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 Running stitch, Blanket stitch
학교 다녀온 다민이가 바느질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바느질을 하기로 했는데 아빠가 아빠가 가르쳐줘야 한다고... 옆에 있던 다래도 함께 합창을 시작하네요. 바로 시작하자고... 저녁밥 먹고 쉬는 시간에 해보자고 달래놓고 뭘 만들어 볼까 궁리궁리...
다현이는 인터가 되서야 수업시간에 바느질로 신발가방을 만들던 과정이 있던데 이제 8살 짜리들이 바느질을 한다니 좀 어려울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한번 해야겠다고 맘 먹은것은 꼭 해봐야 다음부터 말을 안꺼내니 오늘 저녁에 일단 뭐라도 만들어야 겠습니다.
다현이 갓난아이때 모빌 만들고 남겨놨던 모직 천조각들이 서랍장 안쪽에 있습니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 줄 알고 보관했었나 봅니다. 두조각 잘라다 놓고, 바늘에 실 꽤는 방법부터 시작합니다. 다민이는 몇번 실패 후에 겨우 성공, 다래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두어번 시도해 보더니.. '나는 잘 안되네, 아빠가 해줘'라고 바로 태세전환.
선생님께 뭘 배웠느냐고 물어보니, Running Stitch와 Blanket Stitch를 배웠다고 하면서 내게 설명을 시작합니다. 대충 들어보니 러닝이라는 방법은 직선으로 한땀한땀 건너뛰는 방법 같고, 블랭킷이라는 방법은 가장자리를 감싸고 도는 바느질 방법 같습니다.
아이들이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천조각 바늘이 지나갈 곳에 볼펜으로 선을 그어 줍니다. 바로 시작... 바늘에 찔릴 수 있고, 그럼 피가 날 것이라는것, 많이 아플 것이라는것을 몇 번 강조해 주고, 아파도 참을 것도 서로 다짐. 한살 많은 다민이는 금새 진도를 나가고 다래는 띄엄띄엄 바느질 보다는 말이 많습니다. 생전 처음 시도하는 바느질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를 안하며, 실이 엉키거나 바늘이 구멍을 잘못 찾아들어가면 다시 되돌아 가는것을 도와주며 지켜봅니다. 얼핏 보니 바늘에 찔리는것도 같은데 다민이도 다래도 자존심 때문에 말도 내색도 안하는듯...
언제나 바느질 할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군대 갔을 때, 훈련소에서 긴장속에 내무반을 배치 받고, 들어가자 마자 조교의 악쓰는 소리와 함께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야말로 세상물을 버리고 군바리가 되는 순간입니다. 조교 악소리와 부릅뜬 눈에 기가 죽고, 주어진 몇분 안에 홀라당 옷을 갈아 입고, 입고 왔던 모든 옷들은 자기 이름을 쓴 박스에 담고 나면 다음은 새로 받은 군복에 자기 이름표를 달고, 이병 계급장을 달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군대가기 전까지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격었던 나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이름표와 계급장을 새 군복에 깔끔하게 달았습니다. 촌놈 이기도 했고, 나름 바느질 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으니... 이름표가 붙은 군복을 정리하며 옆자리를 힐끔 보니 아직도 바늘에 꼽은 실을 만지작 거리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변을 살피고 있는 어리버리한 친구가 있습니다. 나중에 통성명을 하니 한정일이라는 서울 촌놈 이였습니다. 조교가 다른쪽을 보는 사이에 슬쩍 '이리 줘봐라 내가 좀 도와줄께' 금새 이름표가 붙은 자기 군복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던 친구. 그렇게 시작된 한정일이와의 인연은 군대 제대 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논산 훈련소 퇴소할 무렵 그 친구는 헌병에 차출 되가고, 나는 남겨진 자가 되었을 때 얼마나 실망 스럽던지... 그 친구는 멋진 헌병이 되서 나가고 나는 찌질이같이 남았으니...
자대 배치 받고 일년에 한두번 주고 받던 편지에는 그 친구의 고생이 눈물나게 묻어나 있었습니다. 헌병대 훈련받으며 삽자루 돌리는 연습 하는 이야기며... 거의 날마다 두들겨 맞는 이야기며... 아 헌병 안된게 얼마나 다행이였나... 여수 어느 바닷가 푸른 바다를 보며 군생활하던 나는 생각하곤 했습니다. 인생지사 세옹지마. 전역 후 그 친구는 블루하우스를 경비하는 경찰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나는 어리버리한 사회생활중... 다시 인생지사 세옹지마.. 한정일 그 친구 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카운트다운 청소 할 때 넓은 바닥 쓰레기를 모으는 '더스트맙'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폭이 넓은 걸레인데 120센티 정도 됩니다. 이걸 쓰다보면 양쪽 가장자리 부분이 쉽게 헤어지고, 손질 하지 않으면 구멍이 커져서 본체가 멀쩡함에도 불구하고 버려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청소도구를 사용하는 젊은 외국인 직원들이야 걸레가 망가지건 말건 청소가 잘 되건 말건 시간만 보내면 되는 인사들이기에 청소도구 관리는 또 내 손이 가야합니다. 몇달에 한번 사용하던 맙을 빨아서 헤어진 부분을 바느질로 꼬매서 사용하곤 했는데 그때 데크에 앉아 바느질 하던 내 모습을 아이들이 봤던 모양입니다. 그 후에는 다래가 자기 인형 옷이 뜯어진걸 내밀며 몇번 수리해달라고 했었습니다. 나는 어렷을 때 어머니가 방 안가득 두꺼운 이불들을 가득 펴놓고 일명 '이불호청' 바느질 하는걸 보곤 했습니다.
아무튼... 다민이와 다래가 바느질을 잘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은 주머니 만들기까지만 하고, 다음번에는 손잡이 다는것과 주머니 앞뒤에 장식을 붙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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