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심은 깻잎 모종 상태가 좋지 않다. 작물 특성상 들깨는 아무렇게나 심어도 잘 자라고 금세 잎사귀가 풍성해진다. 그런데 2주 전에 $10에 4개 사다 심어놓은 게 영 시원찮은 것이다.
몇 개 더 심어야겠다 싶어 마트에 가보니 없다. 시즌이 끝나서 더 이상 모종을 팔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게을러 모종을 사다 심거나 하지는 않는다. 작년 여름 내내 깻잎 잘 뜯어먹었고 가을에 꽃피고 씨앗 달린 깻잎대를 잘 거둬서 씨 받기 준비까지 마쳤었다. 그런데 너무 잘하려고 했던 게 탈 났나 데크에 널어놓은 깻잎씨앗들이 심하게 불어온 바람에 그릇과 함께 훌러덩 날아가 버린 것이다.
우리 집 주변에 참새나 여러 작은 동물들이 많아서 땅에 떨어졌을 씨앗도 하나 남지 않았는지 올봄 자연발아 했을 깻잎 모종이 보이지 않는다. 낭패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곳이 '뉴질랜드그린텃밭' 다음에 있는 인터넷 카페. 이민 왔을 무렵 2-3년 온-오프라인으로 열심히 참여하며 이민 초창기 유용한 정보와 작물을 나누던 그런 곳이다. 검색 후 들어가 보니 오랜만에 방문했다고 준회원 강등 되어 있다.
인증 절차를 거치고 게시판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그동안에도 해년마다 10월 중순 무렵에 '모종 나눔' 행사를 했는지 여러 사진들이 보인다. 단체 사진도 있고 여러 회원들이 손수 길러 가지고 나와 서로 나눴던 모종들도 보인다.
준회원 게시판에 '깻잎 모종 구합니다' 글을 올려놓고 조용히 나왔다.
아침에 일 마치고 집에 올 무렵에 문자가 옴. 다행히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사는 분이 깻잎모종을 나눠주신다고 한다. 교회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니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계신다. 나눔 받은 모종을 보니 아주 튼실하게 자랐다.
감사 인사 나누고 돌아서다가 다시 가서 존함을 여쭤보니 '수봉'이라 하시는데 아마도 카페 닉네임 이신 듯...
덧붙여하시는 말씀 등산 좋아하면 토요일마다 산행을 하는 모임도 있으니 참여해 보라고 권해주신다. 뉴질랜드한인산악회
집에 돌아와 깻잎 모종을 심었다. 올여름 삼겹살, 생선회무침 기대한다. 덧붙여서 내내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인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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