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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생뚱맞은 '정전'

by 뉴질랜드고구마 2012. 5. 26.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밖으로 나가니 완전 어둡습니다.

잠이 덜 깨서 그런가.. 싶어 눈을 비벼도 어둡습니다.

복도한끝에서 약간의 빛을 내주던 방범알람 센서도 불빛을 내지 않습니다.

거실로 나가 불을 켜는데 안들어 옵니다.


더듬더듬 손으로 짚어가며 책장 위에 올려둔 라이터를 켜고 그 옆에 있는 양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현관 서랍장에 넣어둔 렌턴을 꺼내 불을 켜고 밖을 내다봅니다.

멀리 보이는 동네에는 불이 환한데..

우리집 주변으로는 완전 어둠 세상입니다. 


'정전인가 보다..'


촛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오니 아들놈이 일어납니다.

'쉬마려워~'

렌턴을 켜고 화장실 에스코드 합니다.

'아빠 왜 전기가 안들어와요?'라고 계속 물어봅니다. ㅡㅡ;;


... ...


3년 생활하는동안 3번째 격어보는 정전인것 같습니다.

다시 잠을 청해도 잠이 안옵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락날락 합니다.


그나마 양초와 랜턴을 준비 해놓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자가발전 라디오는 어디에 뒀나 떠올려 보고...

더 늦기전에 비상식량도 준비해 놓고, 비상용품도 더 확충해야 하고...

가족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메뉴얼도 만들어 놔야겠고...

전기가 나가면 컴퓨터도 안켜지고, 인터넷도 안되고.. 텔레비젼도 못보고...

정전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어떻게 해야 될것인가...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ㅡㅡ;;

... ...


계속 뒤척이는데 '삐리링~'하고 냉장고에 전원들어오는 소리가 납니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일곱시가 조금 넘었네요.

전기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 ....


한국에서라면...

전기가 나가자 마자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보고,

안되면 경찰서나 소방소에 전화를 해볼것이고..

그것도 안되면 방송국에라도 전화를 해봣을 것인데...


여기서는.. 조금 무시하고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