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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늙으면 입 다물고 조용히 해야 하는 이유

by 뉴질랜드고구마 2011. 11. 5.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는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인격도 높아진다'라는 생각이 점점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나이와 인격은 전혀 상관이 없네요.

내가 나이를 먹어 보니...


혹시 '생활의 지혜'는 약간 높아 질 수 있겠으나

인격이 늘지는 않네요. ㅡㅡ;;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어 집니다. (정신적으로..)

문득,

'나는 요즘 칸트 철학이 이해가 된다'라고 말하는 도올이 떠오릅니다. ㅎㅎ


글 하나 스크랩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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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입 다물고 조용히 해야 하는 이유


지난달 중순 프랑스 최고의 부자 릴리안 베탕쿠르가 딸과 벌인 재산 분쟁에서 패해 금치산 선고를 받았다. 올해 88세의 베탕쿠르는 재산이 160억유로, 우리돈으로 26조원에 달하는 세계 15위의 부자다. 아버지에게 세계적인 화장품회사 로레알그룹을 물려받은 덕이다.

‘재산이 탐나 어머니를 치매환자로 몰아 소송을 벌이다니, 천하에 불효 막심한…’이라고 딸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가 10여년간 친한 사진작가에게 10억유로,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증여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나이 든 우리 엄마가 정상적으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란 의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학 계의 연구 결과도 베탕쿠르보다는 딸의 입장을 지지한다.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파웰은 ‘금융에 대한 판단력은 60세가 지나면 급속히 떨어진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텍사스 테크놀로지 대학의 마이클 핀케 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에 따르면 투자와 보험, 신용, 돈의 기초 등에 대한 지식을 측정한 결과 60세가 넘어가면 매년 금융지식 점수가 2%가량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결과 60대 때 정답률조차 합격선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59%에 불과했는데 80대가 되면 30%로 대폭 낮아졌다.

더 나쁜 것은 나이가 들수록 재정 판단력을 떨어지는데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객관적은 의사 결정 능력은 떨어지지만 스스로는 ‘나는 정말 현명해’라고 착각한다는 얘기다.

그 렇다면 우리는 언제 돈 문제와 관련해 가장 똑똑해질까. 핀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대 후반, 즉 45세에서 49세 사이였다. 핀케 교수는 금융 지식을 묻는 질문 가운데 일반인들이 가장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10개 질문을 뽑아 측정한 결과 40대 후반이 평균 6.4 문항을 맞춰 점수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80대 초반은 40대 후반과 비교해 절반밖에 안 되는 3.3문제를 맞추는데 그쳤다.

두뇌가 40대까지 꾸준히 발전하다 40대 때 정점을 치고 꺾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반복해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레입슨(Laibson) 교수는 2009년에 노인들이 40대에 비해 자신이 보유한 집의 가치를 잘못 평가하고 대출을 받을 때 더 비싼 이자를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핀케 교수는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40대 때 노후대비를 시작하면서 다음 3가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첫째, 재정 판단 능력이 60세가 넘어가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나는 예외’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문 제는 자신의 재정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은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핀케 교수는 “나이가 70세가 돼도, 80세가 돼도 자신의 판단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며 “이게 가장 위험한 점”이라고 밝혔다.

둘 째, 60세가 넘어가면 복잡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을 피하도록 40대 때부터 대비해야 한다. 셋째, 40대부터 평생 동안 일정액씩 소득이 나오는 연금 상품과 자동적으로 투자 비중이 재조정되는 소극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상품으로 갈아 타는 것이 좋다.

‘나 는 금융 지식이 많으니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핀케 교수는 “재정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지, 뒤떨어지는지 상관 없다”며 “가장 좋은 일은 나이가 들수록 소극적이고 자동적으로 자산이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케 교수의 연구 결과는 현실에서도 입증된다. 미국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12%인데 전체 사기 사건의 희생자 가운데 35%가 60세 이상이다.

하버드대학에 1930년대말에 입학한 학생 268명의 삶을 추적해 평생에 걸친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하버드대학 조지 베일런트 의과대학 교수도 저서 ‘행복의 조건’에서 “노년에 이른 사람이 30세를 갓 넘긴 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추앙 받는 성경 속의 솔로몬왕도 젊었을 때 지혜로웠지 늙어서는 오히려 어리석어졌다. 솔로몬왕이 아기의 진짜 엄마가 누군지 찾아주는 유명한 판결을 내린 것은 왕위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이었다. 이외에도 성경에 소개된 솔로몬왕의 업적은 거의 모두가 젊은 시절에 행한 것이다. 노년에 이르렀을 때는 후궁들에게 둘러싸여 환락에 빠진 어리석은 왕이 되어 버렸다.

‘행 복의 조건’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폴 발테스도 연구 결과 “전문적 식견이나 지혜의 영역에서 나이 많은 성인 대다수는 젊은이들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연구에서도 중간관리자들이 사회적 관계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조사한 결과 28세부터 35세 사이나 45세에서 55세 사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65세가 넘어가면 관리자로서 업무 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베일런트 교수는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경험의 폭이 넓어져 좀더 폭넓은 관점에서 삶을 조망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나이 들수록 넓게 보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포용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지혜로워졌다,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침묵은 금’이란 격언을 가장 싫어했다. 불의를 보고 침묵한다면 역사는 어떻게 발달한단 말인가. 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든 지금은 ‘침묵은 금’이란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불의’라고 보이는 어떤 상황도 더 넓은 관점에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삶의 진실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목소리 높여 외치고 혈기왕성하게 활동해야 한다. 계절로 치면 여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늙을수록 지혜로워지려면 겨울엔 모든 것이 움츠리게 되듯 속으로 들어가 말을 줄이고 귀는 열어야 한다. 늙어서 지혜롭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고 의사 결정권을 많이 내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 중앙에서 내려가 입을 다물고 바라보는 것, 내 시대가 지나갔음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는 성경 속 세례 요한이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하는 말은 나이 든 모든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떠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그 유명한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새로운 것은 여러분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금부터 머지 않은 시간에 여러분도 서서히 낡은 것이 되어갈 것이고 사라져갈 것입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공자는 연령별로 달라지는 지혜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정리했다. 30세에는 배움에서 성과를 이루고(而立) 40세에는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고(不惑) 50대에는 하늘의 명을 알고(知天命) 60세에는 어떤 말을 들어도 화내지 않고(耳順) 70세에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從心) .

공자는 이미 2500여년 전에 판단력이 40대에 절정에 이르고 50대에는 자신이 인생에서 해야 할 사명을 이해하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60세부터 70세를 넘어서는 후년에는 무슨 말이든 넓은 마음으로 듣는데 집중하고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 이것이 지혜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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