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오타우투 베이 팜(Otautu Bay Farm) 캠핑
여름 끝자락에 오타우투 베이 팜 캠핑장으로 여름휴가 다녀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을 바쁘게 지나면서 아이들과 나들이를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다행히 2박3일 잠깐 여유를 부릴 수 있었습니다.
아직 오클랜드 근방 캠핑장들은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작년에 다녀왔던 곳에도 연락을 해봤는데 적당한 자리가 없다해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캠핑 다녀왔던 곳들이 우리가족을 실망시킨 적은 없었지만 언제나 새로운 곳에 도전을 한다는것은 많이 어려운 일입니다. 혼자 몸이 아니고서는...
몇해전에 다녀왔던 엔절리스 롯지에서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있는 코로만델 오타우투 베이 팜(Otautu Bay Farm) 캠핑장은 파워사이트나 방갈로 같은 시설들은 이미 예약이 끝나있어서 '논파워사이트'를 예약했고, 처제네 가족과 우리가족이 2박 하는데 대략 $210 정도로 저렴했습니다. 캠핑장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을 예정했고, 아침 9시 무렵에 오클랜드에서 출발했고, 차량 정체는 없었지만 '안전운전' 과 중간에 있는 템즈 비행장에서 비행쇼 관련한 행사때문에 잠깐 정체된것, 그리고 코로만델 타운에서 카페에 들려 점심을 먹느라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습니다.
캠핑장 도착해서 체크인 후, 배정받은 자리에 도착하자 마자 텐트 내려서 집을 만드는데 어렵습니다. 바닥 매트 깔고 본체 내서 폴대 꼽고, 어느정도 자세를 잡는것은 쉬웠는데, 텐트 위에 플라이를 설치하는게 생각보다 머리아픈 일이였습니다. '자세가 안나오네' ㅡㅡ 앞, 옆으로 캠핑을 와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은 점심 후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방금 새로 들어온 우리 가족이 좋은 구경거리 같아 보입니다. 텐트 하나 치는데 뜨거운 햇볕아래 낑낑 거리는 모습이.. ㅡㅡ;;; 다행히 처제네가 따라서 도착했고, 힘을 보태니 금새 자세가 잡힙니다. 우리가족 텐트가 자리를 잡고, 처제네 텐트가 자리를 잡고, 중간을 연결하는 HUB 텐트를 치니 괜찮아 보입니다. 그러나 힘이 쪽 빠지고 피곤이 밀려오넹.. 나머지 짐 정리는 해가 좀 내려가면 하기로 하고, 텐트 제일 안쪽에 돗자리 깔고 눈을 부치기로 함. ^^;;;
저녁은 준비해간 삼겹살... 다현이 데리고 바닷가에 낚시를 갔는데 풍경만 좋습니다. 비치 옆 와프에 아이들 몇, 어른들 몇이 이미 자리를 채우고 낚시대를 쉴새없이 바다에 던져 넣는데 고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네요. 필차드를 작게 썰어서 던져 넣고 보니, 잔챙이 입질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톡.. 톡.. 두번, 캐스팅 후 봉돌과 미끼가 바닥에 닿을 만한 시간 10초정도 후에 딱 두번 입질이 있고 나면 감감 무소식.. 줄을 감아 보면 감쪽같이 바늘만 남아 있습니다. 느낌이 잔챙이들 천국 같습니다. 어둑어둑 해질때 까지 조금 해보다가 텐트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잠잘 준비를 해놓고 침낭을 하나씩 차지하고 들어가 누웠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밖에 나가서 별도 좀 보여주고, 사진도 좀 찍어볼 계획이였는데, 한번 텐트안에 들어가니 다시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집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금새 밖은 어두워지고, 캠핑장 다른 텐트나 캐러반들도 거의 불이 꺼지고 주변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됩니다. 새벽에 화장실 가면서 하늘을 보니 별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일 저녁에는 아이들 데리고 나와서 꼭 별, 별똥별 보여줘야지 다짐.
둘쨋날 5시30분 알람에 맞춰 일어났습니다. 어젯밤에 아이들 데리고 늦게까지 별 본다고 설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혼자 낚시 가려고... 얼른 밖으로 나와서 시동을 걸고 조용히 캠핑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애초에는 어제 초저녁에 다현이랑 낚시대를 던졌던 와프에서 할까 했으나, 이왕이면 확률이 좋은곳으로 가보자 하고 잠자기 전에 구글맵으로 찍어놨던 곳으로 운전해 갑니다. 코로만델 반도 어징간한 갯바위나 비취는 모두 100점짜리 낚시터로 보입니다. 캠핑장에서 10분정도 더 북쪽으로 올라간곳에 적당한 조약돌 비취를 찾았습니다. 주변은 이미 밝아오기 시작했고, 아직 잠이 덜 깬 듯 보름달이 12시 방향에 걸려 있습니다.
