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뛰어 놀면 머리에 땀이 흠뻑 젖는 다현이와 다민이.
200ml 젓병 한병 빨아먹고 나면 온 머리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셋째 다래까지.
아빠를 닮아서 땀이 많은 아이들.
... ...
여름이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학기에 한번 머리손질을 하고 방학과 함께 자유인이 된 다현이 머리는 한여름 풀 자라듯이 수북히 자랐습니다.
지난주부터 머리 손질하기로 이야기가 오갔고 이번에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기로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머리 손질할 때 전기바리깡에 머리카락이 조금 찝혀서 울고불고 했던 기억때문에.
... ...
오늘 오전에 미용실에 가기로 한 다현이한테 물어봤습니다.
'다현아 미용실가서 머리 손질하면 $15 내야 하는데, 그냥 아빠가 머리 손질해 주고 그 돈으로 LEGO를 사는거 어때?'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다현이는 'OK'
올 여름은 더 덥다는데 조금 많이 잘라서 시원하게 해줄께.
다현이한테도 물어보고, 아내한테도 물어보고, 모두 좋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욕실 의자에 다현이 앉혀놓고 또 한번 물어봅니다.
'군인 아저씨 스타일이다 ?!, OK ?'
'OK' 얼른 머리 자르고 LEGO사러 갈 생각에 바로 대답이 나오네요.
혹시나 해서 바리깡을 들고 거실로 나가서 아내한테도 다시한번 물어봅니다.
'좀 짧게 잘라줄라는데, 괜찮겠지?'
'잘 잘라주지, 또 울리지나 말고' 라는 아내의 답변.
오늘은 바리깡에 오일도 발랐으니 머리카락이 찝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현이를 슬슬 구슬려가면서 머리자르기를 시작했습니다. 하다보니 '자르기'가 아니고 '밀기' 가 되네요.
처음에는 뒷쪽만 짧게 자르고 앞머리는 살리려고 했는데.. ㅡㅡ;;
다현이를 두번 돌려가며 머리를 밀고 거의 끝나갈 쯤 다현이한테 한마디 합니다.
'거의 다 되간다. 다현이 반 친구 세뮤엘 알지? 그 친구랑 비슷해 졌구만..'
(참고로 세뮤엘은 다현이 학교 친구이고, 중국아이인데 머리를 맨날 빡빡 밀고 다닙니다. )
그 말을 듣자 마자 다현이 표정이 굳어지며 다짜고짜 일어나 거울을 봅니다. ㅜㅜ;;
그 후로는 다현이 울고불고... 그 울음소리 듣고 아내 달려와서 비명을 지르고 난리난리...
내가 봐도 좀 짧기는 합니다.
'당신이 빡빡 밀고 다니니, 아들까지 빡빡이 만들었냐? 더위 먹었어?!!!!!!!'
바리깡 잡았던 팔뚝이 여기저기 꼬집히고 찰싹찰싹 등짝도 몇대 맞고..
다행히 거의 다 자르고 나서 이야기를 했기에 망정이지 중간에 이야기 했으면 이도저도 안 될뻔 했습니다. ㅎㅎ
그리고 더 다행인것은 바리깡 앞에 끼우는 날이 '3mm'와 '6mm' 가 있는데, '6mm'로 해서 머리를 잘랐다는 것입니다.
얼른 머리 감겨서 내보내며 다현이 한테 위로의 한마디 건넸습니다.
'봐라 머리가 짧으니까 머리 감기도 편하고, 금방 마르지 ??'
(아들아 미안하다. ㅡㅡ;;)
@ 사진촬영 절대 거부하는 다현이 겨우 꼬셔서...
@ 그래도 두상이 이뻐서 머리가 짧아도 미남입니다. ㅎㅎ
@ 둘째는 또 언제 머리 손질해 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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