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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드족 : 시리아 쿠르드의 '묘수'.. 아사드 정부군에 손 내밀다

by 뉴질랜드고구마 2019. 1. 9.

크루드족 국가 만들기.

될듯될 듯하면서도 쉽지 않다. 우리야 뉴스를 통해서 가십거리 정도로 지나치는 뉴스지만 오늘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 심정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시리아가 비리비리한 틈을 이용도 해보고, IS 격퇴 명분을 이용도 해보지만 결국에는 강대국들 들러리만 서는 전쟁에서 피 흘리는 크루드족이 안타까울 뿐이다.

100년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한반도 안팎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우리 선조들도 저러한 신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한번 감사할 뿐이다.

 

제목 :  [세계의 분쟁지역] 시리아 쿠르드의 '묘수'.. 아사드 정부군에 손 내밀다

#시리아 북부에 힘의 공백 생기면 터키군 쿠르드 침공, IS 공세 불보듯 뻔해

#다급해진 쿠르드, 6년 전 자신들이 내쫓은 시리아군과 전술적 연대… “주권 수호” 공감

지난달 28일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자신들이 주도 세력으로 참여한 ‘만비즈 군사평의회(MMC)’를 통해 관할ㆍ통치해 온 북부 만비즈로 그동안 반목해 온 바샤르 알 사드 정권을 초대했다. YPG는 성명에서 “터키의 (임박한) 침공에 맞서 국가와 국경을 보호해야 하므로 아사드 정부군을 초청하는 바”라며 “(우리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 전념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YPG의 발표는 익히 알려진 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즉각 철수’ 발언에 대한 답변이다. 터키는 트럼프 발언 이전부터 이미 쿠르드 지역 침공을 공언해 왔고, 그 이후엔 터키군과 자유시리아군(FSA)을 만비즈 외곽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FSA는 터키가 지원하는 반(反) 아사드 무장단체들의 연합이다. 터키 언론들도 자국의 군사작전을 앞두고 애국주의적 보도를 이어갔다. 일례로 보수언론 예니사팍은 지난달 26일 “터키가 훈련시킨 ‘마룬베레(Maroon Berets)’도 쿠르드에 대한 공격에 합류한다”라고 보도했다. 원래 마룬베레는 터키 특수부대의 별칭이지만, 여기서는 FSA 내의 함자부대(Hamza Brigade)를 가리키는 단어로 쓰였다. 터키 측이 자국 특수부대를 모델로 삼아 함자부대를 훈련시켜 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터키의 군사 공격을 앞둔 ‘절박한 상황’에서 YPG가 아사드 정부군을 불러들인 건 상당한 ‘묘수’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철수 속도를 늦추겠다고 한 발짝 물러섰고, 실제 철수까진 4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소식이 2018년을 마무리했다. 시리아 야지디족 태생인 하디 피르 야즈다재단 대표는 YPG의 행보를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쿠르드 언론들도 만비즈 주민들이 시리아 정부군을 차라리 반기는 편이라는 민심을 전했다. 물론 만비즈 현장 르포를 다녀온 프리랜서 기자 무하마드 하산은 메신저로 “(만비즈 주민들은) 아사드 군과 터키군, 양쪽 모두를 두려워한다”라고 전했다. 종합하면 터키를 반기는 분위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쿠르드의 ‘아사드 군 초대’는 이들이 정부군을 향해 “우리 지역을 떠나라”고 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이를 선포했던 2012년 7월은 시리아 쿠르드족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그 해 7월 18일, 아사드 정부군은 코바니와 아프린, 아뮤다 등 쿠르드 일부 지역에서 큰 충돌 없이 철수했다. 3일 후인 7월 21일, 쿠르드 지역 정당들의 모임인 ‘쿠르드연합위원회’는 정부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며 데드라인을 던졌다. 시리아가 내전에 막 휩싸이기 시작한 그때, 쿠르드는 FSA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무장투쟁 노선을 취했다고 보긴 어렵다. 아사드 정부한테 떠나라고 한 건 ‘굳이 부딪치고 싶진 않다’는 뜻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가깝다. 양측 간 간헐적 충돌이 있긴 했지만, 시리아의 쿠르드는 그렇게 대규모 충돌 없이 ‘아사드 없는 시리아’를 만들어 갔다. 정부군이 서부와 남부에서 FSA와의 교전에 집중하는 사이, 북부 쿠르드 지방은 ‘자치 지역’으로 탈바꿈했고 시리아 전역에 내걸린 ‘독재자 아사드’의 초상화도 이곳에선 쿠르드 깃발로 대체됐다.

