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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사모아인은 왜 열광하고 있는가?!!

by 뉴질랜드고구마 2022. 11. 19.

2주 전 주말과 지난 주말 뉴질랜드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을 보았습니다. 뜻하지 않게 광란의 현장에 포함되어 사모안들의 열광을 보면서 '다들 미친 거 아녀?'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며칠 동안 사모아에 대해서 검색도 해보고 주변 사모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해가 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언론에서는 '난동'으로까지 표현하며 자동차 본닛에 올라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던 한 여자가 차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하며 돌아오는 결승 경기 전후에는 경찰이 더 많이 투입돼서 질서유지에 나설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지금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럭비 리그 2021에서 사모아팀이 준결승을 거쳐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모아팀 승리에 환호하는 사모아인들이 타운센터에 모여 자축하는 것이지요. 정도가 심하게... 아래 동영상을 한번 보시죠.

두 번째 동영상은 어떤 친구가 자기 자동차 지붕을 내주며 올라가서 촬영하라고 하길래 루프랙에 앉아 찍은 영상입니다.

현장 시간 새벽 6시입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4시부터 나오기 시작했답니다. 삼삼오오 걸어서 모여드는 사람들 손에는 죄다 사모아 국기가 들렸고, 오늘을 위해 준비한 듯 온갖 개조를 한 자동차들은 내외부 스피커로 누가 더 크게 음악을 울릴 수 있나 내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모여든 인파는 자동차가 미쳐 내지 못한 소음을 마무리해야 하는 기세로 소리도 지르고 폭죽도 터트리며 광란의 몸짓을 합니다.

왜 이렇게 사모아인들은 열광하는가? 뉴질랜드에는 사모아인들이 대략 10만 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사모아 본국에는 20만 명, 옆 아메리카 사모아섬에는 5만 명 정도 거주합니다. 그러니까 뉴질랜드에 상당히 많은 사모아인이 거주하는 셈이지요. 역사적으로 보니 한국 못지않게 질곡의 역사네요. 1차 세계대전 전후에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았고, 2차 세계 대전 후에는 서사모아는 뉴질랜드의 통치, 동사모아는 미국령이 되었습니다. 나라가 갈라지고 식민지가 된 것이지요. 오랜 투쟁 끝에 1962년 서사모아는 독립국가가 됩니다. 동사모아는 그냥 아메리카 사모아로 굳어졌습니다.

sisain 기사중 인용


원래 태평양 주변 섬나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인도네시아 쪽에서 배 타고 출발한 폴리네시안들이 수천 년에 걸쳐 동쪽으로 나가 여러 섬들을 지나 하와이 부근에 최종 정착합니다. 도중에 섬들에 살던 사람들은 또 수백 년의 시간 동안 항해를 시작해 남쪽으로 와 뉴질랜드에 정착했는데 마오리족이죠. 이야기를 거꾸로 돌려 보면 사모아인이 마오리족의 조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먼 손자뻘 마오리족 나라 뉴질랜드에 50년 넘게 통치를 받다가 겨우 독립한 나라는 아주 가난합니다. 사모아 본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와서 온갖 힘든 일 허드렛일 하며 생활하는 사모아인들입니다.

똑같이 생긴 마오리족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나라에서 주는 온갖 수당으로 먹고 마시며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부화가 날만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사모아인들의 우수성을 인정받는다고 해야 할까요? 한국에서도 이랬습니다. 어린 시절 링 위에 올라 목숨 걸고 주먹을 주고받던 권투선수들에 온 나라가 열광하는 걸 보곤 했습니다. 그들이 일본 선수도 꺾고 미국 선수도 꺾고 황금색 벨트를 번쩍 들어 올리면 온 나라가 며칠이고 들썩이며 환호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와 다를게 하나 없는 거지요.

이날 아침 광란의 인파에 휩싸였을 때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고 놀라워 '촌놈들 아주 환장을 했구나' 였죠. 그러다가 그들과 함께 손뼉 치며 환호해 줬습니다. 군중들에게서 벗어날 때쯤에는 눈물이 납니다. 짠하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 이렇게라도 화를 풀어야지...'

힘내라 사모아-!!
열광해라 사모아-!!!



○ 사모아 지도



○ 사모아 시간 변경선 관련 재미있는 기사 링크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705261430911130



○ 사모아 국기 빨간색 바탕에 왼쪽 상단에 그려져 있는 작은 파란색 직사각형 안에는 하얀색 남십자자리가 그려져 있다. 빨간색은 충성, 하얀색은 순결, 파란색은 애국심과 남태평양을, 파란색 바탕의 5개의 남십자자리는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뉴질랜드를 의미한다.

1948년 5월 26일에 제정되었던 당시의 국기에는 뉴질랜드의 국기와 같이 4개의 별이 그려져 있었으나 1949년 2월 24일에 1개의 별을 추가한 5개의 별로 수정되었다.



○그림 인용한 시사인 본문 링크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Amp.html?idxno=23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