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의 배설물에 온실가스 배출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조용하던 나라가 이 뉴스로 시끌벅적합니다. 왜일까요?
아주 친환경 국가로 보이는 뉴질랜드인데 불과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기후 악당 국가'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습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국제 기후변화 대응 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함께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꼽혔습니다. (‘기후 악당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하죠.)
보도에 의하면 뉴질랜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72년 이후 23%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24%나 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정도가 뉴질랜드 근간 산업인 농축산업에서 배출된다는 사실인 거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이 발전업인 점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러한 점은 뉴질랜드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어 왔습니다.
뉴질랜드 현재 인구가 508만 명 정도인데 반해 소·젖소는 1000만 마리, 양은 2600만 마리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양들의 천국이며 뉴질랜드 3대 산업(유학, 관광, 농축산) 중에서 소와 양들이 산업역군인 셈입니다.
근데 되새김질을 하는 소나 양은 트림이나 방귀 등으로 대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데,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이르는 ‘강력한 온실가스’로 불립니다. 소 한 마리가 1년 내뿜는 메탄가스 양은 약 100kg에 달하며, 소의 분뇨를 처리할 때도 메탄가스가 방출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약 71억 이산화탄소 환산 톤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고...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국인 뉴질랜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절반이 농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뉴질랜드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환경을 볼모로 한 것이었던 것이죠.
자신다 아던 총리는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이 제도는 뉴질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농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주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농축산 수출품의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제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다. 또 징수된 세금은 농업 종사자들을 위한 신기술 연구와 인센티브 지급 등 관련 산업에 다시 쓰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름 포퓰리즘 정책을 따라가지 않는 아던 총리가 이번에도 욕먹을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연립 정부에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는데,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아던의 노동당이 참패를 했고 다가올 총선에서 다시 녹색당과 연정을 위해 미리 기반을 다져가는 분위기..
11일 뉴질랜드 정부와 농축산업 단체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헤 와카 에카 노아(He Waka Eke Noa) 일차산업 기후변화 대응 파트너십’의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헤 와카 에카 노아’는 ‘우리 모두 함께 있다’라는 뜻의 마오리족 속담으로 농축산업 부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공동 구성된 파트너십 이름입니다.
그러나 많은 농장주들은 이번 결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농축산업계 주요 로비 단체인 ‘농부 연합’에 따르면 농부들은 비용이 압도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앤드루 호가드 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우리의 계획은 농부들을 계속 농사짓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농부들은 그들의 농장을 팔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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