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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뉴질랜드 종강식과 방학

by 뉴질랜드고구마 2022. 12. 20.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옛말 틀린게 하나 없습니다. 아이들 학교 종강식에서 다민이는 상을 받고 다래는 못 받았습니다.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묘한 시간입니다.

아이들 학교 종강식이 일주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삼주 전부터 학기가 마무리되고 방학 분위기에 들어갑니다. 4텀 10주 중에 마지막 3주는 거의 놀면서 보내는 셈이지요. 이때를 이용해 일찌감치 장기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도 제법 있습니다.

수요일은 1-2학년, 목요일은 3-4학년, 금요일은 5-6학년, 금요일 저녁에는 7-8학년(Intermediate, 중학생) 종강식 겸 8학년 졸업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다민이와 다래는 목요일 오후에 종강식을 함께 치렀습니다.

종강식은 아이들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근처 교회로 이동을 해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물론 학교 강당도 있으나 시설이 좀 열악해 종강식 같이 큰 이벤트는 해마다 이곳에서 진행합니다.

세칸건너 한장씩 의자위에 둔 순서지

어른들이 입장을 위해 문 밖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이 줄지어 언덕을 올라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젖은 머리는 아랑곳없이 상기된 얼굴로 부모들을 지나쳐 강당으로 들어가네요. Year3 다래반이 들어갔고 곧 Year4 다민이 반도 곧 들어갑니다. 아이들이 강당 안에 자리를 잡으니 현관문이 열리고 학부모들 입장이 시작됩니다. 학부모라고 해봐야 얼핏 5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80명 정도(1반이 대략 20명, 2개 학년 4개 반) 되고 선생님들이 10명 정도니 조촐한 행사입니다.

종강식은 아이들 대표가 사회를 보며 진행을 합니다. 기도 후 국가 제창이 이어지고, 곧바로 3학년 담임 선생님이 과목별 성적 우수 학생을 호명하면 무대에 올라가 교장선생님과 악수 후 담임 선생님께 상장을 받고 무대 앞에 섭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2-3과목에 걸쳐 우수상을 받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다 상장을 받으면 무대 앞에 나란히 서서 포토타임을 갖고 바로 그다음 반 시상.

공연중인 다래

3학년 시상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 공연이 시작됩니다. 두곡을 하는데 마지막곡은 마오리 노래입니다. 다래가 요 근래 집에서 가끔 보여주던 게 저 율동이었네요.

오늘 아침에 밥 먹으면서 아빠랑 엄마는 다민이나 다래가 상을 받던 못 받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1년 동안 학교에 재미있게 다녔고 친구들과 잘 놀았고, 선생님 말씀 잘 들었으면 그게 잘한 것이다. 오늘 종강식에서 친구들 상 받을 때 박수 열심히 쳐주어라.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맨 앞줄에서 왠지 허전한 표정으로 노래 부르며 율동을 하고 있는 다래를 보니 찹찹 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But.. 다래가 생일이 빨라 언니&오빠들 반에 들어가 1년을 보냈으니 힘들만도 했고 성적이 반짝반짝 할 수 도 없었겠구나 위안삼습니다.

중간 공연, 마오리 노래와 율동


다음은 4학년입니다. 며칠 전에 종강식에 꼭 참석하시라는 이메일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지라 다민이가 상장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다민이도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아침에 집에서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교회 안에 들어와서 멀리 보이는 모습도 여전히 싱글벙글한 표정이고 노래할 때도, 율동할 때도 당황한 모습보다는 흥에 겨워하는 모습.

다민이는 테크놀로지 과목에서 상장을 받았습니다. 컴퓨터나 과학 쪽 관련돼서 나름 두각을 나타냈나 봅니다. 영어나 수학 과목에서 상을 받았으면 더 좋았겠으나 뭐면 어떻습니까? 뭐든 받고 즐거워하면 되지요.

과목별로 상받은 아이들

과목별 시상이 끝나면 외부 기관이나 재단 같은 곳에서 주는 상장이 또 서너 가지 있습니다. 스포츠나 미술, 노래나 악기 경연대회 참석 후 받은 상이 학교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그다음에 1년 동안 다방면에서 제일 활발한 활동을 한 학생을 뽑아 반별로 시상합니다. 종강식 하이라이트는 각 학년별로 1명을 선정하는 최우수상입니다. 이 상을 받은 학생은 학교 출입구에 걸린 액자에 이름이 각인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교장선생님 축하말씀 중

......

며칠 동안 일하면서 내내 어릴 적 시골에서 살 던 때를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이런 기쁨에 그 고생을 하면서도 살아갈 수 있었겠구나. 소 보다 더 힘들게 농사일하면서도 삼월부터 십이월까지 매월 자식들이 받아오는 상장들을 보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었겠구나. 살림살이는 찢어지게 가난했어도 내 자식들이 이장댁 아이들보다, 면장댁 아이들보다 더 공부를 잘한다는 보람으로 자랑으로 그것을 에너지로 살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