자리는 좋습니다. 필차드 도막을 던져넣자 마자 후두둑 입질이 옵니다. 아.. 근데 이것은 잔챙이 느낌이 틀림없습니다. 한번은 느낌으로 꽝치고, 두번째 캐스팅에서 입질 후 바로 끌어올리니 스네퍼입니다. 딱 손바닥만한 사이즈.. 아쉽지만 얼른 돌려보내고, 세번째.. 네번째 캐스팅... 끊임없는 잔챙이들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중간에 운 좋게 내가 신고 있는 슬리퍼보다 조금 큰 스네퍼 한마리 건져 올리것 빼고는 1시간동안 쉼없는 입질만 느껴야 했습니다. 마무리.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벌써 일어난 가족들 아침 식사를 마쳤네요. 다행히 스네퍼 한마리 보여주며 잔소리는 면합니다. 처제네 내외가 코로만델로 잠깐 나간 사이에 아이들 데리고 몇가지 게임을 합니다. 슬리퍼 던져서 공 맞추기, 맞춘사람 초콜릿 한조각 선물. 서핑 보드에 아이들 태워서 캠핑장 뛰어 다니기.. 야구공 던지기, 축구. 배구.. 나중에는 아이들끼리 술래잡기.. 아 힘들다.. 나무 그늘에 돗자리 깔고 누우니 금새 잠듬...
해가 중천에 오를 쯤 일어나 보니 아이들은 수영복을 모두 입고 바닷가로 나갈 준비가 한창입니다. 나도 얼른 따라서... 캠핑장과 바다가 가까워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가볍게 드나들 수 있어서 좋습니다. 캠핑온 다른 사람들은 모터보트를 가져오기도 했고, 카약도 많이 보입니다. 어른들은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즐기고, 아이들은 카약을 타고 근처에서 놀고.. 나도 카약을 가지고 오지 않은것을 내내 후회합니다. ㅡㅡ 바닷가에 나가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 합니다. 섬나라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1년에 몇번이나 아이들과 바닷가에 나갔는지, 그리고 바닷물에 몸을 담궈봤는지...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게으른 내자신에게 잔소리를 해봅니다.
돌아와서 아이들 씻기고... 점심... 어른들 점심은 아침에 내가 잡아온 스네퍼를 이용해서 '돔라면'을 끓였습니다. 예전에 스네퍼라면을 끓여 먹을 때처럼 기가막힌 반응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시큰둥 합니다. '야들이 배가 불렀어' 하고 아쉬워 하는데 생각해보니 라면이 진라면이나 신나면처럼 매운 국물이였어야 했는데, 아이들 생각해서 곰탕라면 이였던게 패착이였네요. 당연히 국물이 좀 비릴 수 밖에.. ^^;;
어쨋든 돔라면 끓여주고... 오후에 한번더 낚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커피한잔 얻어 마시고, 캠핑사이트 관리하는 사무실에 들려서 오징어 미끼 한봉지를 더 삽니다. 어제 샀던 필차드와 오징어를 함께 사용해 보기로 합니다. 필차드는 강렬한(?) 비린 냄새를 가지고 물고기를 모으는 힘은 있으나 순식간에 빨려나가는 살점이 약점이고, 오징어는 냄새는 좀 약해도 튼튼한 살점으로 인해 어징간해서는 빨려나가지 않고 오래 버텨주는 미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차를 몰고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아침에 낚시를 했던 곳을 지나쳐서 더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아침에 이야기를 나눴던 옆 캐라반 키위 말이 자기도 어제 윗쪽에서 낚시를 했다며, 아이스박스를 열고 자랑을 합니다. 힐끗 보니 머리가 없는 킹피쉬급 카와이가 몇마리 얼음속에 누워 있습니다. 어디쯤에서 했을까? 툭 튀어나온 갯바위라고 했는데... 30분쯤 운전해 올라가니 알맞은 갯바위가 보입니다. 공터에 차를 새우면서 보니 아침에 인사나눴던 키위부부가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자리도 좋고, 날씨도 좋고, 혼자와서 낚시에 집중도 할 수 있고... 모든 조건이 완벽합니다. 딱 여기까지... ㅎㅎㅎ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날씨가 너무 좋다보니 파도가 없고, 파도가 없다보니 고기가 없습니다. 캐스팅을 하면 입질은 꾸준히 오는데 아침에 했던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스네퍼 잔챙이 양식장 정도 느낌입니다. 캐스팅 후 추와 미끼가 바닥에 닿는 느낌과 동시에 후두둑 딱 두번 입질이 오고 나면 조용하고, 기다리다 끌어올려보면 빈 낚시 바늘만... 그렇게 4시간을 혼자 갯바위에서 선텐을 한 후 흙먼지 날리며 캠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의 따가운 눈초리... ㅡㅡ;;; 빈손도 아쉽고, 혼자서 시간보낸것에 대한 후회도 들고.. ^^;;;
저녁밥 먹으면서 오늘 밤에는 아이들한테 별 좀 보여줘야지 했는데.. 하늘엔 구름이 잔뜩... 모든것에는 때가 있는듯...
야경 & 은하수 & 별똥별 사진 찍기도 포기하고 쿨쿨 잠만 잤습니다. 어젯밤에는 모든게 완벽했는데 말입니다.
마지막날 아침.. 연휴가 끝나는 날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주변 캠핑사이트들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다들 텐트나 천막을 걷고 자리를 정리합니다. 우리 가족도 부지런히 아침밥을 먹고, 텐트 정리에 들어갑니다. 설치 할 때보다는 철거하는게 훨씬 쉽네.. ^^;; 다현이는 물론이고, 다민이 다래까지 각자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해주니 절로 흐믓해지는 기분도 들고.. 이래서 여행을 자주 다녀야 하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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