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서 꼭 '코끼리 공연' 봐야겠니? [노컷뉴스]

여행가서 꼭 '코끼리 공연' 봐야겠니?

 

노컷뉴스 | 입력 2009.06.11 13:39   [노컷뉴스 이명주 기자]

 

세계적 관광지로 꼽히는 발리와 보라카이 시내에선 왜 구걸하는 아이와 여자와 노인을 어김없이 만날까. 현대인의 기호식품인 초콜릿과 커피에 '슬픈 역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9억 명(2007년 기준)이 넘는 관광인구가 골프와 쇼핑, 그 밖에 먹고 자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지출하는 어마어마한 돈은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켰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해 '페어플레이(fair play)'를 지키는 여행을 떠난 8명의 '살아있는 멘토'들이 있다.

 

대안학교 교장·교사 부부, 비폭력주의 랩그룹 보컬, '피스보트(평화의 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한 연극배우, 생태주의 잡지를 만드는 디자이너 등 8명의 여행자들이 3년간 제 3세계 여행을 통해 실천한 '공정여행fair travel)'의 기록 <희망을 여행하라 >는 세계의 온전한 모습을 보고자 하는, 스스로 희망이 되고픈 여행자들에 바치는 신개념 가이드북이다.

 

 

◈당신의 행복한 하루가 아프리카 다섯 개 마을을 위협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본 적 있나. '우리가 묵은 호텔이 누군가의 집을 빼앗은 것이라면, 우리가 수영하는 수영장의 물이 누군가의 마실 물이었다면,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숲이 파괴되고 동물이 학대 당하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다.

 

영국 공정여행 관련단체인 '투어리즘 컨선'에 따르면 인도 고아(Goa)에 위치한 한 5성급 호텔은 지역의 다섯 개 마을에서 소비하는 양과 같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 한 사람의 여행자가 여행할 때 하루 평균 3.5킬로그램의 쓰레기를 남기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소비하며, 고급 호텔의 객실 하나에서는 평균 1.5톤의 물이 사용된다. 골프장 하나에서는 무려 다섯 개 마을의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물이 사용되고 있다.

 

"나는 돈을 냈고, 그 대가로 혜택을 누렸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발리의 어느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보낸 며칠이,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짓는 요소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이제라도 '공정여행(fair travel)'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여행에서도 '페어플레이'는 있다!

세상의 어두운 현실에 눈을 돌린다고 해서 우리의 여행이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8명의 공정여행자들이 알려주는 다음의 10가지 방법을 하나라도 실천한다면, 우리는 세상의 반쪽만을 보는, 이기적이고 무지한 여행자가 되는 과오를 분명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생명이 늘어날 것이다.

 

<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

1. 비행기 이용 줄이기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3% 정도를 차지한다. 여행 중 발생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중 비행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를 차지하는데, 특히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은 고도에서 뿜어져나온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지상에서의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비행기 이용은 최대한 줄이고, 쾌속선이나 현지에선 렌트카, '낭만적인' 자전거 여행도 즐겨봄직 하다.

 

2. 코끼리 공연 안 보기

패키지 일정에 꼭 하나씩 끼어있는 동물쇼. 태국관광의 대표적인 코스로 꼽히는 코끼리 트레킹, 코끼리 쇼를 위해 동물들을 길들이는 방식은 너무도 잔혹해 수많은 코끼리들이 죽거나 다치고 정신착란에 빠진다고 한다. 물구나무를 서고, 공을 굴리고,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들이 평생을 인간에 의해 '극한의 고통'을 당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동물을 이용한 여행상품, 조개, 모피, 깃털로 된 상품이나 멸종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을 사는 대신, 초원에서 뛰노는 행복한 동물들과 친구가 되자.

 

3. 호텔과 여행사 '윗분'에 '깐깐한 질문' 던지기

히말라야 포터의 경우 자기 몸무게에 육박하는 혹은 넘어서는 짐을 지고 1~2주일간 해발 4~5천 미터를 넘나드는 산행을 하고 받는 일당은 놀랍게도 4~5천 원. 지나치게 마른, 검은 피부의 현지 종업원이 당신을 보조할 때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를 나눠보자(바디랭귀지의 세계성을 간과하지 말 것!).

 그리고 '손님은 왕'인 특권을 갖고 여행사나 호텔 지배인 등에 '깐깐한' 질문들을 던져보자.

"포터들에 의료보험과 등반장비가 지원되나요?"

"한 사람이 지는 짐을 제한하는 기준은 없나요?"

