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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佛’ 드러낸 섬들의 반란[경향닷컴]

by 뉴질랜드고구마 2009. 3. 5.

  ‘부끄러운 佛’ 드러낸 섬들의 반란

 [경향닷컴]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g.com

 

 

ㆍ과들루프·마르티니크 본국 냉대 저항 소요

ㆍ빈부격차·백인 기득권 횡포 등 식민주의 폐해

ㆍ사르코지 지원책 발표 불구 근본해결 쉽지않아


 

중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작은 섬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의 소요사태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분노한 시민들이 연일 거리로 몰려나와 본국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두 섬의 소요는 빈부격차와 백인층의 횡포, 프랑스 정부의 외면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AP통신 등은 과들루프 최대 도시인 푸앙테 아 피트르 등지에서 며칠째 시위대와 경찰 간 총격전과 약탈, 방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물가를 안정시켜 달라는 몇달에 걸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노한 주민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일어났다. 주민들은 “왜 본토 사람들보다 가난한 우리가 더 비싸게 식량을 사야 하느냐”며 정부에 곡물·물·에너지·집값 인하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롤리아 나일리라는 여성은 “우리의 비참한 현실은 인종문제이자 빈부격차의 문제이며 권력의 문제”라면서 “한줌의 백인들이 모든 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페 들라그라는 남성은 “과들루프도 프랑스의 한 부분이고 내 여권에는 프랑스라는 국적이 찍혀 있지만 동등한 혜택과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의 인권단체들도 “프랑스의 뿌리깊은 인종적·사회적 차별이 근본 원인”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2007년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로 나섰던 세골렌 루아얄도 22일 푸앙테 아 피트르를 방문해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해외 영토의 빈곤을 방치한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5억8000만유로(약 1조1100억원)를 지원하고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미셸 알리오마리 내무장관은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병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섬의 행정당국은 주요 생필품 가격을 20%씩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섬은 돈과 진압경찰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질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섬들의 반란은 옛 식민제국 프랑스의 어두운 치부를 드러내 보였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 동부에 자리잡은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는 17세기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다. 과들루프는 제주도와 비슷한 크기이고, 마르티니크는 좀더 작다. 프랑스는 이 섬들에 아프리카에서 실어나른 흑인 노예들을 가둬놓고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었다. 노예의 후손인 흑인과 뮬라토(흑인 혼혈)가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며 소수의 백인과 인도·중국·아랍계 등 아시아계가 거주하고 있다.


현재 두 섬은 레위니옹, 기아나와 함께 프랑스의 ‘해외 영토’로 분류된다. 프랑스의 26개 레지옹(행정구역명) 중 각각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부 식민지’나 다름없다. 프랑스의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3만2700달러(구매력 기준)이지만 과들루프는 7900달러, 마르티니크는 1만달러 수준이다. 두 섬의 실업률은 프랑스 전체 평균 8%보다 훨씬 높은 27% 안팎이다. 주민 12%는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한다. 1848년 노예제가 폐지됐으나 지금도 ‘베이케이(beke)’라 불리는 백인 부유층이 기업활동을 독점하면서 정치·경제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무장관이던 2005년 “식민주의의 긍정적 역할을 교과서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 해외영토 주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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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해외영토 파업 44일만에 타결(종합)

[연합뉴스]


급여 200유로 인상, 연료비 인하 합의

노동계 고실업률 반발 추가 시위 경고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 서인도 제도의 프랑스 해외영토인 과들루프에서 한 달째 계속된 노동계의 생계형 파업사태가 5일 타결됐다.


그러나 노동계가 본토에 비해 3배가량 높은 실업률에 반발해 추가 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해 파업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과들루프 정부와 노동단체 대표들은 파업 44일째인 5일 저임금 근로자의 급여를 200유로(252달러) 인상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합의안은 주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유류를 비롯한 일부 생필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그동안 노동계와의 협상을 이끌어온 이브 제고 해외영토 담당 국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다른 해외영토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들루프와 마찬가지로 노동계의 시위가 벌어진 마르티니크와 레위니옹 등 다른 해외영토 노동자들도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마르티니크에서도 한 달 가량 이어진 시위가 중단되면서 그동안 문을 닫았던 주유소와 상점들이 다시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학교 대부분은 아직도 휴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위사태를 주도해온 과들루프 노동단체 대표인 엘리 도모타는 노정 합의 직후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라면서 "앞으로 직업훈련과 일자리 등을 요구하는 추가 시위가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측을 압박했다.


해외령인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 섬의 근로자들은 생활비 급등 등에 항의,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6주째 파업을 계속해 왔으며 지난 18일에는 노동자 1명이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과들루프 의원들과 긴급 회동한 뒤 빈곤층 지원과 물가 통제, 연료비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5억8천만유로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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