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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찬송가와 '아멘'

by 뉴질랜드고구마 2011. 12. 16.

찬송가와 '아멘'



일선 목회자나 신자들이 찬송가 사용 시 혼란을 일으키는 문제 중의 하나가 찬송가 끝에 있는 '아멘 코드'의 사용이다.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일찬송가'(1983년)에는 전체의 52퍼센트인 2백89곡에 '아멘 코드'가 붙어 있다.


그러나 찬송가에는 이 '아멘 코드'의 유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고새로 편찬한 '21세기 찬송가'(시제품)에도 어떤 원칙이나 설명 없이 '아멘 코드'를 붙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찬송가 끝에 일률적인 '아멘 코드(1V-1)'를 붙이는 관습은 19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시작되어, 20세기에 발간된 영·미 계통의 거의 모든 찬송가에 사용되었다.그러나 이 '아멘 코드'는 가사의 성격에 따라 선별하여 붙여진 것이 아니고일종의 관습으로 모든 찬송가에 일률적으로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습은 영국에서는 1950년대 이후부터 출간되는 찬송가에 폐지되었으며미국에서도 최근 20년 사이에 새로 출간된 모든 교파의 찬송가에 '아멘 코드'를 붙이지 않고 있다.


한국에는 1930년대에 출간된 '신정찬송가'(1931년)와 '신편찬송가'(1935년)에 처음으로 '아멘 코드'가 나타났는데주로 미국 찬송가에서 새로 번역되어 첨부된 찬송가에 '아멘 코드'가 따라 온 것이다.


한국 최초의 악보찬송가인 '찬양가'(1894년)와 장로교의 악보 '찬셩시'(1905년),그리고 최초의 장·감 연합찬송가인 악보 '찬숑가'(1909년)에는 '아멘 코드'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초기 미국 선교사들이 사용한 19세기 미국 찬송가에는 '아멘 코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회중 찬송가는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 후에 나타난 것으로독일 루터교의 '코랄'이나 칼빈의 운율시편가에는 끝에 '아멘'을 붙이지 않았다.


일률적인 '아멘 코드'가 붙여진 최초의 찬송가는 1861년에 출간된 영국 성공회 찬송가(Hymns Ancient and Modern)로이 찬송가에는 중세 라틴어성가를 번역한 찬송가가 많이 유입되면서번역과정에서 이들 성가의 끝에 붙여 불려지던 소영광송(Gloria Patri)에서 '아멘'이 따라 온 것이다.


중세에는 시편이나 창작 성가를 부를 때 끝에 항상 소영광송(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영광 돌리세. 태초로 지금까지 또 영원토록. 아멘)을 불렀다.


소영광송은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가 아리우스 이단과의 논쟁에서 정통교리로 채택된 4세기 후부터 삼위일체 교리 교육의 강화를 위하여 모든 찬양의 끝에 붙여졌다. 영국 성공회는 이 관습을 소영광송이 붙지 않은 기존의 찬송가에 적용하여 일률적인 '아멘 코드'를 붙인 것이다. 영국 성공회는 이미 1920년부터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아멘 코드'를 그들의 찬송가에서 삭제하기 시작하였고 소영광송에만 '아멘'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찬송가는 모든 회중이 함께 부르는 찬양이므로 응답으로서의 '아멘'을  붙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통일찬송가'에는 90퍼센트 이상이 영·미 계통의 찬송가로 되어 있고 찬송가의 표기 방법도 이들 찬송가를 따르고 있다. 한국 '21세기 찬송가'(시제품)도 '통일찬송가'(1983년)와 다름없이 무지하게 찬송가를 편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조숙자/ 장신대교수·교회음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