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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무례

by 뉴질랜드고구마 2024. 5. 2.

새벽 4시.
이 시간에 깨어 있어야 하고 더구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최대한 조심하고 친절하려고 한다. 

내가 관리하는 슈퍼가 있다. 상시근무 인원이 대략 50명 정도 된다. 저녁에 슈퍼가 문을 닫으면 백업 인력이 10여 명 바통을 이어받아 밤새워 일을 시작한다. 대부분 슈퍼에 직접 소속된 직원들이고 낮에 팔려나간 물건들을 채워 넣는 일을 하는 인디언(인도인)과 몇몇 다른 국적 사람들이다. 

오늘 이야기는 직원 휴게실 Cafeteria 이야기다. 지금 이야기다. 옆에서 계속 시끄러운 목소리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어린' 인디언이다. 이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한 지 두어 달 된 것 같다. 이전에도 조용한 이곳에서 너무 큰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길래 조용히 좀 하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나중에도... 이 자식 알아 들었다는 제스처를 취하길레 그냥 뒀는데 오늘 또 반복이다.

우리 집 거실만한 카페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더라도 나와 단둘이 있으니 조용히 하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 말이다. 통화하며 먹고 있는 진한 카레 냄새는 이해하겠다. 근데 시끄러운 소리는 못 참겠다.

오늘도 두 번이나 조용히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계속 통화를 이어간다. 참다 못해 인디언 손을 잡고 카페 반대쪽 복도로 이끌고 갔다. 네가 머물면서 시끄럽게 통화해도 되는 공간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스토어메니져룸이다. 그제야 전화 통화를 멈춘다.

뉴질랜드는 이민 국가답게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국가에서 오늘도 이민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통계적으로 중국인과 인도인 남아시아 인들이 많다. 그 외 주변 섬나라 인들은 직접 마주할 경우가 적으니 차치하고라도..

안타깝게도 많이 들어오는 중국인들과 인도인들이 상당히 시끄러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10년 넘게 살아보니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5년 미만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끄럽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것 같다. 도대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살다 보면 환경에 적응되면서 좀 서서히 조용해지기는 하는 것 같다.

요즘 나와 가족은 인도인들과 쉽게 마주하게 된다. 우리 집을 둘러싸고 살고 있는 인디언들, 내 일터에서 마주하는 대다수 인디언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인디언 선생님들과 친구들...

나는 우리집 아이들이 인종이나 민족, 국가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게 되는걸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평소에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직장에서는 다른 국가 출신 간에 겪는 문제나 스트레스도 아주 좋게 순화해서 이야기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내 말을 듣고 어떤 국가 출신에 대해 나쁜 선입관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이곳에서 세계에 나가서 살아가는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주변에서 이런 이민족 출신의 무례함에 쉽게 노출되는 게 두려울 정도다. 이런 무례함은 어느 나라 출신에게서든 나오기 마련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사기꾼 없고 살인자 없는 것 아닌 것처럼..

그래도 우리들은 어렸을 때부터 '도덕'이나 '질서'를 배우는데 그런 걸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애 어른 할거 없이 듬성듬성 뉴질랜드에 들어온다는 게 걱정된다.

일터에서 거리에서 운전하면서 식당에서 쇼핑몰에서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무례함이 걱정되는 새벽이다.

우리 아이들은 잘 가르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