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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Horse Manure 똥. 거름 만들기

by 뉴질랜드고구마 2011. 10. 30.

이번에는 '말똥'입니다.

몇일전에 '오줌으로 거름만들기' 시도 한다고 글을 올렸는데요..

와이프 반응은 완전 거시기 였습니다. ㅡㅡ;;


텃밭을 만들고 작물들을 키우는것은 보통 정성으로는 부족하다는것을 새삼느낍니다.

뉴질랜드에서 봄을 3번째 맞이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클랜드 부근 토양 대부분이 진흙땅이거나 환전 돌덩어리 진흙땅이기 때문에

텃밭을 만들고 작물을 기르는건 '정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와 '노동'도 필요합니다.


첫번째 집(스네퍼락)에서 텃밭을 만들 때는 잔디를 깊이 30cm정도 걷어 내고

울타리 밑에 쌓여서 썩어고 있던 낙옆과 흙을 고스란히 걷어다가 집어넣고 텃밭을 만들어서

작물 가꾸기가 아주 쉬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텃밭 만들기에 제일 유리했던 집이 아닐련지..


두번재 집은 그야말로 희끄무래한 진흙위에 지어진 집이였습니다.

기존 텃밭은 울타리 밑에 판재로 테두리를 막고, 콤포스트를 넣고 만든 한줄짜리 공간일 뿐이였습니다.

거기서 가을 겨울을 보내면서 돌아오는 봄에 농사를 지어볼 요량으로 진흙탕 며날몇일 파 재끼고,

톱밥 섞어 넣고.. 흙 뒤집고.. 몇번을 반복 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막상 농사는 시작도 못해보고 이사를 했습니다. ㅡㅡ;;


이번에 세번째 집.

이곳은 다행히 땅이 좋았습니다.

아마 집을 새로 지을 때 흙을 북돋은 듯 합니다.

이사오고 몇일 후 집 주인께 허락을 받고, 뒤뜰 반쪽 잔디를 파 재꼇습니다.

'아 흙이 검고 지렁이가 보입니다.' 아주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삽질로 잔디를 파 재껴놓고 몇일..

일하러 나간 사이 어머니께서 잔디뿌리를 모두 골라내고 흙을 잘개 부숴 놓으셨습니다. ^^;;

덕분에 크게 고생 안하고 버닝즈에서 상추네, 고추네 사다가 심어서 그런대로 잘 거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주구 장창 비가 내리던 겨울을 보내고 슬슬 텃밭 농사를 시작하려 하니 은근슬쩍 겁이 납니다.

작년에 농사지어먹은 땅에 뭔가 넣어주고 새로 작물들을 심어야 할 텐데.. 양심도 없이 그냥 또 작물들을 심기에는 뭔가 부족한듯 하고..


그래서, 날씨가 풀릴 무렵부터..

죽은 나무도 잘라서 텃밭을 파제끼고 묻어 보고.. 작년 겨울에 썩히기 시작한 톱밥도 섞어주고, 음식물 찌꺼기 썩힌것도 넣어보고.. 땅힘 돋우는데 도움 될 만한것은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그래도 왠지 허전합니다.

그 허전함 달래고자 버닝즈 가서 '양똥'이나 '콤포스트' 몇포대 사서 쏟아 넣자니, 그건 또 농사꾼으로 허락할 만한것이 안되고요..


답은 '똥' 이였습니다.

trademe에서 몇달 전부터 'Manure'로 검색을 해보고, 조건에 맞는것을 찾아 보곤 했습니다.

일주일 전 마침 딱 잡았습니다.


픽업 약속까지 하고..

어제 토요일날 해질 무렵에 찾아갔습니다. 집에서는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집에서 말을 4마리 정도 키우는데 똥이 참 많았습니다. ^^;;

준비해간 박스와 바킷에 열심히 퍼 담았습니다.

아쉽게도 승용차를 가지고 가서 '약간' 밖에 못 가지고 왔습니다만.. 1/10도 못 퍼왔습니다.

그 똥 만으로도 앞으로 1년은 넉넉히 사용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차에 싣고 돌아오는 내내,

똥에서 나오는 가스때문에 머리가 띵 했습니다만..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 ...


저녁 밥 먹은 후..


거름터에 톱밥을 깔고, 똥 한박스 퍼 넣고.. 톱밥 덮고.. 똥 한박스 넣고, 톱밥 깔고.. 똥 넣고..

앞으로 3달은 푹 삭힐 예정입니다.

말똥이나 소똥은 아주 강해서...

직접 작물에 투입 할 경우에 작물이 바로 타 죽는다고 합니다.


두박스는 밭에다가 직접 넣고, 삽질 다시 해서 뒤엎을 생각입니다.

(모종만 심으면 되게끔 고르게 땅을 골라놨는데요.. ^^;;;)


이제 저 똥 거름을 먹고 무럭무럭 자랄 작물들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