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가짜 건강식품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체질이나 몸 상태에 따라서 증상이나 부위에 들어맞는 약이나 건강식품을 복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야 두리뭉실하게 그냥 건강에 좋다더라 하고 한약을 먹든지 겨우 비타민 정도나 먹었는데 말입니다.
오후에 쉴 시간이 되면 아내가 알약을 챙겨줍니다. 어떨 때는 4개 였다가 어떨 때는 5개 정도 되는 각각 다른 모양과 색깔의 알약을 주는데 그저 몸에 좋으려니 하고 입에 털어 넣습니다. 정말 몸에 효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찬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갖가지 건강식품 병들이 내 것과 아내 것 아이들 것 뒤섞여 있습니다. 나만 제대로 모르지 아내와 아이들은 자기 것 잘 찾아 먹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제철에 나는 음식 골고루 잘 먹는게 건강한 비결이지 하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50에 접어들고 몸으로 밥 벌어먹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3년 전쯤에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무릎이 심하게 절여서 잠들기가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도 어쩌다가 그럽니다만... 침 맞으러 방문했던 한의사께서는 퇴행성관절염이라는 무시무시한 답을 내놓으셨고 여기저기 웹검색을 해봐도 비슷한 병명이 나옵니다.
뉴질랜드에 와서 일하면서 사계절 습관처럼 입고 지냈던 반바지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혼자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의 10년을 더우나 추우나 반바지만 입고 일했는데 사철내내 선선한 공기가 있는 쇼핑몰 안에서 일하면서 무릎에 찬바람이 들어갔나 싶은 거죠. 어쨌든 그 이후로는 집에서도 반바지는 거의 입지 않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활정보지나 한인 상대로 하는 커뮤니티사이트 광고에 제일 많이 눈에 띄는게 건강식품 광고이고 그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게 초록홍합으로 만든 여러 가지 건강보조식품 광고였습니다. 무릎이 아프기 전에는 허투루 봤는데 무릎이 아프다는 말에 아내가 성능이 제일 높다는 제품을 사온 후로는 날마다 한 알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는 무릎이 안 아프네~!!?? 100%는 아니지만 어쨌든 잠자기 전 느껴야 했던 심한 고통이 없어졌으니 약효가 있는 거지요?
한국에 방문할 때 선물로 가지고 가 어머니와 나이 들어가는 가족들에게도 드리고 또 챙겨야 하는 어르신들에게도 드리고... 얼마 전에는 아야 통에 홍합 그려진 게 거의 다 떨어졌다. 몇 통 보내라 하시는 전화기 너머 어머니 말씀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왜 '약을 파냐'라고 하실 텐데... 엊그제 가끔 가보는 커뮤니티 사이트 '알고 싶어요'란에 올라온 글이 자꾸 생각나서입니다. 글 올린 사람이 궁금한 건 이겁니다.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데 어머니가 어디서 뉴질랜드 홍합이 그려진 건강식품을 한통 가지고 와서 복용하고 있는데 효과가 굉장이 좋다고 해서 추가구매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통에 적힌 제품 이름이나 뉴질랜드 주소를 검색해 봐도 제대로 나오는 게 없다. 이 건강식품이 진짜 From 뉴질랜드냐?라는 궁금증입니다.
뉴질랜드와 관련된 호기심에 글과 함께 올려진 사진속 제품이나 회사명, 주소를 보니 얼른 봐도 가짜네요. 요즘도 한국에서는 저런 게 먹히나 싶네요. 한국 뒷골목이나 중국 어디서 만들었을 가짜입니다.
수많은 건강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뉴질랜드에서는 저렇게 했다가는 며칠 못 가서 신문에 나올 일입니다. 나름 자정작용이 강력하다는 이야기죠.
아무튼 가짜 약인줄 모르고 잡수고 효과 보셨다는 그 어머니는 크게 '플랙시보효과'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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