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빈대라니요? 하고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 여러 교통수단이나 숙박업소, 또는 가정집에서 빈대가 나오고 있다지요. 물론 전국적인 상황은 아닌 걸 언론에서 호들갑 떨고 있는 것이겠죠?
빈대나 이가 나오는 것 가지고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자칭 선진국이라는 이곳 뉴질랜드에서 흔한 일이고 뉴스에서 보듯이 서구 선진국들에서도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처음 외국빈대(?)를 만난 건 1997년입니다. 어찌어찌 유럽 배낭여행 출발을 하게 되었고 처음 도착한 곳이 런던입니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피카디리서커스 부근 모텔에서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외국여행의 설렘과 주변 야간업소에서 흘러나오는 쿵쿵 거리는 베이스 음악소리에 겨우 잠들었을 무렵 갑자기 바늘로 찌르는 느낌과 함께 찾아온 극심한 간지러움. 깜짝 놀라 불을 켜고 침대 시트를 걷어보니 검은색 뭔가들... 어렸을 때 봤던 이나 벼룩이 아닌 그러나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소름이 확 돋아 오르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보통 한국 벼룩보다 10배는 크게 생겼습니다. 한 마리 아니고 여러 마리.. 이건 뭐지?! 재빠르게 사형을 시키고 얼른 배낭에서 물파스를 꺼내 간지러운 곳에 바릅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말입니다. 싸구려 숙소에서 어쩌다 생긴 일이려니 하고 물파스를 넓게 몸에 바르고 또 이 벌레들이 침대에 올라오지 못하게 침대 다리 4개 부근에 잔뜩 바릅니다. 일단 잠을 자야 하니...
다시 잠에 거의 빠졌을 때쯤 이번에는 얼굴 쪽이 간지럽네?! 후다닥 일어나 얼굴에서 떨어진 놈을 처단하고 살펴봅니다. 어떻게 물파스 장벽을 뚫고 침대로 침투했을까? 차마 불을 끄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의문이 풀립니다. 천정에 몇 마리가 붙어있는 것입니다. 고공침투-!! ㅠ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리셉션으로 내려갑니다. 리셉션 남자에게 벌레 물린 곳 보여주며 방이 더럽고 벌레가 있다고 하니 눈만 깜빡깜빡. 빈대가 영어로 뭔지 생각이 안 나 가지고 간 한영사전에서 '이'를 찾아서 보여주니 그제야 대수롭지 않게 알았다며 방을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ㅡㅡ
지금도 그 날 밤을 생각하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오릅니다. 참 더러운 경험이었습니다. ㅎㅎ
그걸 여기 뉴질랜드 이민 와서 다시 겪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예전에 한번 글로 남겼듯이 잠깐 방심하면 빈대나 이가 수시로 우리를 습격합니다.
애완동물이 있는 집도 그렇고 어린아이가 있는 집도 그렇습니다. 또 내가 하는 일처럼 창고형 건물을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에서도 벌레들에 쉽게 노출됩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방어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야외 나들이에는 해충 기피제를 다리나 팔 부근에 뿌리기
-돗자리를 펴고 잔디밭에 앉을 경우 돗자리 가장자리에 뿌리기
-야외 활동을 하면 귀가 후 세탁실에서 옷을 벗고 세탁기에 바로 투입
-집안 카펫 수시로 베큠
-나는 일하러 현장에 가면 다리 부근에 기피제 뿌리기
빈대나 벼룩에 물리면 적어도 일주일은 극심한 가려움에 시달리게 됩니다. 참을성 있는 어른들도 무심결에 박박 긁게 되는데 아이들은 어쩌겠습니까? 물리면 무조건 연고 바르고 밴드를 붙여 놓습니다. 적어도 초기 3일 간만 잘 관리하면 물리고 긁은 흉터가 심하게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벼룩이나 빈대에 침투당한 곳에서 '폭탄'을 투하합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쉽고 확실하게 처리하는 방법 중 한 가지입니다.
......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조심조심 오늘도 안전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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