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 쓸뻔한 일.
'아빠 나 오늘 학교에서 밸트 쓸뻔 했어'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건 뭔소린가 ?? 다현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앞에서 픽업해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3시에 끝나고, 고등학교는 3시10분에 학교가 끝납니다. 아마도 아이들을 픽업하는 학부모를 위한 배려가 아닐련지... 다민이와 다래는 엄마가 픽업. 아무튼 차에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다현이가 꺼낸 말입니다.
사연인즉...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남는 자투리 시간에 컴퓨터 켜고 게임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놈이 자꾸 허튼소리를 해댓다고 합니다. 아는 놈은 아니고 같은 교회다니는 A와 같이 인터를 다녔다고 합니다. 다현이와 같은 교회다니는 A는 다현이보다 한살 어리지만 갓난아이때부터 같이 교회를 다녔고, 뉴질랜드 학년 배치의 특이점으로 같은 시기에 초중학교를 다녔으니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내나 봅니다. 그런 A가 다현이한테 좀 짓굳게 굴어도 다현이가 다 받아주니까 옆에 있던 그 놈도 다현이가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 다현이 표현으로는 A보다도 작게 생겼다는데...
옆에서 게임 구경하면서 자꾸 욕을 하고 F워드까지 섞어서 말을 해대길레 조용히 하라고, 썩 꺼지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시비를 걸어와서 마지막 한번만 더 참고 벨트를 빼서 휘두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점심시간이 끝나서 별일 없이 지나갔다고...
운전하면서 벨트를 사용할 뻔 했다는 소리를 듣고... 한참 있다가 내 입에서 나온 말... '다현아 벨트 쓰지말고 주먹으로 해결 해야지 도구나 무기를 사용하는건 좀 그렇지 않아? 주먹으로 펀치를 날려야지... 주먹으로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얼굴 부위는 말고, 몸통 위주로... 상처가 나면 좀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놓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도대체 다현이이게 무슨 말을 한것인가? 그런걸 조언이라고 그따위 말을 했단 말인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라는 사람이 아들이 벨트를 쓸 뻔 했다는 말에 벨트 말고 주먹으로 라고 했으니요... ㅎㅎㅎ 화가 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생각해보고 다현이에게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새벽에 일하면서 내내 곰곰히 생각을 했습니다. 화가 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들한테 무작정 피하라 참아야 한다 말하는게 정상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아침에 다현이 학교 데려다 주며 어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삼국지인지 손자병법에서인지 아무튼 비슷한 경우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마주하게 되면 피하지 말고 싸워야 하고, 싸움에서 이겨야 하며 이기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다현이 니가 장군이고 너의 병사들과 적군이 들판에서 싸운다고 생각해보자. 제일 좋은 방법은 양쪽이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너희 편이 이기는 방법이다. 이것은 장군의 지략으로 말로써 승리하는것, 둘째 방법은 맞붙어 싸우되 너희편은 피를 흘리지 않고 상대방에 피해를 주며 이기는 방법, 세번째는 둘다 죽기살기 피흘리며 싸워서 너희편이 이기는것... 대략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벨트 보다는 주먹이라니...
뉴질랜드는 거친 곳이다. 살고 있는 시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거의 원시인으로 들판에서 사냥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피붙이 하나 없는 이곳에서 색깔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풍습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것은 생각보다 평화롭지만은 않다. 우리는 오늘도 거친 들판에 홀로 서있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쉽지 않고 험난하고 위험한 곳이다.
참고로... 벨트는... 프라이머리 인터에 다닐때는 교복을 입어도 벨트 맬 일이 없다. 고무줄이 들어간 바지였으니...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약간 멋진 교복을 입게 되면서 벨트가 필요하게 되었고, 얼마전에 한국에서 공수된 멋진 벨트를 드디어 바지에 장착했다. 벨트를 가지고 싸우는것은 유튜브로 봤단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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