터키의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1년간 생활한 경험을 책으로 묶어낸 네덜란드 태생 쿠르드 전문 기자 프레데릭 기어딩크는 “2012년 이후 시리아 쿠르드는 엄청난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YPG는 지역정부를 세우고 여성, 청년들을 조직화하면서 종족, 인종, 언어가 다양한 지역민들을 두루 참여시켰다”며 “YPG가 혁명이라 부르는 이 실험을 서방 언론은 주목하지 않고, 전쟁만 집중적으로 다뤘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지난달 28일 YPG 성명을 ‘쿠르드가 과거의 적(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밀었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굳이 따지면 사실 시리아의 쿠르드와 아사드 정부는 적어도 시리아 전쟁 7년간 적대적 관계라기보단 ‘전략적 동반자’일 때가 많았다. YPG는 오히려 FSA,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와의 전투에 더 집중했다. IS가 ‘전시 성노예’로 전락시키고 전쟁범죄를 가한 시리아-이라크 북부 일대의 야지디족도 2015년을 기점으로 ‘신자르 여성수비대(YJS)’라는 무장부대를 구성해 YPG와 연대하고 있다.

아랍 민족주의에 기반해 있는 아사드 정권이 오랫동안 시리아 쿠르드를 차별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연방제를 통해 북부 자치를 주창하는 YPG와 아사드 정권 간에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세속주의 연대’가 가능하다. 기어딩크는 양측 모두 시리아 주권 수호를 원한다는 점에서도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한다. 터키발(發) 변수나 이슬람 극단주의의 공세 앞에서 양측이 유연성을 발휘, 전술적 연대를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피르 야즈다재단 대표가 기자에게 보낸 인터뷰 답변도 그런 점을 반영하고 있다. “아버지 아사드(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와 아들 아사드(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통치하에서 시리아 야지디족은 시민권도 거부당하고 차별받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순 있었다. 신앙생활도 가능했다. 그러나 IS 또는 터키가 지원하는 이슬람 지하디스트(FSA를 뜻함)의 통치 시절 겪은 고통은 아사드 정권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IS와 지하디스트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

지난해 3월 YPG가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통제에서 터키 지원 FSA의 통치로 넘어간 아프린 지역은 좋은 예시다. 당시 터키 국영방송 TRT 등 터키 언론들은 “아프린 주민들이 터키군과 FSA를 해방군처럼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은 약탈, 이슬람 강제 개종 및 야지디 사원 파괴, 무차별 구금, 납치 등이 잇따른다. 게다가 알레포와 이들리브 등 FSA나 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들이 점령한 곳에선 무장단체 간 권력다툼에 암살과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쿠르드 지역에서 보이는 양상이 이와 다른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쿠르드 민병대가 사실상 정치정당 산하에 설치된 군사국(military wing)이라는 점은 중요 요인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2004년 시리아 쿠르드 봉기의 결과다. 그 해 3월 12일 북부 최대 쿠르드 도시 카미슐리의 축구장에서 아랍계 축구팬들과 쿠르드족 팬들 간 충돌로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뒤이어 쿠르드족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와 고문이 잇따랐다. 그러자 성난 쿠르드 민심은 폭발했고, 카미슐리에선 1971~2000년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아사드’의 동상이 무너지기도 했다. 좌파 성향 쿠르드 정당인 민주연합당(PYD)은 봉기 사태 이후 군사국을 신설했는데, PKK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바로 오늘날 IS와의 전투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YPG다.

국제연대도 시리아 쿠르드의 ‘로자바 혁명(북부 쿠르드 주민들의 자치 실험을 일컫는 말)’ 이면에 자리한다. YPG는 쿠르드족과 함께 싸우겠다는 전 세계의 전사들을 묶어 ‘YPG 인터내셔널’을 조직하고 있다. 주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나 극좌 진영의 안티파(AntiFaㆍ‘안티 파시스트’의 줄임말) 세력이 개별적 또는 조직적으로 참여 중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전직 군인들이 “IS와 싸우겠다”며 자원한 경우도 일부 있다. 무장분쟁 지역에서 국제연대가 이뤄지는 무대 두 곳이 있다면, 하나는 이슬람주의자가 ‘성전’이라 부르는 ‘지하디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좌파 성향 무장단체가 ‘혁명’이라 일컫는 ‘코뮌 세계’다. 시리아는 두 현상 모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쟁 지역이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 한국일보 입력 2019.01.04.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