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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바빳던 수요일.

by 뉴질랜드고구마 2011. 12. 14.

퇴근 후 집에 돌아온 후 더 바쁜 시간을 보낸

수요일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5시 30분.

얼른 텃밭에 나가 하루내내 햇볕에 그슬린 놈들에게 물을 줍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여러가지 채소들이며

야채들이 반갑습니다.


저녁밥을 먹습니다.

오늘 손님이 오기로 해서 온 가족이 최대한 빨리 밥을 먹습니다.

'한식' 냄새를 '배출' 시키기 위해서.


7시에 집주인이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Stew'

월요일날 오후에 문자가 도착했었습니다.

수요일 정도에 우리집에 방문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는 내용입니다.

수요일 7시정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녁 상을 물리고

앞마당, 뒷마당 어지러진 데는 없는지 대충 정리합니다.

안으로 들어와서

아내가 낮에 정리한 거실과 주방, 화장실, 세면장, 방들을 다시 둘러봅니다.

특이하게 이상이 있는곳은 없습니다.


아내는 주방 오븐에 얼룩이 조금 지워지지 않는것을 신경씁니다.

그 정도는 괜찮을것 같은데 말입니다.


Stew가 왔습니다.

손에는 선물이 들려있네요. 두개씩이나..

근데 Stew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지난 겨울에 비해서 몇년은 늙어 보입니다.

눈은 충혈되 있고, 얼굴에 주름살도 눈에 띄게 많아져 있고,

흰머리가 대부분인 머리도 좀 정리되지 않은 모습니다.

경찰복을 입은 멋진 키위아저씨 였는데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버렸네요.


우선 들어와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선물은 다현이 한테 다 건네네요.

그리고 집 안을 좀 둘러봐도 좋겠냐는 양해를 구합니다.

주방, 화장실, 세면장, 그리고 방들을 차례로 대충 살펴봅니다.

중점을 두는것은

'습기에 집안 페인트가 벗겨지지는 않는지, 어느곳에 물이 새지는 않는지' 이런것을 봅니다.


Stew가 거듭 이야기를 합니다.

집을 잘 관리해줘서 고맙다라고요. ^^*

그리고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리 Stew를 위해서 의자를 마련해 뒀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Stew와 거실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Stew는 '좌식'에 전혀 적응을 못했습니다.

그래도 앉기는 해야겠고...

Stew는 '네로 자세'

-로마시대 배경 영화를 보면 황제들이 팔쪽에 목침을 받치고 한쪽으로 비스틈히 기대고 앉은 자세- 를 하고

한참동안 대화를 나눴었습니다. ㅡㅡ;;

어찌나 안타까워 보이든지..

우리집에 쇼파가 없는것도 문제지만 Stew 몸이 좀 육중하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


편한 의자를 내주니 아주 좋아라 합니다.


요즘 세금이 너무 올라서 힘들다는게 Stew가 말하는 주요 내용입니다.

그래서 내년 3월 부터 랜트비를 조금 올려야 겠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에 주방을 새로 설치하고,

집안 공기순환 시스템을 설치히면서 비용지출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주제넘은 생각인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해도 주당 $400에 이런 집에서 생활한다는것은 운이 좋은 일이 분명합니다.

내년 3월이라고 해봐야 몇달 남지도 않았고, 그때가서 내가 하는 일에서 월급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지만

렌트비가 어느정도 오르더라도 군소리 없이 집주인 의견에 따르는게

내가 더 이익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Stew 의견에 동의를 하니,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면서 집을 나섭니다.


밖에 나가면서 자기차를 가르키며 한마디 더 합니다..

자기집도 경제사정이 어려워져서 'Big Car'를 팔고 'Small Car'를 구입했다고 하네요.

지난번에는 날씬하고 멋진 검정 포드 팔콘을 타고 왔더니

오늘은 기아 모닝 처럼 생긴 경차. ^^;;


Stew가 떠난 시간 7시 30분.

이제 30분 남았습니다.

R선생님과 전화대화 나누기로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부지런히 지난 몇달에 걸쳐 만든 대화문답 파일을 꺼네 처음부터 읽어 들어갑니다.

모두 외워서 대화를 나워야 하는데...

술술 나오는 대목보다, 가물가물 생각이 안나는 대목이 더 많습니다. ㅡㅡ;;


파일을 몇번 읽어보고

오늘 나눌 대화에 대해서 몇가지 새로운 문장을 정리해 놓습니다.

'영어회화'의 어려운 벽은 언제 넘을 수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순간순간 영어로 내 뱉을 수 있을 때가 오기는 할까 의구심이 생기는 시간입니다. ㅡㅡ

7시 55분 전화벨이 울립니다.

R선생님은 '이민성 직원'이 되고,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 해야 합니다. ^^;;

오늘은 준비했던 문답집 내용에다가 엉뚱한 질문을 두어개 섞어서 던지십니다. ㅡㅡ;;

순간 당황... 짧디 짧은 엉성한 문장을 급조해서 대답을 합니다.

10여분, 문답식 대화를 나누고 나면 일단 한숨 돌립니다.


다음 순서는 가볍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는 정말 즐겁습니다.

전화기를 통해서 들리는 R선생님의 말을 재빠르게 한글로 메모하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마무리를 합니다.

수화기를 놓고 나면 온몸에 힘이 쭉 빠집니다. ^^*


8시 30분.

아빠가 R선생님과 대화 나누는것에 방해가 될까봐 방에서 놀던 다현이가 거실로 나왔습니다.

너무 심심했었다고 하네요. ㅡㅡ;;

얼른 lego를 쏟아 내놓고, 오늘은 뭘 만들까 협상을 합니다.

'오늘은 아빠가 힘드니까 간단한거 하나만 만들자'라고 하니 선뜻 응해줍니다.

Stew 경찰 오토바이와 빠삐옹 자동차만 만들어서 들어가겠다고 하네요.

딱 10분. 순식간에 조립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파고 들어갑니다.


요즘 다현이는 낮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침대에 들어가면 10분 내로 골아 떨어집니다.

아빠랑 가위바위보 놀이, 손가락 숫자 놀이, 영어단어 말하기 놀이 잠깐 하고 바로 잠드네요.


9시.

간단히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너달 찾아가지 못했던 '선배님' 댁에 가기 위해서 입니다.

그냥 가기 좀 서운해서 몇달동안 모아놓은 '영화파일'을 들고 갑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좋은 차를 내주십니다.


오랫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시간이 금새 흘러갑니다.


10시 30분.

집에 돌아왔습니다.

내일 출근하려면 잠이 안와도 잠자리에 들어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