.

두번째 병에 있는 일반꿀은 다현이랑 엄마가 한숫가락씩 먹기 위한 것입니다. 이제 중간병은 다현이가 먹고, 오늘 채취한 꿀은 엄마가 먹기로 합니다.

@ 500ml 꿀 한병이 대략 $6 정도 합니다. 정말 착한 가격입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낀 하루였습니다.

질좋은 꿀을 저렴하게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직접 벌을 키우고 거기서 어렵지 않게 꿀을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