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현이가 유치원에 초록색 옷을 입고 다녀왔습니다.
오늘 쇼핑몰에 가니 초록색 옷을 입은 아이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집에와서 무슨날인가 찾아봤습니다.
3월 17일은 'St.Patrick's Day' 라고 합니다.
아일랜드 출신 성직자인 세인트 페트릭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하는데요..
신문 칼럼난에 난 글을 스크랩해봅니다.
뉴질랜드에서 살다보니 별의별 날을 다 만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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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계신가요? 초록빛 희망을 꿈꾸는 날
초록빛 옷이나 모자, 가발, 귀걸이, 목걸이 등 유난히 초록빛이 넘쳐나는 오늘 3월 17일은 ‘세인트 패트릭’ 축제일이다.
아일랜드의 명절이라 전해져 오지만 이곳 뉴질랜드도 성대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파티를 즐기는 날이기도 하다. 파티를 위해 여느
때처럼 드레스 코드를 정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초록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발이나 모자, 뱃지도 좋고 고유의 상징인 세잎
클로버가 장식되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특별한 재미 거리가 없는 뉴질랜드에서 이런 이벤트는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기념일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현지인들처럼 화려한 초록의 장식을 몸에 두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아직은 이들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낯설음 때문 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인트 패트릭의 날은 한국인 이민자로 이 땅에 사는 우리들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일랜드 출신의 성직자인 세인트 패트릭의 사망일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3월 17일 ‘세인트 패트릭의 날’이다. 아일랜드에
처음으로 그리스도를 전파하고 보급시킨 성 패트릭 추기경은 아일랜드 원주민의 원시 종교를 파괴하는 대신에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전통적인 종교의식을 결합해서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방법으로 전 국민의 추앙을 받게 된다. 성 패트릭이 삼위 일체론을 설파하기 위해
이용한 초록색 세잎 클로버는 아일랜드의 상징이 됐으며 초록색 옷을 입고 초록색 맥주를 마시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그로부터 천년 이상 아일랜드에서는 고유 명절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 1762년 신대륙이었던 미국의 뉴욕 한복판에서 세인트 패트릭
축제일의 기념 행진을 하면서 전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처음 뉴욕에서 시가 행진을 벌였던 아일랜드인들은 당시 영국군에
복무하던 아일랜드 출신 군인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졌지만 자신의 고향이 아닌 신대륙에서 구차한 삶을 이어가던 아일랜드인들에게 고국을
향한 뿌리의식과 함께 단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845년 이후 5년 동안 지속된 ‘감자기근’으로 백만 명에 달하는
아일랜드인들이 신대륙 미국으로 이주를 하게 되었다. 인구의 90%가 가톨릭 신자였던 아일랜드지만 그 당시 미국에 살던 이민자들의
대다수가 개신교인 들었으며,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던 그들의 종교적인 배척으로 대다수의 가톨릭 이민자들은 일자리를 얻기도 어려워
곤궁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일년에 하루 ‘세인트 패트릭 축제일’에 조국의 색깔인 초록을 걸치고 거리에 나서는
아일랜드인들은 그 동안의 억압과 서러움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을 향해 주류 사회를 담당한 개신교들의 반발은 거세어서
거리에서 술 취해 거칠게 행동하는 원숭이로 묘사한 만화를 신문에 개제할 정도로 아일랜드인들의 종교와 억양에 대해 노골적인 경멸을
퍼부었다. 하지만 아일랜드계 가톨릭교인들은 ‘녹색조직 Green machine’을 통해 단결했고 그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1948년 트루만 대통령이 뉴욕의 시가 향진에 참석한 것은 그 동안 아일랜드계를 향한 인종적 편견과 선입견으로 고통 받던 아일랜드 이민자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가져다 준 사건이 되었다.
그러므로 ‘세인트 패트릭 축제일’은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참가해야 할 만큼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세인트 패트릭 축제일’은 아일랜드인들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명절로 아일랜드인들의 신대륙 이민과
함께 미국의 주요 명절 중 하나로 위치를 확고히 한 이후 캐나다와 호주, 일본과 싱가포르, 러시아 그리고 이곳 뉴질랜드를 포함한
전 세계로 퍼져 지구촌의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론 초록 장식을 한 뉴질랜드인 모두 가톨릭 신자는 아니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종교행사와 무관하게 기념일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미국에 정착했던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고통과 시련을 나누고자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저 한 명의 위대한
성직자를 추모하고 기리기 위한 즐거운 행사일 뿐이다.
하지만 1등이 아닌 2등으로 아니 삼류로,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둥지를 튼 같은 이민자의 입장에서 우리도 한국인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시선으로 초록의 물결을 바라본다.
뉴질랜드 타임즈
기사원문 : http://www.inztimes.co.nz/data/konzlist.php?id=news&no=7843&categor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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