서비스에 하등 문제가 없음에도 던져지는 이런 질문들이 반복되면 어느 영리한 경영자는 자신의 직원에 대한 태도와 처우를 달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성매매 하지 않는 여행

카를알브레히트이멜의 저서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의하면 전세계 1300만~1900만 명의 어린이가 관광산업에 종사, 이 중 10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관광객들의 성 노리개로 학대받고 있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칼루타라(Kalutara) 지역 학생 100명을 설문한 결과, 86명이 첫 성경험을 12~13살에 외국 여행객과 가졌다고 답한 바 있다(리스판서블 트레블닷컴 보고).

아시아 관광객 1위로 꼽히는 한국인. 캄보디아와 태국, 중국 등지에서 단지 며칠 혹은 몇달 머물고 간 문란한 관광객들의 '친자'들이 얼굴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5.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음식점·교통시설 이용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세계의 관광산업은 매년 10%씩 성장하지만, 관광의 경제적 이익 대부분은 G7국가에 속한 다국적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경제이익이 발생했다 도로 빠져나가는 '누손율'은 네팔이 70%, 태국, 코스타리카가 각각 60%, 45%로 관광수익 절반 이상이 나라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

세계화의 광풍 속에 관광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는 아시아를 여행한다면, 다국적 기업이 제공하는 편의 대신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역의 숙소와 식당을,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지역과 소통하고 만나가는 여행을 하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대형 레스토랑이나 한인식당 대신 현지의 맛과 멋, 인심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곳 말이다.

 

6. 여행 전 http://www.ifat.org 클릭!

네팔 뿐 아니라 파키스탄, 터키 등지에는 어린이의 노동을 착취하는 카펫 산업에 맞서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카펫공장에 붙여주는 '러그마크'를 단 공장과 매장들이 있다. 당신의 윤리적 소비가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고통을 덜고 삶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믿고 실천하자.

http://www.ifat.org 에 접속하면 각 나라의 '착한 가게' 정보들을 볼 수 있다.

 

7. 기념품 대신 우정을

낯선 길에서 만날 매력적인 벗들을 위해 충분히 공부하고, 이별의 아쉬움을 대신할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자. 그들에게 알려줄,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지식은 필수. 돌아와 먼지 쌓이는 기념품보다, 세상 어느 한 곳에 나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친구가 있음을 상상해보라!

 

8.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꿈의 리조트로 알려진 몰디브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국가이며, 술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러나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선 핫팬츠 차림의 관광객들이 활보하고, 티베트에선 오체투지로 수백 킬로를 지나온 순례자들을 향해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이슬람 신자들이 기도할 때 카메라를 내려놓고 조용히 그들의 예에 존중을 표하고, 티베트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을 만났다면 그들의 고통과 독립을 함께 기원해보자.

그리고 현지인의 순수하고도 강렬한 웃음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먼저 양해를 구하자.

 

9. 여행 경비 1%는 '적선이 아닌 기부'

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아이를 안은 남루한 차림의 여인이, 걸인과 다를 바 없는 아이와 노인이 집요하게 돈을 달라고 해 난처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그곳에 가면 분명 하게 될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그 중 한 명에게 1 달러를 쥐어주고 떠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말라.

기부할 의향이 있다면 여행을 가기 전 미리 현지의 구호단체를 알아보고 가거나, 호텔 데스크, 여행사,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 된다. 금액은 단 1%면 족하다.

 

10.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자'

제천의 간디학교 학생들은 2008년 보홀 관광청 앞에서 안경원숭이 타쉬에르의 고통을 표현한 포퍼먼스 공연을 펼쳤다. 이유는 서식지만 옮겨도 자살한다는 민감한 야행성 동물인 타쉬에르를 단지 관광객들의 눈요기를 위해 억지로 잠들지 않게 하고,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만지고 사진찍게 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각국의 소수부족, 어린이, 여성 등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 나라를 여행한 우리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고통받는 현장을 발견했다면,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고 블로그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자. 21세기는 놀라운 '인터넷의 시대'다.

 

 

◈'공정여행' 생각만 바꾸면 차암 쉽죠잉~!

"이렇게 여행하다간 스트레스로 먼저 죽겠군" 이란 생각이 드는가?

그러나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깐깐하게 만든 옷이, 건강한 신념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영화나 음악과 책이, 세상 가장 정성들여 만든 어머니의 음식이 '진짜 행복'을 준다는 것을.

단지 기념품 몇 개와 펼쳐보지 않을 수백 장의 사진과 면세점에서 산 담배와 양주를 남기는 것이 아닌,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사라져가는 동식물이 살아나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단지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를 위한 '공정여행'. 올 여름에 떠나보자!

 

< 도움받은 책 : 이매진피스 임영신·이혜영의 '희망을 여행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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